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러 가기로 했다. 근데 가는 방법을 몰랐다. 여행 책자에는 다양한 방법이 많이 나와 있었는데 카지노 버스를 이용하면 거의 공짜로도 갈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운행 횟수가 적고 카지노 멤버십 카드가 필요해서 이건 제외. 다음 옵션은 차이나타운 여행사를 통하는 것인데 이건 생각보다 그닥 싸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장거리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근데 호텔에서 나왔더니 이거 뭐 너무 황량하다. 드넓은 벌판에 길만 있다-_- 근처에 편의점이 있냐고 물으니까 한참 걸어가야 된다는데 일단 이것저것 살 것도 있고 해서 걸어가보기로 했다. 가다보니 경마장이 있는데 주차장 크기가 엄청나다. 내가 지금껏 본 어떤 주차장보다도 컸다. 갔더니 경마장만 있고 아무 편의시설이 없길래 그냥 나오다가 버스 정류장을 발견했다. 그래서 일단 시내버스를 타고 중심가로 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시내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하냐고 승객한테 물으니까 아시아계 사람인데 친절하게 잘 알려준다. 근데 친절하게 알려주는 정도가 아니었다. 끝도 없이 잘 알아듣기도 힘든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자기 어머니가 강도들한테 총에 맞아 돌아가셨다면서 이곳이 안전한 곳이 아니라고 거듭 조심하라고 한다. 버스에도 보면 저녁부터 새벽까지는 여자 혼자 다닐 경우는 정류장과 상관 없이 원하는 위치에 내려주는 제도가 있었는데 아마도 여자 혼자 다니기에 안전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그러면서 계속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고 시내에서 어떻게 가면 되는지도 알려주다가 아예 자기도 같이 내려서 직접 안내를 해준다. 좀 부담스럽긴 했지만 어쨋든 알려주니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시내 한복판까지 우릴 데려다주고 가면서 전화번호를 준다. 이름이 텔마(Thelme), 전화하라고 전화번호까지 남겨준다. 우리가 잘 있는지 확인하고 싶으니까 전화하라고. 이건 정말 좀 부담스럽다. 좀 고민하다가 결국 전화는 안 하기로.
내려서 편의점 들러서 필요한 것 몇 가지 사고 버스 터미널을 찾았다. 여기선 버스 디포라고도 부른다. 지도를 펼쳐놓고 어떻게 가면 되는지를 찾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친절하게도 도와준다. 어딜 찾고 있냐 그래서 나이아가라 갈 껀데 버스 타고 가려고 버스 디포를 찾고 있다고 했다니 지도에서 버스 디포가 있는 곳을 찍어준다. 지하철 네 정거장 거리다. 땡큐. 지하철 티켓 네 장을 한꺼번에 사니 좀 싸다. 근데 버스 디포가 있는 지하철역에 내렸는데 어떻게 가는지 또 찾기 어렵다. 여긴 길 표지판이 잘 안 붙어있다. 유럽 여행 갔을 땐 길마다 무슨 길인지가 곳곳에 붙어 있어서 지도만 보고도 쉽게 찾아갈 수 있었는데 여긴 그런 면이 좀 부족한 것 같다. 마침 작년 연말 선물교환 때 기봉님한테 받은 나침반이 있었다. 그래서 나침반과 지도를 매핑시켜보니 대략 방향이 나온다. 좀 가다보니 마침 또 Information이 있길래 들어가서 물어봤더니 맞게 가고 있댄다. 과연, 좀더 갔더니 버스 디포가 나온다.
버스 디포에서 표를 보니까 나이아가라 왕복이 2시간 30분 정도인데 두 명 왕복에 76달러. 싼 편인 것 같다. 버스 회사 이름은 Coach Canada. 버스가 엄청 길고 높다. 게다가 안에 화장실도 있다. 유럽에서도 한 번 장거리버스를 타봤는데 그 때는 16시간을 갔는데도 안에 화장실이 없어서 휴게소에서 쉬어갔었는데... 근데 의자가 잘 안 제껴지는 건 똑같다. 이런 건 우리나라 버스가 최고야. 해외여행가면 비행기고 기차고 버스고 죄다 좌석이 엄청 불편하다. 우리나라는 그냥 좌석버스도 뒤로 많이 제껴지고 편한데.
가는 길은 역시나 호텔 주변처럼 황량한 벌판이다. 여긴 정말 지평선이 왜 이렇게 많이 보이는 건지. 메이플 가도답게 단풍도 곳곳에 있긴 했지만 이미 많이 떨어져서 그렇게 인상적이진 않았다. 수평선이 보이는 호수는 꽤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호수에서 수평선을 본 것도 여기가 처음인 것 같다. 바다와는 느낌이 색다른 것 같다.
나이아가라 버스 디포에 내리니 가는 방법이 애매하다. 근처에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어서 갔더니 마침 버스가 한 대 서 있다. 근데 가는 건지 몰라서 좀 찾다보니 그 버스가 떠나버렸는데 알고보니 그게 나이아가라 근처로 가는 버스다. 글고 배차 간격이 한 시간이라는-_- 택시를 탈까 하다가 비쌀 것 같아서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지도상으로는 50분 정도의 거리다. 그래도 강변으로 쭉 길이 나 있어서 산책로로 괜찮다고 하길래 그냥 갔다.
강 방향으로 조금 가니까 금방 강이 나오는데 정말 아름답다. 절벽 아래의 강 사이로 미국과 마주보고 있다. 절벽 높이가 꽤 높다. 50미터쯤 되지 않을까? 이걸 보니까 나이아가라 폭포의 높이가 짐작이 된다. 아마도 이 높이의 강에서 물이 저 강으로 떨어지는 것이리라. 강의 물 색깔도 너무 이쁘다. 정말 맑은 청록색이다. 주변에는 단풍도 꽤 잘 어우러져 있다. 중간에 미국과 연결하는 다리인 레인보우 브릿지가 있었는데 이 때부터 멀리 미국 쪽 폭포가 보이기 시작했다. 폭포 소리도 멀리서 조금씩 들린다. 나이아가라 이름의 유래가 원주민어로 니아가르, 천둥이 치는 물이라는데 과연 물 소리가 멀리까지 들리는 걸 보면 가까이서 그 소리를 들었을 때 원주민이 느꼈을 느낌이 이해가 간다. 근데 멀리서 본 대다가 강변을 따라 오느라 폭포 크기를 미리 짐작해버려서 그런지 큰 감흥은 없었다. 그냥 폭포구나 정도?
레인보우 브릿지를 지날 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다리 밑에 있을 때였고 바로 옆에 기념품 샵이 있어서 들어가서 조그만 우산을 하나 샀다. 캐나다라고 쓰여져 있고 캐나다의 상징인 단풍이 그려져 있는데 촌스러운 듯 하면서도 빨간 색깔이 이쁘다. 너무 작아서 둘이 같이 쓰고 가면서 비를 좀 맞긴 했지만 그래도 비를 피한 게 어디야. 미국 폭포에 점점 다가가니까 아까랑은 느낌이 달랐다. 웬지 다가갈수록 폭포가 점점 더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폭포 소리도 좀더 커지고 뭔가 흥분이 되었다. 정말 한발 한발 다가갈수록 느낌이 달랐다. 미국 폭포 쪽부터 캐나다 폭포까지 강가를 따라서 쭉 전망대가 있었는데 정말 멋지다. 드디어 미국 폭포 바로 앞에 섰다. 정말 굉장하다. 강 아래에 유람선도 다니고 있는데 폭포 거의 바로 앞까지 간다. 저기서 보면 정말 무시무시할 것 같다. 사진으로 계속 담으려고 했는데 이건 도저히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다.
미국 폭포를 지나서 캐나다 폭포 쪽으로 가니 이건 정말 더 굉장하다. 나도 모르게 우와~를 몇 번 했는지, 입이 다물어질 새가 없었다. 이것도 한발 한발 다가갈 때마다 느낌이 확확 증폭되는 것 같다. 자연을 보면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다니. 내가 여행을 많이 다닌 건 아니지만 정말 이건 내 평생에 본 구경거리 중 최고다. 폭포수 물결이 너무 아름답다. 폭포로 인한 물안개가 폭포 위까지 자욱하게 올라왔고 바람이 이쪽으로 불면 마치 비가 오듯 물이 이쪽으로 쏟아졌다. 가까이 다가가서 폭포가 쏟아지는 지점 바로 옆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 정말 물살의 느낌이 빨려들어가는 듯하다. 한 번 빠져들어서 느껴보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 그렇게 하고 나서 살아날 수 있는 그런 관광 상품이 있다면 한 번 해보고 싶을 것 같다.
폭포 뒤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나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있는지 뒤에서 보는 관광 코스가 있는 것 같았다. 굴을 파서 보는 것이겠지. 근데 문을 닫아서 못 보고 돌아갈 시간이 많지 않아서 식사를 하러 가기로 했다. 온 길을 되밟아 가다가 눈에 띄인 식당에 들어갔다. 여기와서 제대로 된 첫번째 식사다. 스테이크와 치킨 샐러드를 시켰는데 꽤 맛있다. 폭포가 둘다 잘 보이는 위치도 훌륭하고. 근데 좀 추운데다 서빙이 별로라 세금 포함 47$ 가량 나왔는데 팁은 달랑 2$ 놓고 나왔다. 보통 세전 금액의 15% 기준이니까 6~7$ 줘야 되는 듯한데 그렇게 주긴 아까웠다.
내려서 시간을 보니 아슬아슬하게 돌아가는 버스를 놓칠 것 같은 시간이다. 그렇다고 다시 걸어서 가기엔 좀 지쳐 있었기 때문에 마침 보이는 택시를 잡아 탔다. 탔더니 아슬아슬하게 버스 시간 직전에 버스 디포에 도착했다. 근데 웬걸, 버스가 늦게 출발한다. 한 20분 가량 더 있다가 출발.
이래저래 길 찾느라 힘들긴 했지만 정말 멋진 하루였던 것 같다. 이걸로 이번 여행의 세 가지 목표, 나이아가라 폭포, OOPSLA, 그린 게이블즈 중 하나는 무사히 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