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_유전자


Youngrok Pak at 5 years, 6 months ago.

생물체는 이기적인 유전자의 보존을 위한 생존 기계라는 관점에서 진화론을 설명하는 책.

저자
리처드 도킨스
시작
2007.3.5
2007.3.22
평점
8

노스모크에서 누가 [:눈먼 시계공]을 먼저 읽은 사람이 [:이기적 유전자]를 읽을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는데([:눈먼 시계공]이 같은 저자가 더 나중에 쓴 책) 내 생각엔 순서와 상관 없이 둘다 읽을 가치가 있다. [:눈먼 시계공]이 진화론에 대한 큰 그림을 제대로 그려주긴 하지만 유전자의 이기성에 대한 문제들을 이처럼 흥미롭게 다뤄주고 있진 않다. 이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물은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생존 기계이며 유전자는 이기성을 갖고 있어서 생물을 자신의 생존을 위한 도구로 이용한다. 진화도 이런 유전자의 생존을 유리하게 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대다수의 생물이 이기적이다. 하지만 때때로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생물도 있는데 이것은 이기성이 생물 개체의 특성이나 종의 특성이 아니라 유전자의 특성이기 때문에 유전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재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이런 유전자의 지배에 저항한다는 이야기이다. 유전자는 때때로 개체의 이익, 혹은 종의 이익까지 훼손해 가면서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 하는데 인간만이 유전자의 지배에 저항해서 개체의 이익과 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할 수 있다. 이 이야기는 [:눈먼 시계공]에서 이미 읽은 바 있다. 진화는 유전자의 자기 복제 과정에서의 오류에 의해 진행되고 생물은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데 인간에 이르러서는 유전자의 진화 속도를 훨씬 뛰어 넘는 새로운 자기 복제자, meme이 출현했다. meme은 생물학적 진화를 훨씬 뛰어 넘는 속도로 변화하기 때문에 인간의 행태도 생물학적 진화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meme이란 인간의 뇌에서 뇌로 전해지는 것들을 말한다. 이를테면 뉴턴 역학이라든지 베토벤의 교향곡 같은 것이다. 생물이 죽어도 유전자는 계속 이어지듯 인간이 죽어도 meme은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마음씨 좋은 놈이 일등한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생존 게임은 단판 승부일 경우 양쪽 모두 악한 행동을 하는 것이 자신의 생존에 유리하다. 하지만 이것이 반복 게임이 되면 게임의 룰이 바뀌게 된다. 악한 행동은 서로에게 피해만을 끼치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서로에게 악하게 행동하면 망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생존 게임이 반복될 경우 선한 행동을 하는 개체끼리 이익을 주고 받으면서 악한 행동을 하는 개체보다 높은 생존율을 보일 수 있게 된다. 많은 것을 시사하는 이야기이다.

성 역할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 있다. 암수는 각기 번식의 성공율을 높이기 위해 다른 방향의 진화를 선택했다. 암컷은 생식 세포를 키우고 많은 영양을 부여해서 생식 세포의 생존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컷은 생식 세포를 더 작고 가볍게 만들어서 쉽게 다른 생식 세포에 수정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그 결과 암컷은 소수의 생식 세포를 잘 지키려는 경향을, 수컷은 다량의 생식 세포를 많이 뿌리려는 경향을 보이게 되었다. 그래서 암컷은 자신의 유전자가 전해진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양육에 더 힘을 쏟아야 하지만 수컷은 유전자를 많이 뿌리기 때문에 자식 양육에 힘을 쏟지 않더라도 많은 수정을 하는데 성공하면 유전자가 전해질 확률이 높아진다. 그래서 암컷은 늘 불리하기 때문에 대응 전략을 두 가지 찾아냈다. 하나는 양육에 힘을 쓸 가정적인 수컷을 찾아내는 것. 그래서 교미 과정을 통해 그런 수컷을 판별하려고 한다. 또 하나는 양육에 힘을 쓰지 않더라도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자신의 자식의 생존률을 높여줄 수 있을 것 같은 강한 수컷을 찾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런 경향은 인간에게도 이어지는 것 같다. 여성들도 일반적으로 가정적인 남성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남성성이 강한 강인한 남자를 선호하는 여성도 적지 않다. 물론 인간은 유전자의 지배를 넘어 서기 때문에 유전자의 생존 뿐 아니라 자신의 생존에 유리한 돈 많은 남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 압도적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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