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2009-11-04


Youngrok Pak at 5 years, 8 months ago.

이제 이콜레모도 창업한지 2년이 되어 간다. 2년, 이제 더 이상, 창업한지 얼마 안되었어요. 같은 말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이콜레모는 진도를 얼마나 나갔는가? 거의 나가지 못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창업 초기랑 비교하면 사무실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고 재정적으로도 여유 있다고는 말 못하지만, 숨은 쉴 수 있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콜레모는 회사로서, BUILT_to_LAST에서 이야기하는 비전기업으로서 얼마나 진도를 나갔는가. 우리는 비전 기업들처럼 이념지향적인가? 비전기업처럼 문화가 정착되었는가? 비전기업처럼 도전적인가?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내가 창업하는데 용기를 주었던 BUILT_to_LAST, 너무 쉬워 보였다. 그래, 눈앞의 돈보다 이념을 중시하고, 자신만의 꿈과 비전을 쫓다보면 돈은 따라온단 말이지? 다들 그렇게 아무 것도 없이, 꿈만 가지고, 몇 백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창업을 해서 저렇게 큰 거란 말이지? 그럼 나도 할 수 있겠네. 그까이꺼 뭐. 근데 그렇게 쉬워보이는 것들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돈 버는 게 어려웠냐고? 물론, 그것도 어려웠다. 하지만 진정으로 어려웠던 것은 우리의 이념을 일관되게 추구하는 것이었다. 당장 사무실 월세를 낼 돈이 궁한 상태에서 이념을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고, 우리 회사의 비전에 맞는 일이 아니라, 돈이 되는 일을 선택했다. 물론, 돈 되는 일을 선택하면서도 조건은 까다롭게 걸었다. 파견 근무도 하기 싫고, 비용도 단가 잘 받아야 되고, 되도록 턴키여야 하고 등등. 하지만 이런 것들은 우리의 이념과는 크게 상관 없는 조건이었다.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조건은 가치 있는, 자랑할 만한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프로젝트인가, 사회 공동체의 민주화에 기여하는가가 되었어야 했다. 이것이 우리의 이념이니까.

결국, 우리가 이제껏 걸어온 길은 돈만 쫓는 벤처기업과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길이 되었다. 그렇다고 돈을 시원하게 번 것도 아니었다. 차라리 그냥 돈만 보고 달렸다면 지금쯤 몇 배는 벌었으리라. 돈을 보고 달린 것은 아니나, 돈에 휘둘리기는 했다고 해야 할까. 이런 것들이 결국 이콜레모를 정체 상태에 있게 만든 듯 하다.

이콜레모가 아니라 이콜레모의 구성원 개개인으로 본다면 꽤 성장했다고도 할 수 있다. 내 경우는 개발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다. 이콜레모를 창업할 당시만 해도 내가 잘한다고는 생각했지만, 세계 최고 수준과는 거리가 좀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 사이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거치면서 개발 실력은 엄청나게 는 느낌이다. 아직 이론적인 면에서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실전 개발 실력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

하지만 내가 키워야 했던 능력은 개발 실력이 아니라 사업 실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쨋든 사업이라는 것은 나 하나가 개발 잘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정확히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뭔가 사업 실력 같은 게 필요한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실력이 필요한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사업하면서 사업하려면 이러이러한 것을 잘해야해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그런 이야기 중에는 별로 취할 이야기가 없었다. 뭔가 시계를 만드는 능력, 그리고 사람들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능력, 그런 게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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