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2011-06-03

요즘 들어 애자일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작동하는 제품 상태까지 닥치고 빨리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제품이 나와야 제대로된 피드백을 받으면서 발전할 수 있다. 이제 WorkingPrototype의 시대는 끝났다. WorkingProduct가 빨리 나와야 한다. 아무리 기능이 적고 허접하고 버그가 많아도 상관 없다. 핵심 기능 단 하나만 들어가 있어도 좋다. 제품이 나와야 한다.

그걸 위해서는 사용자 스토리도, 플래닝 게임도, 회고도 다 버려야 하는지도 모른다. 첫번째 WorkingProduct가 나오는데는 큰 도움이 안된다. 어차피 핵심 기능은 스토리 없이도 알 수 있다. 플래닝 게임, 혹은 스케쥴링조차도 시간 낭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플래닝 게임이 없으면 당장 세 명 이상의 개발자가 함께 일할 수 없다. 두 명이 고작이다. 그런 면에서 두 달, 2명으로 뭔가 만들어내야 한다고 하는 카카오의 방식은 일리 있다.

그럼 만약 프로젝트 시작부터 개발자가 세 명 이상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세 명 이상의 개발자가 함께 일하기 위해 플래닝 게임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플래닝 게임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 두 명 이외의 개발자들은 차라리 놀고 있는 것이 더 좋다고 본다. 중요한 건 팀 생산성이지 누가 놀고 있느냐가 아니다. 짧은 시간 안에 WorkingProduct가 나오는데는 두 명이 가장 유리하다.

사용자 스토리는 그 자체로 무수히 많은 가치를 주지만 스타트업의 프로젝트에는 적합치 않은 것 같다. 제한된 시간의 인터뷰로 고객의 니즈를 뽑아내고 플래닝을 해서 스케쥴을 고객에게 알려줘야 하는 SI 프로젝트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한 방식이지만 아직 니즈가 존재하지 않는 고객을 대상으로 실험하면서 가야하는 경우에는 사용자 스토리조차도 낭비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스타트업의 프로젝트에서는 WorkingProduct 만들고 그 다음부터는 이슈 단위로 트래킹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할지도 모른다. 여전히 사용자 스토리가 주는 가치는 무수히 많이 있지만 그 중 어떤 것도 WorkingProduct에서 오는 피드백을 대신하지는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