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2008-07-18

이번 주에 회사 이름을 정했고 사무실을 구했고 멤버가 한 명 늘었다. 얼마 안되는 우리 회사의 역사에서 꽤 의미 있는 주간이다.

회사 이름은 이콜레모, ecolemo다. 오픈마루 이름 지을 때나 스프링노트 이름 지을 때의 스토리도 참 재미있었지만 이것도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처음에 생태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seed로 사용한 ecology에서 ecolo라는 이름을 만들었는데 도메인이 있었다. 그리고 뭔가 싱거운 느낌. 그리고, 촛불시위를 회사 이름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candle demonstration을 줄여서 candemo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근데 이것도 도메인이 있어서 l까지 넣어 candlemo. 그러나 이 이름은 팀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리고 최종 후보들을 검토하다가 ecolo랑 candlemo를 합쳐서 ecolemo라고 지어봤더니 반응이 꽤 좋았다. 도메인도 확보 가능. 게다가 구글 검색에서 세 페이지 밖에 안 나오는 걸 보니 고유명사로서의 가치도 높아서 바로 최종 후보가 되었다.

최종 후보는 두 개였는데 다른 하나는 담돌. 이것도 사연이 길다. 처음에는 순우리말에서 찾아보자는 생각에 찾은 단어로 감돌이 있었는데 이건 이미 회사가 있었다. 감돌의 뜻은 유용한 물질이 담긴 돌. 이걸 어떻게 활용할까 하다가 감의 ㄱ 대신 다른 자음을 붙여봤다. 그래서 나온 것이 담돌. 우리 나라의 담이 보통 흙담인데 그게 무너지지 않게 심 역할을 하는 걸 담돌이라고 부른댄다. 의미도 그럭저럭 괜찮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본 반응도 이콜레모보다 담돌이 좋았다. 그러나, 좀 주저되는 것은 너무 평범한 느낌이라는 것과 담돌을 이용해서 쌓는 것이 다름 아닌 담이라는 것. 우리는 담을 허무는 종류의 일을 하고 싶은 건데 담을 쌓는 이미지를 준다는 것이 꺼려졌다. 그래서 최종 투표 결과 3:1로 이콜레모가 선정된 것이다.

여전히 어렵다는 반응을 많이 접하지만 뭐 어떠랴. 어차피 승부는 서비스 이름인데. 우분투라는 멋진 이름의 배포판을 내놓은 회사도 이름은 캐노니칼, 어렵다. 네이버는 알아도 NHN은 아무도 모른다. 정하기 전에는 어렵다는 것 때문에 약간 망설임이 있었는데 막상 정하고 보니 참 맘에 든다.

사무실은 분당에 구했다. 원래는 구로와 분당을 저울질했는데 분당에 먼저 알아보러 갔다가 바로 구해버렸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화요일에 무려 10군데의 사무실을 돌아보고 결정한 것이다. 서현역 LG 에클라트 II에 27평형. 보증금 1000에 75다. 괜찮은 가격인 듯. 이날도 사연은 많았다. 첫번째로 들어갔던 부동산에서 바로 그 방을 소개해주려고 했는데 주인과 연락이 안되었는지 어쨌는지 방을 보여주질 못했다. 그래서 다음에 풍림아이원으로 가서 방 좀 보고 또 역 주변 부동산 가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소개 받은 곳이 다시 거기였다. 첫번째 부동산에서 조금만 더 성의를 보였다면 거기서 했을 텐데.

거기서도 32평과 27평을 보고 저울질하다가 마침 그 때 우리 멤버가 한 명 더 늘지 모른다는 소식이 들려와서 32평으로 결정을 했었다. 그래서 계약하자고 하자 바로 그 시점에 32평 짜리 방이 나갔댄다. 그래서 또 고민하다보니 32평 짜리 방이 하나 더 나왔대서 보러 갔는데 내부 구조를 변경해놔서 다시 복구 공사하고 하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길지 몰라서 좀 꺼려졌다. 그래서 그냥 27평짜리로 낙점. 월세 차이가 20만원 났는데 그 돈으로 매달 워크샵 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괜찮은 것 같다.

신혼집을 분당에 얻을 테니 이제 분당이 중심 생활권이 될 것 같다. NHN이랑 가까워서 선화랑 같이 점심도 먹을 수 있고. 오픈마루랑 가까워서 철호, 인동 3형제랑 농구도 같이 할 수 있겠지.

새 멤버는 몇 주 전부터 조금씩 작업(?)해왔던 ㄴㅇㄱ이다. 아직은 입사한 게 아니라 실명은 비공개. 드디어 5명이 되었다. 사실 얼마 되지도 않은 회사인 주제에 공동 창업자가 나가는 사태도 있었지만 위기를 딛고 다시 5명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월급도 보장할 수 없고 사무실도 없었던, 심지어 들어오려면 자본금 내고 들어와야하는 회사가 5명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게 놀랍고, 동료들 한 명 한 명이 정말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