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history of 일기장/2013-08-29



Title: 일기장/2013-08-29 | edited by Youngrok Pak at 11 years, 1 month ago.

<p>카카오 그만두고 긴 시간 고민했는데, 결국 구직은 포기하고 이콜레모를 부활시키기로 했다. 내 나이와 평판을 고려하면 그나마 지금 제의해주는 사람이 있을 때가 마지막 취직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포기하기 쉽지 않았는데, 반대로 내 회사를 하는 것도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둘다 정말로 마지막은 아니겠지만, 그런 느낌이라는 거다.</p>
<p>이콜레모를 부활시키긴 해도 예전처럼 멤버를 모으지는 않을 것이다. 예전엔 동료 욕심이 많아서 구인을 많이 하고 다녔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제대로 사람을 책임질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혼자 해볼 예정이다. 1인 기업의 한계를 시험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다. </p>
<p>이콜레모 5년 중에 본격적으로 스타트업을 한 건 8개월 남짓이고 대부분이 외주였는데, 이번에는 스타트업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난 지금 돈이 없으므로 돈을 벌어야 한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외주해서 시간 벌고 짬짬이 스타트업하면 또 죽도 밥도 안될 것이다. 그렇다고 돈 안 벌고 스타트업에 올인할 수도 없다. 진퇴양난으로 보이는 이 상황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쉬웠으면 아마 진작에 결정했을 것이다. 외주로 시간 벌기 전략도 틀렸고, 외주로 회사 키울 것도 아니고, 당장 투자 받을 확률도 높지 않다면 스타트업은 못하는 거 아닌가?</p>
<p>솔직히 위의 질문에 대한 합리적인 답은 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비합리적인 자신감을 믿고 전략을 세웠다. 파트타임으로 돈을 벌면서 단기적으로 승부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실행하는 것이다. 사실 <a href="http://newsqu.net">뉴스쿠</a> 같은 건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한 아이템이라서 투자 없이 하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좀더 단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아이템을 하게 될 것이고, 좀더 trial &amp; error를 빠른 사이클로 해야 한다.</p>
<p>그런데, 이 전략은 사실 이콜레모가 이제까지 해왔던 <em>외주해서 시간 벌고 남는 시간에 우리 아이템 하기</em>와 근본적으로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 문제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 문제를 극복하려면 왜 외주해서 시간 버는 전략이 나쁜지를 분석해야 한다. 단순히 심리적으로 집중이 안되니까, 헝그리정신이 부족해서 등등의 이유를 분석이라고 할 순 없겠지.</p>
<p>내가 분석한 이유는 이렇다. 우선, 이콜레모는 주력 아이템을 갖고 있지 않았다. 주력 아이템이 없으니까 어차피 외주해서 시간을 벌었을 때 새로 아이템을 구상해야 한다. 그러다가 돈 떨어지면 다시 외주를 하는데 그러면 그 사이 하던 아이템에 대한 컨텍스트가 끊기고 열정도 식는다. 그러면 두번째 외주가 끝났을 때 그 아이템을 다시 이어서 하게 될 가능성이 낮다. 외주하는 동안 그 아이템에 대해 고민해보게 될 가능성도 낮다. 말하자면, <em>우리는 A를 하는 중에 틈틈이 돈을 벌기 위해 외주를 한다</em>가 되어야 하는데, 그 A가 없었다는 것. 만약에 외주를 중간중간에 하더라도 오랜 기간 계속하고 있는 아이템이 있었다면 축적된 무언가가 뒤늦게라도 힘을 발휘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p>
<p>그리고, 외주를 거의 풀타임으로만 하다보니 설령 A가 있어도 컨텍스트의 끊김이 심해서 극복하기 어려웠다. 만약 파트타임으로만 했다면 다른 시간에는 아이템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가치를 축적해갈 수 있었을 것이다.</p>
<p>또, 외주해서 시간 벌고 틈틈이 우리 아이템 하기가 사실 우리가 의식적으로 한 전략이 아니었다. 그냥 돈 떨어지면, 아 외주해야겠구나 하면서 하고, 돈 있으면 이제 우리 꺼 해볼 수 있겠네 했던 것이다. 설령 외주해서 시간 벌기가 나쁜 전략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의식적으로 선택한 전략이었다면 좀더 체계적으로 실행했을 것이고 더 나은 결과를 냈을 것이다.</p>
<p style="font-size: 21px; line-height: 30px;"> </p>
<p>그래서, 이런 점들에 유의해서 이 전략을 실행한다면 괜찮다는 판단이 섰다. 높은 수익보다 적정 수익을 얻을 수 있고 파트타임으로 할 수 있는 일거리들을 하면 컨텍스트 끊김을 최소화할 수 있다. 컨텍스트 끊김이 적으면 하던 아이템이 흐지부지 되는 일도 적을 것이고, 일단 시장에 내놓기 전에는 중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나가면 A의 부재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p>
<p>단,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하나는, 파트타임으로 수지가 맞는 일거리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사실 이콜레모가 풀타임 외주 중심으로 했던 이유는 일거리가 대부분 풀타임 요구로 들어왔다는 것과, 그런 일이 더 수지가 맞았다는 것인데, 파트타임만 해서는 충분한 유지비를 벌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래서 몇 가지 전략을 생각해봤다. 그 중 하나가 요즘 추진하고 있는 스타트업 개발 강의다.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이 IT 스타트업을 하고 싶을 때 스스로 실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일단은 교육비를 받고, 또 그런 스타트업들이 연결되면 관련된 컨설팅 일도 생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p>
<p>또 하나는 예전처럼 트러블 슈터로 좀더 포지셔닝하는 것. 전에도 쓴 바 있지만, 난 다른 사람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도와주는 코칭보다는, 직접 가서 문제를 해결해주는 트러블 슈팅을 더 잘하고 좋아한다. 이런 트러블 슈팅 일들은 단기적인 경우가 많고, 급할수록 보수도 좋기 때문에 파트타임 일로 괜찮은 것 같다. 이런 식이면 어찌되었든 밥벌이는 하겠지.</p>
<p>예전과 달리 정부의 창업 자금도 고려해볼 것이다. 전에는 그거 따러 다닐 시간에 개발이나 더 하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래저래 좀 생각이 바뀌었다. hwp 문서 작성은 여전히 고통스럽겠지만, 세금이 엄한 데 가는 것보다는 내가 잘 써주는 게 낫겠지. 세금도 많이 냈는데 말이야.</p>
<p>그리고 두번째 전제는, 스타트업 아이템을 실행하기에 필요한 역량을 내가 다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 일단 아이디어로 사업화 전략을 세우는 건 아직 나 혼자서 잘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중이다. 기술력은 문제 없을 것이다. 솔직히 나 혼자서도 국내 스타트업의 50%는 기술력으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스타트업도 다른 전략이 좋으면 성공할 수 있으니 기술력이 부족해서 뭔가 못해낼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제품 개발은 가능하다. 근데 과연 그걸로만 스타트업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내가 창업하면서 수도 없이 들었던 이야기는 기술력만으로 창업하면 망한다는 거였다. 물론 난 그 말에 동의하진 않지만, 일리 있는 포인트는 있다. 일단은 부족한 부분은 외부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다. 이번에 두 달 놀면서 내가 알게된 사실은, 예상대로 내 평판이 나쁘긴 한데, 그래도 여전히 날 믿어주고 도와주려는 사람이 많다는 거였다. 그래서 동료를 구하진 않겠지만,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조언은 많이 들으러 다닐 생각이다. 사실 나도 생각보다 귀가 얇아서 흔들흔들하곤 하는데, 이번엔 흔들리지 않고 중심 잡으면서 조언을 구할 것이다.</p>
<p>어쨋든 매우 도전적인 상황임은 틀림 없다. 인맥도 좁고 돈도 없고 동료도 없는 엔지니어 한 명이 기술력 하나 믿고 창업하는 상황이니까. 그래도 이번엔 왠지 해낼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p>
<hr>
<p> </p>
<p><a href="블로그">블로그</a>
Wiki at Wiki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