진화론에 대한 반론을 하나하나 격파하는 과정을 통해 진화론을 알기 쉽게 설명한 책
- 저자
- 리처드 도킨스
- 시작
- 2006.2.17
- 끝
- 2006.2.19
- 평점
- 8
진화론에 대한 책인지도 모르고, 그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의 책인지도 모르고 단지 책 제목과 표지가 끌려서 산 책이다. 처음엔 그냥 과학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나열되거나 혹은 소설 같은 건 줄 알았다. 내가 이런 식으로 책을 구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그날 따라 웬지 이 책은 뭔 책인지 모른 채 사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결과적으로는 운이 좋았던 셈. 그날 네 권의 책을 샀는데 꼼꼼히 따져보고 산 다른 책보다 이게 더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설날 집에 왔다 갔다 하는 길에 보려고 들고 갔는데 내려 가는 길에 거의 3분의 2를 읽었다. 재미 있는 책이다.
일반인과 전공자 모두에게 가치 있다고 이야기하는 책인데 사실 그러기는 쉽지 않음에도 이 책은 어느 정도 그런 것 같다.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들로 진화론을 풀어서 설명하면서도 진화론에 대한 반론을 하나하나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깨부수고 있다.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다고 해서 쉽게 쉽게 술술 풀어내려간 책은 아니지만 이보다 더 쉽게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몇 가지 키워드만으로 진화를 다른 사람에게 쉽게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정도일까?
- DNA는 자기 복제를 통해 유전자를 후손에게 전달하는데 번식 과정에서의 때때로 무작위적인(그러나 작은) 돌연변이가 발생해서 DNA에 변형을 일으킨다. 그래서 기존의 종과 약간 다른 변종이 탄생하는데 만약 그런 변종이 생존에 유리하다면 오래 살아남을 것이고 불리한 변종은 절멸할 것이다. 이것이 자연선택이며 이런 과정이 많은 세대를 통해 누적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종이 조금씩 생존에 유리한 형태로 진화하게 된다.
가장 재미 있었던 부분은 생명의 탄생에 대한 이론을 설명한 7장이다. 사실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이론은 얕은 수준에서나마 이미 고등학교 때 다 배우고 토론도 벌였던 것들이지만 딱 하나 내가 아쉽다고 느꼈던 부분이 생명의 기원에 대한 부분이다. 고등학교 때는 원시 수프설 정도의 이론만 배웠는데 여기서는 케언스스미스의 점토설을 소개한다. 광물의 결정도 어느 정도 자기 복제의 특성을 띠고 있고 작으나마 진화를 하게 되는데 그 과정 중에 어느날 핵산과 같은 유기물이 끼어들고 나중에는 그런 핵산이 자기 복제가 가능한 RNA나 DNA로 변화된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RNA나 DNA가 주도하는 진화가 시작되면서 생명이 시작되고 이후부터는 DNA에 의한 진화가 시작된다. 그리고 이 과정은 인간의 탄생 이후 비슷한 형태로 반복이 되는데 이제까지 DNA가 주도하는 진화에 편승해서 인간의 문화에 의한 진화가 시작된다. 이 때 나온 개념이 유전자인 gene에 대응하는 meme이다. 그래서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진화하지 않고도 세대를 거듭할수록 생존 능력이 높아지고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7장 이후부터는 진화론에 대한 설명보다 진화론에 대한 부적절한 반론이나 오해들을 하나씩 뜯어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그래서 다소 지루한 감이 있다. 논쟁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크게 흥미롭지 않을 것이다.
찾아보기에서도 또 한 번 저자의 세심한 배려를 느끼게 한다. 이 책은 통독해야 하는 책이므로 각주 같은 것으로 흐름을 끊지 않도록 책 중간중간에 각주를 넣지 않고 부록으로 다 몰아 놓았다. 철학서들을 읽으면서 느꼈던 짜증들을 돌이켜보면 정말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