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PSLA_&_캐나다_여행/2007-10-24

넷째날이다. 일정을 체크해보다가 DesignFest가 지났다는 것을 알았다. DesignFest 신청을 해놨는데 세번째 날로 신청을 해놨었는데 세번째니까 월화수, 수요일이구나 하고 있었던 것. 어제 아침에 갔어야 했는데... 하고 생각을 하다보니 어제 그 시간엔 Sierra의 발표가 있었다. 그나마 내가 다 알아들은 유일한 발표였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DesignFest 놓친 게 그렇게 아깝진 않았다. NHN의 김종욱씨 말로는 문제 하나를 가지고 그룹으로 모여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보는 것이랜다. 어떤 팀은 UML부터 그려가면서 하기도 하고 어떤 팀은 Squak으로 바로 프로토타이핑 들어가기도 하는데 자기네 팀은 인터넷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찾아서 매시업하려고 했었다고. 재미 있었을 것 같다. 한국에 돌아가면 시도해 봐야지.

오전에는 또 Invited Talk 하나 들었는데 잘 모르겠고 두번째로 Agility Unlimited 들어갔다. Workshop이었는데 의외로 관심도가 낮은지 참석자가 적었다. 오히려 다행인 것 같다. 사람이 적으면 우리 영어 못하는 것도 좀더 잘 이해해 주겠지. 먼저 각자가 이 Workshop에 들어와서 기대하는 것과, 현재까지의 Agile에 대한 경험을 돌아가면서 이야기했다. 그러고 나서 각자 Agile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를 하나씩 끄집어내놓고 그것에 대해 토론하기로 했다. 주제는 역시나 Agile adoption이 젤 많았다. 정부 기관과 일할 때, 큰 조직에서 일할 때, 상사가 agile하라고 푸시하는 경우, 고객이 협업을 거부하는 경우 등등. 역시나 여기도 Agile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기업은 많지 않은 것인가? 몇몇 사람들 말로는 여기도 Agile은 그냥 작은 조직에선 성공적으로 잘 되지만 큰 기업은 좀 해보다가 포기하거나, 일부 프랙티스만 적용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고 작년에는 좀 화제를 모았지만 이제 다들 시큰둥한 분위기랜다. Tutorial들을 보면 Agile 일색으로 도배가 되어 있는데 다른 세션에는 Agile이 거의 없는 걸 보면 도입할 기업은 이미 도입했고 아닌 기업은 별 계획이 없는 그런 상황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내가 제시한 주제는 우리 회사처럼 massive user를 가진 경우에 어떻게 사용자의 니즈를 이해하고 또 사용자의 니즈가 충돌할 경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였다. 마침 참석자 중 두 사람이 애자일 관련 컨설턴트여서 굉장히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하나는 실제로 사용자들에게 사용하게 해보라는 것. 머, 이건 Agile의 기본일 테지. 그리고 Lean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을 많이 제시했다. 다양한 해법들을 다 시도해보는 set of solutions, 의사 결정을 뒤로 미루라는 것 등등. 우리가 하고 있는 User Research에 대해서 소개하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까 좋은 방법이긴 한데 거기에 의지하지는 말라고 한다. 사용자의 니즈를 알아내기 위해서 다양한 각도로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으며 UR은 아주 유용한 방법이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개발자가 생각하는 방향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 외에 What is agile?이란 질문을 던진 사람이 있었다. 역시나 다들 이런 생뚱 맞은 질문을 하냐는 표정으로 그 사람을 쳐다봤는데 그 사람이 어느 정도 부연 설명을 하긴 했지만 이 주제는 다른 사람이 제시한 주제와 연계되서 다뤄졌다. 어떤 사람이 ContinuousIntegration이 Agile에서 필수적이냐는 질문을 제시한 것이다. 이외에도 Agile을 하는데 mandatory한 것이 있느냐, 어떤 걸 해야 Agile하다고 말할 수 있냐 하는 등의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이 질문이 좀더 concrete하다고 해서 What is agile 대신에 이 주제를 다뤘다.

컨설턴트들이 이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 재미있었다. 먼저 Why? 왜 ContinuousIntegration을 하려고 하냐고 물었다. 그러니까 Agile을 하기 위해서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답. 그러니까 그럼 또 왜 Agile을 하려고 하냐고 물었다. 그러니까 상사도 agile을 하라고 하고 자기들도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 하고 싶고 등등의 이유를 제시했다. 그제야 비로소 CI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는데 CI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에는 다들 합의를 하는 분위기.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agile로 가기 위해 어떤 mandatory한 것이 있는 것 같진 않다. 그냥 이 practice를 적용하는 게 더 낫다면 적용하는 것이고 이런 것들이 하나씩 모여서 agile 문화를 형성하는 것일 뿐. 물론 practice 간에 의존성은 있을 수 있지만 agile해지고 싶다면 어떤 mandatory한 practice 하나를 적용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보다는 그 조직에 가장 빨리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practice를 적용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이런 말을 하고 싶었지만 흐름이 워낙 빠르게 흘러가서 끼어들 타이밍을 찾지 못했다-_-

사실 여기서 영어가 어려운 것이 의외로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게 훨씬 어렵다. 말하는 것은 그래도 내가 원하는 바를 더듬더듬이나마, 문법에 좀 안 맞게나마 말할 수 있는데 듣기에서 흐름을 이해하기는 정말 어렵다. 그러다보니 토론 중에 끼어들기는 더더욱 어렵다. 뭔가 온실 속에서 영어를 배우다가 거친 real world에 나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생각해보면 그 발음 정확한 CNN도 집중해서 들어야 50% 알아들을까 말까인데 어찌보면 이런 상황은 당연한 것 같다.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던 듯.

그리고 Leadership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Leadership이 필수적이냐는 이야기였는데 이 주제를 꺼낸 사람은 팀에서 굉장한 push를 받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컨설턴트들이 첨에는 Leadership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이야기를 좀 듣더니 Leadership은 필요하지만 그게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technical leadership, business leadership, scrum master의 역할 같은 process leadership이 여러 사람에게 나뉘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가 드디어 그 사람의 의도를 깨닫고는 push 스타일의 리더와 pull 스타일의 리더가 있는데 그 사람이 말하는 문제는 push 스타일 때문에 생기는 것 같다고 이야기해준다. 그러니까 좀 납득하는 눈치다.

오후에는 Elephant 2000을 들었다. Common Lisp를 만든 사람이고 튜링 상을 받은 사람이래는데 학계를 잘 모르는 나로선 그닥 흥미로운 인물은 아니었고 나이가 엄청 많아보였는데 스피치도 그닥 인상적이진 않았다. 말도 느릿느릿 좀 지겹고 식곤증이 갑자기 몰려와서 그냥 쉬러 나왔다. 사실 내용 자체는 그런대로 재미있었는데 졸려서 제대로 못 들은 게 아쉽긴 하다. 대략적으로 자연어에서 좀더 많은 특성을 가져오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패널 토론을 들으러 갔다. Ward가 참여하는 세션이라서 간 건데 주제가 SOA다. 이제와서 웬 SOA? 대략 SOA로 도배되어 가는 세상에서 Object의 역할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Ward는 별반 토론에 기여하는 바가 없었고 내용이 좀 추상적이라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도대체 여기서 제대로 이해한 세션이라곤 Kathy Sierra의 세션 밖에 없는 것 같다. 선화는 precise software documentation을 들었는데 대강 들은 바로는 APL-like executable documentation 쯤으로 요약 가능한 것 같다. 재미 있는 세션이었을 듯.

오늘 저녁은 좀 지쳐서 다른 활동 안하고 놀기로 했다. BOF도 끼기 힘든 주제들 뿐이었다. 스몰토크, 시사이드, 맥 유저모임, 여성 유저 모임 등등. BoF는 그닥 활성화되지 않은 것 같았고 사람들이 그렇게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 같진 않았다. 그냥 우리나라 자바 컨퍼런스나 얼마전 웹앱스 컨퍼런스랑 비슷한 분위기랄까? 세션 중에도 밖에서 노트북으로 놀고 있는 사람이 엄청 많았는데 어제 만난 유학생 아저씨 말로는 컨퍼런스는 사람 만나러 오는 곳이고 내용은 나중에 페이퍼로 보면 되기 때문에 그닥 열심히 듣진 않는다고 한다. 토론 세션 같은 것도 논문 디펜스에 비하면 별거 아닌 것처럼 말했다. 학계 사람들은 그냥 OOPSLA를 논문 발표하고 사람 만나는 곳 정도로 여기는 듯하다. 사실 Ward Cunningham이나 Martin Fowler처럼 유명한 사람이 떼거지로 보인다는 점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특별하고 활기찬 컨퍼런스로 느껴지진 않는다. 대안언어축제가 더 Active하고 우리한테 잘 맞았던 것 같다. 사실 가방끈이 짧은 나에겐 이놈의 학구적인 분위기가 좀 맘에 안 든다.

저녁엔 Old Montreal로 구경하러 갔다. 가서 호수도 보고 주변 경관도 둘러봤는데 꽤 잘 꾸며져 있는 것 같다. 근데 유럽 여행 때 같은 감흥은 잘 일지 않는다. 비싼 물가 때문일까? 저녁 먹을 곳을 찾다가 Old Montreal은 넘 비싸서 그냥 신시가지로 가서 먹었다. 둘이 합쳐서 25달러 정도였는데 아주 배가 불러 죽을 정도로 많이 나왔다. 여기 사람들 정말 먹는 스케일이 다르다. 하나만 시켜서 같이 나눠 먹었어도 될 뻔 했다.

이제 컨퍼런스가 4일째 이어지니까 좀 지쳐가는 것 같다. 내일은 좀 쉬엄쉬엄 들으면서 놀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