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2005년2월-2005년6월


Youngrok Pak at 12 years, 3 months ago.

2005.6.28.

이제 겨우 종강했다. 음..아니, 종강한지 이틀 더 지났군. 망할 디시설. 계절 학기가 시작되었는데 1학기가 종강이 안되는 이 현상은..

여러 모로 참 새로운 느낌의 한 학기였다. 처음으로 모든 강의에 출석해봤고 처음으로 숙제 안 빠뜨리고 다 내봤고 처음으로 A+을 받았고 처음으로 3.0 넘기기를 기대하고 있다. 전공들이 쏟아부은 노력에 비해 학점이 좋지 않다는 게 좀 아쉽기는 하다. 정작 제일 공부 안한 인식론의 이해에서만 A+이 나오고. 철학과를 갈 껄 그랬나-_-

공부를 해보니까 안 보이던 게 보이는 것이 많아졌다. 일단 우리 학교 교수들의 가르치는 실력이 형편 없다는 것. 특히 우리과 교수들은 정말 최악이다. 디시설, 진짜 내가 가르쳤어도 이거보다 훨씬 잘 가르칠 수 있었다. 교수와 조교가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방해가 되었달까. 개념 없는 교육의 폐해는 수강생들의 부실한 실력으로 나타난다. 시스템에 적응해서 A 받는 애들은 많지만 걔네들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냐 하면 결코 아니다. 디시설 시험 성적에서 탑을 달리는 애들이 정작 실제 설계 프로젝트에서는 기초에 해당하는 질문을 하기도 하고 좀 개념이 부족한 모습을 많이 보인다. 시험 성적이 바닥에 가까운 나보다도. 시험 잘치는 기계로 만들 수는 있어도 내실을 갖추게 할 수 없는 교육 시스템의 문제다.

사실 나도 학점 잘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안다. 교수랑 코드만 잘 맞춰주고 요점 암기식의 시험 공부에 친구를 적절히 활용하고 학점 잘 주고 로드가 적은 과목 찾아서 들으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얻은 학점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내 머리에 쌓을 수 없는 지식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수강생들의 행태를 보면 목적은 오로지 학점 뿐인 듯 하다. 토론 과정을 높이 평가하는 수업에는 열심히 참여해서 토론하지만 안 그런 수업에서는 입 꾹 다물고 그냥 시키는대로 할 뿐이다. 레포트 내라 그러면 내용이야 어찌되었든 길게만 쓰려 할 뿐이고 어려운 숙제 나오면 친구 꺼 베끼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이게 국립 서울대학교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 적응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오랜만에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다시 읽어봤다. 러시아의 대학과 우리나라의 대학. 부러운 면이 없지 않다. 학문은 없고 학점만 있는 대학. 이런 학점을 기준으로 인재를 선발하는 기업. 이러니 구직란과 구인란이 동시에 일어날 수 밖에.


2005.6.19.

우리가 잘못한 것은 스스로를 위해 싸울 수 없는 사람을 위해 싸워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 어 퓨 굿맨

톰 크루즈는 언제 봐도 멋있군.


2005.6.14.

드디어 시험 끝났다. 6시간 연속으로 팔을 혹사시켰더니 마지막 시간엔 팔이 아파서 글 쓰기가 힘들 지경이었지만 끝나니까 너무 홀가분하고 기분 좋다. 으하하하~ 이제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을 수 있겠군.


2005.5.20.

어제 법사상 고전 강독 시간에 역사 청산 이야기가 나왔는데 선생님이 독일에 갔던 이야기를 해주셨다. 마침 나치 청산에 대한 특별 행사로 관련 책이 쏟아져 나와서 대형 서점의 서가 하나를 점령하고 있었고 그걸 보고 있었는데 한 할아버지가 걸어오시더랜다. 한걸음 한걸음을 겨우겨우 내딛는 할아버지가 서가 앞아 서서 나치 부역자의 목록이 정리된 책 한 권을 뽑아들고는 뒷부분의 인덱스를 쭉 훝어보고는 갑자기 고함을 꽥 질렀다. "아직도 xxx가 안 들어 가 있어!" 순간 서점 전체가 고요해졌다. 그리고 사람들의 동작이 마치 정지된 것처럼 책장을 넘기던 채로 가만히 있었고 다들 소리 난 곳을 보고 싶어하면서도 감히 할아버지를 쳐다보지 못했다. 할아버지가 다시 힘겨운 걸음으로 그곳을 나가고 나서야 마치 정지 상태가 풀린 듯 사람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그 할아버지에도 놀랐지만 그 사람들에 더 놀랐다고 했다. 그 분위기, 마치 역사의 무게에 짓눌린 듯한, 할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는지를 모두가 알고 있는 그런 분위기. 그러면서 선생님은 우리 조상들이 나쁜 짓 많이 했지만 나치만큼 큰 죄를 저질러서 그 후손들이 역사의 무게에 짓눌리게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 참 감사하다고 하셨다. 하지만 난 오히려 그 사람들이 일견 부럽기도 했다. 그들은 50년도 더 지난 역사의 무게를 아직도 피부로 느끼고 있는데 우리는 30년도 채 지나지 않은 5.18을 벌써 잊어가고 아직도 광주의 진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한국의 서점에서 친일 부역자에 대해 어떤 할아버지가 똑같이 소리쳤다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미친 사람 취급? 외면? 우리의 역사 교육은 뭘 해왔는가?


2005.5.4.

드디어 중간고사가 끝났다!! 정말 어깨에 짐 하나는 던 것 같다. 예전에 수업도 들어가는 둥 마는 둥, 시험도 대강대강 칠 때는 수업 듣는 게 힘든 줄 몰랐는데 따라가려고 하니까 꽤 힘들다. 하지만 그런대로 공부하는 재미는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시험도 공부한 거에 비하면 그럭저럭 선방한 듯. 이제 놀아야지.


2005.5.1.

어제 자바서비스넷 엔지니어 모임에 갔다. 좀 늦는 바람에 사람들 소개를 제대로 못 들어서 얼굴이랑 이름이 잘 매치가 안된다-_- 좀 놀라웠던 것은 나라는 사람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JCO 회장인 양수열씨나 OKJSP 운영자 허광남씨처럼 꽤 유명한 사람들이 말이다. 허광남씨는 구글에서 내 이름 치면 쭈욱 나온다는 말까지 했었는데 그 말 듣고 직접 쳐보니까 대부분 국회의원 박영록과 탤런트 박영록에 대한 것들이었고-_- 대신 박영록, 자바로 검색하니까 내 글이 꽤 많이 나왔다. 네이버에서도 쳐봤는데 블로그에 내가 마소에 기고했던 글을 퍼올려둔 사람이 많았다. 10명은 넘는 듯. 알고보니 마소랑 ZDNet이 계약이 되서 마소 글이 ZDNet에도 게재가 되고 그래서 그 글이 여기 저기 퍼올려진 것 같다. 암튼 덕분에 내가 생각보다 많이 알려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데 그걸 생각하니 좋기도 하지만 이제 좀 조심해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임은 토픽을 준비해온 사람들이 하나씩 발표하는 방식이었는데 솔직히 이 방식은 좀 싫었다. 한 주제에 대해서 한 사람이 오래 말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의견을 나누는 그런 모임을 기대하고 왔는데 발표 & 질답 식이 되어서 좀 지루했다. 첫 발표는 asset based programming이라는 것이었는데 내가 2년 전에 하려고 했던 것과 상당히 비슷했다. SI에서 발생하는 요구사항은 패턴화할 수 있는 것과 그럴 수 없는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대체적으로 패턴화할 수 있는 것이 50%는 된다. 이 부분들을 자동화해서 빠르게 개발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가 제시되었는데 내가 하려고 했던 것과 약간 다른 방향으로 훨씬 많이 진도가 나가 있었다. 난 주로 리팩토링으로 공통 부분을 클래스로 뽑아내는 방식을 썼었는데 이 발표에서는 템플릿을 이용한 코드 자동 생성을 제시했다. 난 CodeGenerationIsaDesignSmell 을 지지하기 때문에 쉽게 동의할 만한 내용은 아니었고 다만 이클립스 플러그인을 패턴 자동 생성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이원영씨의 퍼포먼스 튜닝에 대한 이야기는 그 이론 정립이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정리된 이론이면 아마도 거의 모든 상황에서 병목 지점을 정확히 짚어낼 수 있을 것이다. 책으로 써내도 되지 않을까 싶다. 하드웨어에 대한 비용이 아주 크리티컬한 이슈가 되는 경우에는 정말 유용한 이론일 것이다. 모니터링 시스템인 제니퍼도 모니터링을 넘어서서 런타임 프로파일링을 일정 부분 담당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인 것 같다. 하지만 하니터에 비해 기능이 크게 많다고는 할 수 없는데 그에 비해 가격대가 너무 높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니터를 개량해서 오픈 소스로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랬다면 어땠을까나.

이희승씨의 MINA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사실 관심사 밖이라 흥미가 일진 않았다. 그 외에 오고 가는 이야기들은 단편적으로 끝났다. 주제 하나에 여러 사람이 붙어서 열띤 토론을 벌이는 그런 모습이 좀 나왔으면 했는데 아직 다들 친밀한 사이가 아니다보니 쉽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나마 모임 마치고 저녁 먹으면서 나눈 이야기들, 지하철에서 오면서 나눈 이야기들이 재미있었던 것 같다. JCO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다들 가정도 있고 직장도 있는데 비영리조직 활동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오히려 나 같은 학생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2005.4.19.

4.19다. 수업 끝나고 오는 길에 보니까 4.19 마라톤을 시작하고 있었다. 근데 왜 꼭 4.19 마라톤 때마다 비가 오는 것일까. 뛴 게 두 번, 본 게 두 번인데 맑은 날이 없었던 것 같다.

한 XP 팀은 일주일에 26시간을 페어프로그래밍하고 2시간 정기 미팅, 4시간 개인 개발을 하고 나머지 8시간은 관리, 이메일, 업무상 호출, 비정기 회의, 휴식으로 보낸다고 한다. 이 정도면 표준적인 XP 팀이 아닐까 싶다.

회사 다니다가 학교 다니면서부터 시간 관리가 좀 어려워졌다. 사실 회사 다닐 때는 업무 시간이 딱 정해져 있고 업무 시간에는 업무만 생각하면 되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은 공부를 하건 놀건 압박감이 없었다. 그런데 다시 학교 다니니까 수업 시간 외에도 숙제도 하고 공부도 해야하기 때문에 수업 외 시간의 부담이 커서 오히려 맘 편히 노는 시간이 없어져버렸다. 그나마 3월엔 슬슬 놀면서 따라갈 수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숙제와 시험이 쏟아지기 시작하니까 시간 관리가 잘 안된다. 화요일은 아침 9시 수업인데 이날이 숙제도 제일 많다. 그러다보니 월요일 밤에 늦게까지 하고 아침에는 비실비실대기 일쑤다. 그래서 좀 바꿔보기로 했다. 아침형 인간! 이젠 오후는 웬만하면 다 잊고 그냥 놀기로 했다. 숙제가 남아도 무조건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하기. 일단 어제-오늘 사이는 절반의 성공이다. 작심 삼일이 될 것인가 새로운 해법이 될 것인가.


2005.4.16.

간만에 농구하러 갔다. 영주랑 준영이랑. 근데 이거 원 뛰지를 못하겠다-_- 대학교 때 체력 하나 믿고 뛰던 나의 농구가 이제 체력이 떨어지니 정말 초라해져버렸다. 근데 오늘 어떤 아저씨들이랑 올코트로 붙었는데 이 사람들이 뛸 때는 나보다 어려보였는데 나중에 이야기하는 거 들으니까 30대도 있고 나보다 대체로 나이가 많은 사람도 몇 있었다. 그 동안 내가 얼마나 체력 관리를 안해왔는지가 뼈저리게 느껴졌다. 30대 아저씨들한테 지다니. 이따가 중학생들하고도 붙었는데 얘네들하고 뛰니까 정말 따라갈 수가 없다-_- 최근 그래도 매일 30분 정도는 운동하고 있었는데 내 체력을 되찾기엔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는 것 같다. 매일 한 시간 정도 강도도 좀 높여서 해봐야겠다.


2005.4.11.

인류의 권리와 불굴의 진리를 변호함으로써 내가 압제 혹은 그에 못지 않게 유해한 무지에 희생된 비참한 자들 중 몇 명이라도 죽음의 엄청난 고통으로부터 구출해낼 수 있다면, 환희와 행복의 감정에 도취된 한 무고한 자의 감사의 눈물은 다른 모든 사람들의 경멸을 이겨내고 나를 즐겁게 할 것이다. - 체자레 벡카리아


2005.4.10.

오랜만에 C++ 하니까 자바가 너무 그립군.


2005.4.9.

오래 걷는 것, 오래 서 있는 것, 오래 앉아 있는 것, 오래 누워 있는 것, 오래 보는 것, 오래 듣는 것 등이 모두 수명을 손상시킨다. - <동의보감>

맞는 말인 듯.


2005.4.4.

디버깅은 테스트로 대체할 수 있다. - Kent Beck


2005.4.2.

최근 설득에 관한 책을 두 권 읽고 있다. 원래 처세나 자기 관리, 화술 등에 관한 책은 다 쓰레기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읽지 않았었는데 김창준 씨가 몇 권 추천을 하는 것을 보고 이런 책도 잘 찾으면 괜찮은 책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 물론 프로페셔날의 조건 같은 명저도 영향을 미쳤고. 그래서, 읽고 있는데 여전히 빛이 안 보인다. 현재의 난 최소한 상대방이 내 주장을 진지하게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고 기본적인 논리적 사고 능력만 있다면, 그리고 내 주장이 옳다면 충분히 설득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아주아주 드물다. 내가 예전에 있던 팀은 그런 면에서는 나에게는 행운이었지만 그런 팀은 그다지 많지 않다. 대부분은 자신의 고정 관념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 관념을 지키려고 애쓴다. 이런 상황에서는 설득도 설득이거니와 토론의 순도가 떨어져서 짜증이 난다. 정말 순도 높은 토론으로 대립이 지속된다면 그건 정말 대립할 만한 일이기에 그런 것이겠지만 대개의 경우 긴 토론은 논점을 외면한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두 권의 책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이 적이라면 좋은 일이지만 우리 편이라면 정말 우울한 일이다. 실제로 토론을 하게 되는 사람은 다 우리 편이기 때문에 신겐처럼 세상에는 바보들이 널려 있기 때문에 내가 천하를 노릴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설득의 달인이라는 사람들도 과연 그런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2005.4.1.

마소 3월호 기고

[패턴프레임웍XP]


2005.3.25.

PersonalMobileTool


2005.3.25.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내가 듣는 수업들을 잠깐 평가해본다.

  • 법사상 고전 강독 이번 학기 단연 최고의 선택이다. 내가 이제까지 교수를 비롯한 강의자에게 나보다 정말 많이 앞서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김창준 씨 이후로 처음이다. 물론 내가 법에 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법대 교수의 지식에 미칠 수 없는 것은 당연하지만 학생들의 난상 토론 속에서 요점을 짚어내는 능력, 사려 깊은 커리 선택, 뛰어난 강의 운영 능력,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능력은 내가 아직은 따라갈 수 없는 것들이다. 아직 몇 주 안 지났지만 나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수업이다.

  • 영미 단편 소설 강독 이번 학기 최악의 선택이다. 시간 강사의 한계마저 느껴진다. 토론식 수업이라는 강의계획서를 믿고 왔건만 실제 수업에서는 전혀 토론을 장려하지 않는다. 빡빡하게 배정한 일정은 에시당초 토론식 수업을 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마저 의심케 한다. 실력도 의심스럽다. 수업 한 번 할 때마다 꼭 하나씩 틀려서 학생들에게 지적을 받는다. 단순한 착각이라기보다 문맥을 짚어내는 능력이 부족하다. 게다가 창의성이 결여되어 있고 단순히 기존의 해석을 반복하는데 지나지 않는다. 내가 이 수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그저 소설 몇 편 읽을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기대되는 것은 수강생 중 뛰어난 학생이 한 명 있고 나중에 그와 함께 Minority Report에 대한 발표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같이 준비하다보면 내가 배울 것이 많을 것이다.

  • 디지털 시스템 설계 과거 10학점 짜리 과목으로 불렸었던 과목이고 F 받아서 재수강하는 과목이다. 하지만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채수익 교수는 복잡한 부분들을 제거하고 핵심적인 부분만 잘 가르치자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으며 학생들과 잘 호흡하면서 강의한다. 텀 프로젝트도 복잡도가 많이 낮아졌다. 사실 이전의 디시설 강좌는 난이도는 별로 높지 않았지만 복잡도가 높아 로드가 많이 걸리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로드가 효과적으로 제거되었다. 어차피 디테일은 그 분야에서 일하게 되면 다 새로 배우게 되거나 혹은 책 찾아가면서 하게 마련이다. 굳이 이런 걸 강의시간에 소화시키려는 것보다 핵심에 대한 이해에 집중하는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

  • 임베디드 시스템 아직까지는 그저 지루한 수업에 불과하다. 하나 인상적인 것은 내가 사려고 했던 타블렛 PC를 강의에 활용한다는 것 뿐-_- 다만 텀 프로젝트는 실제 ARM 프로세서를 가지고 하기 때문에 흥미로울 것 같다.

  • 인식론의 이해 칸트를 읽어보고자 한 수업인데 이제야 겨우 칸트에 들어갔다. 다행스럽게도 강사도 칸트 전공자여서 앞으로는 칸트를 열심히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걸리적 거리는 수강생이 하나 있다.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는 것은 좋은데 너무 강의의 흐름을 끊는다. 오히려 스스로 좀더 깊이 생각을 해보고 교수와 짧게 대화를 나눈다면 더 얻는 것이 많을 텐데 너무 건건이 교수에게 물어서 답을 얻으려 하거나 때로는 강의 방향에서 너무 먼 질문들을 던져 진도를 느리게 만든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서 무언가 배울 수가 있을까? 어쨋든 교수는 처음에는 일일이 답해주다가 그러다가는 진도를 못 나갈 것이라는 걸 깨닫고 이제는 잘 제제해가면서 수업한다. 최소한 철학에 대한 기본 개념은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 언어의 이해 2학점 짜리 남는 거 찾다가 신청한 과목. 강의는 지루하다. 하지만 내용 자체는 그럭저럭 배워둘 만 하다.


2005.3.24.

[HowToMeasureProgrammerProductivity]


2005.3.18.

독도 때문에 시끄럽다. 다케시마의 날과 대마도의 날이 한 판 붙는 것인지. 옛날 영토를 되찾자는 주장이 과연 설득력이 있는가? 사실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기에 역사적 사실은 따질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현재 우리가 이미 통치하고 있는 영토이기 때문이다. 일본 입장에서 이를 되찾는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남의 영토를 빼앗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사실 이런 의미에서는 한국 사람은 일본을 욕할 자격이 없다. 고구려 옛 영토를 되찾자는 주장이나 대마도를 되찾자는 주장이나 결국 일본의 다케시마 주장과 똑같은 수준에 불과하다. 마산 시의회는 대체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지. 맞불은 잘 놓으면 위기에서 벗어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잘못 놓으면 더 빨리 죽는 수단에 불과하다. 결국 마산의 수준도 시네마현의 수준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셈이다. 고토 회복 주장은 곧 전쟁 뿐이다. 영토를 빼앗겨서도 안되지만 남의 영토를 빼앗으려 하는 것은 결국 일본과 똑같은 수준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2005.3.5.

드디어 PDA를 샀다. 샤프의 [자우루스SL-5500]. 중고로 21만원. 23만원에 내놨던 걸 2만원 깎았다. 더 깎을 수도 있었지만 팔러온 학생이 착해보여서 깎다 말았다. 쓰지도 않은 새 거라는데 깎기 좀 미안하기도 하고. 오는 길에 좀 해봤는데 이게 웬걸, 화면에 찍는 위치랑 클릭되는 위치가 달랐다. 당황한 나머지 다시 그 학생을 부를까 하다 좀더 살펴보니 보정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보정하고 나서 이것저것 써보니까 생각보다 좋았다. 필기 인식도 잘 되고 화면도 좋고 크기도 딱 좋다. SD 카드를 쓸 수 있어서 디카 메모리 카드랑 호환도 된다. 밑에 사진은 디카 싱크가 고장나서 디카로 찍고 메모리 카드를 PDA에 꽂아 싱크시켜서 받은 것.


2005.3.2.

마소 2월호에 기고한 글.

[웹프로젝트개발환경구축]


2005.3.2.

개강했다. 간만에 눈이 펑펑 내렸고 간만에 8시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었고 간만에 학교를 갔다. 기분이 좋았다. CR에도 들렀다. 날 반겨준 건 배준석. 그리고 곧이어 들어온 우종은. 98 둘과 00 하나, 이것이 2005년 CR의 풍경으로 적합한가-_-

수강 신청 변경을 했다. 우선 디지탈시스템설계는 재수강해야하기 때문에 필수였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여성과 사회, 정치학개론 등 12학점 신청해둔 상황. 정치학개론은 오늘 아침의 인상으로는 별로였다. 교수가 된지 얼마 안되는 사람인 듯 했고 말하는 게 열라 지겨웠다-_- 디시설은 채수익 교수였는데 첫 인상은 상당히 좋았다. 다소 중언부언하긴 했지만 핵심을 잘 이야기했고 강의 준비하는 거라든지 강의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을 볼 때 낡은 틀에 갇혀 있는 교수는 분명 아니었다. 그는 임베디드 시스템, 컴퓨터 구조론, 운영체제, 컴파일러 등의 과목을 권장했다. 컴파일러는 다음 학기에 삼수강으로 들어야하고 나머지도 꽤 흥미가 있는 부분이라 들어보기로 했다. 임베디드 시스템이 월수 오전에 있어서 월수 1교시인 정치학개론은 드랍했다. 흐흐, 지겨운 교수여 안녕~

이제 남은 건 교양을 고르는 일이다. 컴공 전공을 들어볼까도 했지만 강의계획서들을 보고 좌절했다. 역시 프로그래밍에 관해서는 학교에서 배울 게 그다지 많지 않아보인다. 최신 방법론이랍시고 CBD를 들먹이는 건 도대체 언제적 이야기인가. 울과 전공은 거의 다 들었거나 관심 없는 것들. 교양을 뒤적이다가 인식론의 이해를 발견했다. 한자의 홍수에 좌절했던 순수이성비판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았다. 오케이. 영도가 고급 영어 작문을 추천했는데 내 수준에선 무리라고 판단되었다. 그러다가 기술 논문 작법에 관한 강좌를 발견했다. 일단 넣었는데 웬지 좀 못 미덥다. 1학년 때 접해본 국어 관련 교수들의 수준을 생각하면 학교에서 이런 강좌를 듣는 것이 도움이 될까 싶기도 하다. 글 잘 쓰는 교수가 있어야 잘 가르칠 꺼라는 믿음이 생기지. 그러다가 영어 단편 소설 강독을 발견했다. 마침 기술 논문 작법이랑 겹친다. 당근 영어 단편 소설 강독 선택. 그리고 또 돌다가 법사상 고전 강독을 발견했다. 이번 학기는 책 읽다가 다 가겠군. 등록. 마지막 2학점 채울 걸 찾았는데 2학점 강좌가 왜 이리 줄었지. 체육 두 개를 들을까도 했지만 시간표 맞는 게 없었고 다 꽉 차 있었다. 4학년이면 다 추가로 등록해주지만 그런 수고를 할 정도로 듣고 싶진 않았고 그러다가 언어의 이해를 발견했다. 강의 계획서가 의외로 괜찮아서 등록했다. 17학점 주4 월화수목에 모두 4시 이전에 끝난다. 시간표는 이 정도면 훌륭한 듯.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책도 많이 읽어야하고 전공도 꽤 빡센 강좌 둘이다. 예전에 디시설 10학점 짜리라고 하던 게 생각난다. 머, 어쨋든 수강신청 다 하고 수업 들을 생각하니까 약간 들뜬다.


2005.2.27.

PDA를 살지 노트북을 살지 고민이다. 휴대성은 의외로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삼성 센스 Q30은 배터리 포함해서 1.2kg에 불과하다. A4도 제대로 안 들어가는 내 가방에도 무리 없이 들어간다. 정말 이건 명품이다. 보면 사고 싶은 생각이 팍팍 든다. 단지 239만원이란 가격이 좀 압박일 뿐. 하지만, 노트북은 뭔가 하려면 가방에서 끄집어 내서 어딘가에 놓고 뚜껑을 열고 켜야한다. 호주머니에서 꺼내서 바로 끄적일 수 있는 PDA에 비하면 휴대성 자체는 별 차이 없다해도 작업을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다. 게다가 훨씬 싸다! 하지만 노트북처럼 완전한 컴퓨터로서의 장점은 가질 수 없다.

넥시오는 꽤 괜찮다. 비싸지만 비싼 값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크기가 좀 크다는 느낌이다. 물론 거대한 다이어리나 프랭클린 플래너에 비하면 훨씬 작고 편리하지만 포켓 싸이즈인 다른 PDA들에 비해서는 좀 크다. 사실 샤프 자우루스를 사고 싶었는데 이건 국내에서 정식으로 취급하는 곳을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중고로 살까 생각도 해봤지만 A/S가 걸린다. 넥시오는 삼성 디지털 플라자가 곳곳에 널려 있다. iPAQ은 싫다. 웬지 그냥 싫다-_- 아..고민..고민..


2005.2.27.

YMCA 여성 참정권이 부결됐단다. 어이가 없다. 아직까지 여성에게 참정권이 없는 단체가 있었다니. 역시 기독교 집단답다.


2005.2.18.

Welcome to the real world. It sucks, but you'll love it. -- 모니카, 프렌즈 I


2005.2.18.

자바 컨퍼런스에 다녀왔다. 일은 그만두었지만 프로그래머를 계속할지도 모르고 어쨋거나 지금은 재미 있는 것이니까. 작년에 꽤 재미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갖고 갔다. 처음에는 토론 트랙에 참여했다. 주제는 한국 시장에 맞는 프레임워크. 하지만 토론에서 얻을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참여자 한 명이 각자의 프레임워크에 대한 소개를 해보자고 했고 난 이게 각자 1~2분 수준에서 짧게 끝나고 본격적인 논의로 들어가길 바랬는데 각자 자신의 프레임워크를 자랑하고 싶었는지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배우러 온 것인지 가르치러 온 것인지. 머, 나 역시 크게 예외는 아니었다. 정작 내 차례가 되니까 짧게 얘기하고 넘어가야지 하면서도 4~5분은 소비한 것 같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논의는 별로 못해보고 논의가 점점 지루해져서 그만두고 나왔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내가 프레임워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는 되었던 것 같다. 당시 XP 계열의 사람 한 명이 초반부에 참여했었는데 논의의 방향이 지루하게 흐르자 바로 떠나버렸었는데 나도 그랬어야 했던 것 같다.

이게 끝나자 세번째 세션이 되었고 김창준씨의 강의를 들으러 갔다. 그의 강의는 두 번 들었는데 두 번 모두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었다. 그리고 xper과 노스모크에서 접하는 그의 생각들을 보면 그의 깊은 식견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취직한지 얼마 안되서 자바서비스넷에서 이원영씨의 글들을 보면서 그 깊이에 감탄하고 도대체 저 사람을 언제 따라잡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3년이 지난 지금은 스스로 당시의 이원영씨의 수준은 충분히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은 내가 후학이기 때문에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이긴 하다. 그런데 김창준씨의 글들을 보기 시작한지는 1년이 넘었는데 아직은 거리감이 많다. 2년쯤 더 지나면 좀 달라질까?

이번 세션이 작년만큼 재밌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XP에 관해서는 많이 발전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여전히 그가 보여주는 식견의 깊이는 깊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work, play, practice의 구분이다. 난 프로그래머는 직업에서의 프로그래밍만으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TDD도 일에서부터 바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work 외에 practice에 투자하는 시간이 그의 전문가로서의 능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말을 들으니 과연 맞는 말 같다. 내가 work 외에 투자했던 시간들이 생각해보면 나를 한 단계 진보시키는 시간들이었고 work에서는 자잘한 경험들을 얻긴 했지만 큰 깨달음을 얻은 경우는 시간 비례에 비하면 훨씬 적다. 그러고보면 회사 차원에서도 업무 시간의 일부를 practice, play에 투자하도록 권장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2005.2.4.

간만에 책 정리를 했다. 책상 청소도 하고 필요없는 것들은 죄다 내버렸다. 책상이 한결 깔끔해졌다. 역시 정리를 잘하는 비결은 필요 없는 것을 빨리 버리는 것 같다. 예전엔 책은 절대 안 버린다는 고집이 있었는데 요즘은 다 읽은 책이나 앞으로도 안 읽을 책은 책 자체가 가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일은 옷 정리를 해야지.


2005.2.1.

마소 1월호에 기고한 글. [자바웹프로그래머의기본]


2005.2.1.

어제 회사를 관뒀다. 일단 집에서 쉴 수 있으니 좋긴 한데 뭔가 무기력해진 느낌이다. 이제 치열하게 뭔가를 해도 돈이 안 나온다-_- 어쨋든 일단은 좀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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