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2008-06-09

KBS 토론에서 드디어 대의제의 위기 이야기가 나왔다. 이제야 이 이야기가 나오는 건 좀 늦은 감이 있다. 인터넷이 가져온 또다른 혁명으로 대의제의 문제점이 드디어 수면 위로 나온 것이다. 5년에 한 번, 4년에 한 번 1분 동안 주권을 행사하는 것을 두고 민주주의라고 할 수는 없다. 지금처럼 시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시민들의 의견이 그대로 반영되어야 한다. 그게 안되기 때문에 시민들이 2개월 전 총선을 후회하고 3개월 전 대선을 후회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냥 그 때 잘 찍지 그랬어라고 말할 상황이 아니라 이번 사태를 통해서 드러난 정치 제도의 버그를 수정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노무현의 헌정 질서 운운은 문제가 있다. 물론 전직 대통령 입장에서 말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이 되어 있긴 하나 발언 내용으로 볼 때 진정으로 헌정 질서라는 것을 믿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대의제를 채택하고 있는 이유는 과거 인터넷이 발전하기 이전에 여론 수렴 비용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지 지금처럼 정보가 거침 없이 흐르고 이처럼 국민들의 마음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론을 거부할 명분은 민주주의 안에는 없다. 사실 노무현이 행정적으로는 업적을 많이 쌓았고 정치 문화에 좋은 영향을 많이 끼쳤지만 민주주의라는 점에서는 거듭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도요타 방식을 따른다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아마도 FiveWhy를 통해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을 것이다. FiveWhy를 한 번 해보자.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철지난 가정에 토대를 두고 있는 대의제에 있고 해결책은 직접 민주주의 요소들을 더 많이 도입하는 것이다. 당면한 쇠고기 협상도 제대로 풀어야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근본 문제를 해결해야 진짜로 한걸음 전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근본 문제를 해결하려면 또 문제의 일부인 국회의원의 힘을 빌어야 하는 것이 난점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