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eProgrammingExplained2ndEdition

XP 바이블

저자
Kent Beck
시작
2006.3
2006.7.31
평점
8

Kent Beck의 깊이 있는 성찰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추상적인 이야기로 흐르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프로그래머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insight를 줄 수 있는 책이 되었지만 반대로 정작 프로그래머에게는 크게 실용적이지 못할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XP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쓴 듯한 느낌이 든다. 주변에 다 XP하는 사람 뿐이라서 그렇게 쓰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Xper들에게는 감동적인 책이 되겠지만 non-Xper, 혹은 anti-Xper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반적으로 실용주의보다는 사상적, 문화적 가치의 전달에 무게를 실은 듯하다.

이번 책은 영어가 상당히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 3월 쯤 김창준씨와 이 책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쉽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사실 그 때는 반 정도 읽었을 때였다. 거기까지는 value, principle, practice를 개별적으로 설명하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부분이 없었다. 근데 뒤로 갈수록 나오는 문장들이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문장 길이도 TDDBE에서 보던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길고 모르는 단어도 ThePragmaticProgrammer 만큼은 아니었지만 적지 않게 나왔다. Kent Beck이 쓰는 쉬운 글들을 생각하면 이례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구를 꼽으라면 내용보다 부제, Embrace Change를 꼽고 싶다. XP의 철학이 그대로 녹아들어간 문구가 아닐까. 언젠가 권일이가 해줬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XP가 대전제로 삼고 있는 것, 요구사항은 항상 변한다. XP가 주는 가장 큰 깨달음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고 피드백도 중요하고 용기도 중요하지만 변화, 그것이야말로 그 모든 것들을 해야 하는 절실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내용 중에 planning은 일종의 필요한 낭비이기 때문에 줄여보라는 내용이 있었다. 과연, 따지고보면 XP가 기존 방법론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점 중 하나가 바로 이거인 거 같다. 프로젝트에서의 활동을 크게 구분하면 직접적으로 가치를 생산하는 활동과 그 활동을 지원하는 활동이 있다. 기존 방법론은 후자를 강조해서 후자를 제대로 해놓으면 전자는 저절로? 될 꺼라고 기대한다. 반면 XP는 가급적 후자를 줄이고 전자에 집중하려 한다.

이 사고방식을 조금 확장하면 이런 이야기도 될 것 같다. manager, 조직의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역할이다. 근데 따지고보면 managing은 직접적으로 가치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 활동을 잘 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다. 그렇게 보면 manager는 일종의 필요한 낭비이고 줄여야 하는 대상일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manager라는 역할이 참 어려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