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스타트업 개발 강의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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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Youngrok Pak
at
11 years,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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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여를 준비해왔던 <a href="http://startup-dev-tutor.springnote.ecolemo.com/%EC%8A%A4%ED%83%80%ED%8A%B8%EC%97%85%EC%9D%84%20%EC%9C%84%ED%95%9C%20%EC%9B%B9%20%EA%B0%9C%EB%B0%9C%20%EA%B8%B0%EC%B4%88">스타트업을 위한 웹 개발 기초</a>를 오늘 진행했다. 결과는 경기장 밖에서는 실패, 경기장 안에서는 성공.</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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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좋은 것부터 이야기하자면, 강의 주제의 목표를 제대로 달성했다. 개발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하루 만에 기본적인 기능이 탑재된 웹사이트를 개발해내는 것. 실제로 <em>프로그래밍 언어</em>란 게 뭔지 모르는 수강생도 있었지만, 훌륭하게 예제를 소화해냈다. 개발자가 아니라도 하루 만에 웹 개발의 기초를 배우는 것은 가능하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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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평가도 꽤 좋았다. 점수는 다 5점 척도. 주관식은 프라이버시 문제상 공개하지 않음.</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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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의가 수강한 목적에 도움이 되었나요? => 4.5</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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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의 이후 심화과정도 수강할 생각이 있나요? => 4.5</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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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의 가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3.5 (1:비싸다, 5:싸다)</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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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을 하고 싶어하는 지인이나 동료들에게 이 강의를 추천하실 의향이 있나요? => 5</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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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바와 달리 결제를 한 사람들은 22만원이라는 가격을 비싸게 느끼지 않았다. <em>아예 무료라면 모를까, 돈을 내고 배운다면 이 정도는 내야지</em> 같은 느낌이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물론 나도 프로그래밍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하루 만에 여기까지 할 수 있는데 비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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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S를 의도한 질문인 추천의향은 전원 5점을 줬는데, 사실 여기에는 약간의 편향이 있어서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면 안될 것 같다. 강의 인원이 소수다보니 약간 사적인 이야기도 나누었고, 그러다보니 어느 정도 인간 관계가 형성이 되서 심리적으로 더 좋게 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어쨋든 정말로 추천하면 참 좋겠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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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된 부분들을 보면, 일단 강의 교재 준비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초보자가 이해할 수 있는 스텝의 크기를 정확하게 분석했다. 이건 내가 자랑하는 능력 중 하나이며, baby step에서 배운 것이다. 고수는 일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스피드를 내야 할 때 big step을 밟으면서도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baby step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 이게 가능하기 때문에 초보자에게도 일을 시킬 수 있는 것이지. 물론 교재와 소스코드는 tutorial은 아니다. 혼자서 보고 따라하는 게 아니라 강의에서 활용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것만 보고 초보자가 따라할 수는 없다. 그래서 자료 보고 강의는 안 올까 하는 걱정을 하지 않고 강의자료와 소스코드를 모두 미리 공개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계산대로였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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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러 메세지를 보고 다음 스텝을 결정하게 만드는 시나리오도 꽤 적중했다. 단계를 밟아나갈 때마다 에러 메세지가 바뀌는데, 에러 메세지가 나쁜 것이 아니라 정보를 담고 있으며, 다음 할 일을 가르쳐준다는 점을 인식시키는데 성공했고, 두어 번은 수강생이 스스로 다음 할 일을 짚어내기까지 했다. Django tutorial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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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요소도 적당히 효과를 봤다. 짧은 시간의 강의를 하다보면 이것저것 소개만 하다보니 강의 중에는 복습이 안되기 쉬운데, 앞에서 배운 내용을 뒤에서 다시 반복할 수 있는 기회들을 꾸준히 만들어서 처음엔 계속 실수하던 것을 나중에는 스스로 해결하기도 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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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을 빗나간 부분은 수강생들의 진도가 저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따라하기도 바쁜데, 어떤 사람은 지루할 수 있다. 게다가 수강생들의 진도를 눈으로 확인하기가 어려워서 일일이 물어봐야 하다보니 더 어려웠다. 그나마 수강생이 적어서 오히려 다행이었달까. 10명 다 찼으면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부분은 대책이 필요하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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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몰랐던 사실은, 강의를 하면 목이 아프다는 것이다. 원래는 이 강좌를 시발점으로 일주일 짜리 강좌도 만들려고 했는데, 내가 일주일 연속으로 강의를 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 차크라 소모를 생각하면 한 달에 2회가 한계인 듯.</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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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뭏든, 여기까지만 보면 대성공이지만, 큰 그림으로 보면 대실패다. 왜냐면, 10명 정원인 강의에 2명 밖에 안 왔기 때문이다. ㅠㅠ 참석한 사람은 사전에 결제한 두 명 뿐이고, 대기자에 있던 사람들은 끝끝내 결제도 하지 않았고 참석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온오프믹스의 유료 모임에 미결제 대기자로 있는 건 참석 안함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그래서 두 명 밖에 안되는데 모임 장소는 더 작은 곳으로 바꾸지 못해서 모임 장소 비용과 온오프믹스 수수료로 비용이 나가고 나면 남는 돈은 오늘 하루치의 인건비도 안된다. 강의 준비는 거의 풀타임 3일치인데...</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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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실 에브리클래스처럼 수강 정원이 차야 강의를 하는 방식이 가능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건 사실 반대로 생각하면 실패에 대한 비용을 줄이는 것이지 성공을 위한 방법은 아니다. 더 좋은 것은 기간 내에 수강 정원이 차고, 다 참석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을 못했던 것이 실패의 핵심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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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 다 차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겠다. 우선 핵심 가설, <strong>프로그래밍 경험이 없지만 배워서라도 자기 아이디어를 실현해보고 싶은 사람이 많다</strong>는 것이 틀렸을 수 있다. 그것보다는 개발 할 줄 아는 사람을 구하는 게 더 쉽다고 생각할 수 있을 듯. 만약 이 가설이 틀렸다면 이 강의는 여기서 스톱해야 한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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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가설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홍보 부족일 가능성도 크다. 온오프믹스 대기자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컨택해온 대기 수요도 꽤 많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홍보가 다섯 배 더 잘되었으면 정원을 채웠을 거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내 SNS만 홍보한 것은 너무 부족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내가 SNS를 넘어선 효과적인(그러면서 돈 안드는) 홍보 방법을 모른다는 문제는 극복해야 할 것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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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가설이 맞고, 홍보도 많이 되었지만 하루 만에 비 개발자가 개발을 배우는 게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을 수도 있다. 홍보의 양과는 별개로 홍보의 설득력이 부족했을 가능성이다. 이건 지난 번 시범 강의와 이번 강의 평가를 공개하면 많이 보완할 수 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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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강의라는 점도 제약일 수 있다. 몇몇 지인과 선화가 이 문제를 언급했다. 이건 토요일 강의를 해보면 알겠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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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원래 이 강의를 내가 기획한 것은 안정적인 수입원을 찾기 위한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2년 후에 대박 나는 것, 내일 10원 벌기 시작할 수 있는 것, 이번 달에 수백만원 벌 수 있는 것,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눠서 분산 투자를 하고 있는데, 세번째 카테고리에 속했던 교육 사업이 지금 상태로 봐서는 두번째 카테고리에 더 가까운 일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럼 세번째 카테고리가 비는 문제도 생길 뿐더러, 두번째 카테고리의 다른 아이템과의 경쟁 문제도 생긴다. 말하자면, 이 교육사업은 안정적인 수입원이 아니라 스타트업인 셈이다. 사실 다른 pros & cons는 다 예상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는데, 이 점 하나만큼은 오늘 해보고서야 깨달은 것이다. 생각해보면 전에도 깨달을 수 있었던 문제인데, 역시 난 내 손으로 해봐야 되는 타입인 듯.</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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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두 가지 방향으로 생각 중이다. 일단은 2차 강의는 한 번 더 해봐야 한다. 핵심 가설 이외의 문제점들은 일단 다 극복 가능해보이므로 거기까지는 시도해본다. 두번째는 방향을 살짝 틀어서 동영상 강의로 제작하고 vod나 유튜브 광고 수입을 노려보는 것이다. 여기까지 해보고 나면 아마 접을지 말지 시원하게 결정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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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면 예제 소스를 먼저 만들어 본 것, SNS에서 의향 조사를 해본 것, 시범 강의를 열어본 것 등등 모두 린 스타트업 방식으로 해왔는데, 그래놓고도 이게 스타트업이 아니라 안정적인 수입원이라고 생각했다는 게 참 멍청했던 것 같다;; 당연히 처음부터 스타트업으로 분류될 일인 것을.</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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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이번 주 목표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은 제대로 달성했다. 슬프지만 뿌듯한 하루.</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