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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rok Pak at 13 years ago.

Good to Great의 전작(?). 100년을 영속하면서 성공을 거두어가는 기업들을 연구한 책이다.

저자
짐 콜린스, 제리 포라스
시작
2007.7.15
2007.7.24
평점
9

HP, 소니, 프록터&갬블, 보잉 등 100년 동안 성공을 이어가고 있는 기업들을 분석했다. 비슷한 처지에 있지만 성공을 이어가지 못한 기업들과의 비교를 통해 성공의 키워드를 분석해내고 있다. 요약하면 대략 이렇다.

  • 핵심 이념을 정립하고 기업의 모든 활동들이 그 핵심 이념에 맞도록 align시킨다. 핵심 이념은 전략적인 것이 아니라 100년 이상 그 가치를 발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추상적이라고도 할 수 있고 너무 이념적, 혹은 이상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런 가치를 꾸준하게 추구해 나갔다.
  • 핵심 이념에 맞는 독특한 기업 문화를 만들어 내고 모든 직원이 그 문화에 동화되게 한다. 그래서 이런 문화에 동화되는 직원들은 자신의 회사를 아주 자랑스러워하고 일에도 적응을 잘하지만 그렇지 않은 직원들은 견뎌내지 못한다. 그렇다고 그 문화가 좋고 나쁨을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공한 기업마다 어떤 문화를 만들었는지는 차이가 크고 기업마다 맞는 문화와 아닌 문화는 판이하게 다를 수 있다. 이는 핵심 이념도 마찬가지다.
  • 이윤은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하며 핵심 이념과 배치되는 이익은 추구하지 않는다.
  • 크고 대담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돌진한다. 그리고 그 목표가 달성되면 새로운 목표를 설정한다. 이 목표는 핵심 이념이 설정하는 목표보다는 단기적인 것이지만 대개 10년에서 30년 정도가 걸릴 만한 것들이다.
  •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고 많은 것을 시도해서 성공하는 것을 밀어준다.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장려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진화시켜 나간다. 핵심 이념을 벗어나지 않는 실패는 벌하지 않고 성공은 확실하게 보상한다.
  • 끊임 없는 개선을 추구한다. 상대방보다 잘한다거나, 어떤 절대적인 기준을 맞추려 한다기보다 지금보다 더 나아지려고 노력한다.
  • 경영진은 대부분 내부에서 성장하며 성공을 이어가지 못한 비교기업들은 반대로 외부에서 경영진을 영입한 시도가 많았고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것은 [:Good to Great]에도 나온 이야기.


우리나라 기업에도 한 차례 불고 지나간 '비전 열풍'이 이 책에서 유래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런 기업들 중에 정말 이 책의 내용대로 실천하고 있는 기업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예전에 NHN에서도 비전 선포식이란 행사를 통해서 비전을 선포하고 여러 가지 활동을 벌였다. 당시 설정된 비전은 젊은 생각으로 어쩌고 저쩌고...인데 (잘 기억 안난다-_-) 요즘 NHN에서 CTO의 강력한 의지로 경력 10년 이하는 팀장이 될 수 없게 되었다고 하니 비전이 잘 지켜지고 있진 않은 것 같다. 핵심 이념도 뭔지 잘 모르겠고 한게임 쪽에서는 그저 돈만 추구했던 느낌이 많이 남아 있다. 크고 대담한 목표는 꽤 잘 세웠던 것 같다. 규모에 관한 것이었던 것 같은데 잘은 기억 안 난다. 누군가가 서비스를 기획하고 밀어 붙였다가 실패할 경우 이사급 이상이면 그냥 넘어가고 팀장급이면 퇴사로 결론이 나는 사태가 많았던 것으로 봐서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도 아니고 시행착오를 장려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CEO는 내부 인사지만 이사급은 외부 인사의 유입이 많아지고 있는 상태. 끝을 모르고 오르던 NHN의 주가가 정작 코스피가 300포인트 이상 오를 동안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은 이런 현실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그럼 우리 오픈마루는 어떤가. 일단 우리의 핵심이념은 잘 모르겠다. 요즘 위(?)에서 들리는 이야기 중 가장 많은 것은 일정, 리소스 등의 단어이니 우리의 핵심 이념은 일정 준수?? 설마 그런 건 아니겠지. 아직 이념을 설정할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Agile, Passion, Innovation 등을 내걸었는데 지금은 그 중 어떤 것도 장려하고 있지 않고 아무도 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걸 보면 위(?)에서 폐기하기로 한 게 아닌가 싶다. 미션이니 비전이니 있었던 것 같은데 대략 검색 플랫폼, 인터넷의 근본 가치 정도가 기억난다. 이런 류의 단어들이 종종 나오고 기획도 이런 방향으로 많이 이루어지는 것 같긴 한데 팀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조금씩 다른 것 같다. 근데 인터넷의 근본 가치란 게 뭘까? 인터넷은 어떤 목적성을 가지고 지금까지 발전해온 것이 아니라 애초의 목적과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진화해온 것이고 인터넷이 담고 있는 사회적 함의는 최근에 와서 더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근데 느닷없이 근본 가치라는 게 좀 와닿지 않는다. 웹 표준 같은 게 근본 가치인가? 글쎄 잘 모르겠다. 어쨋든 핵심 이념은 없고 따라서 이에 대한 alignment도 없는 상태다. 전략에 대한 align은 있지만 어쨋든 이 책의 논리와는 거리가 있다. 개별 상품은 핵심 이념을 벗어나지 않는 이상 어떤 것이라고 가능하다고 했으니 align하지 말아야 할 것을 align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엔씨소프트 입장에서는 오픈마루 직원들을 모두 외부에서 채용해온 것이 그닥 긍정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엔씨소프트가 바꾸려고 하는 것은 전략의 방향이지 핵심 이념이 아니지 않을까? 만약 그런 거라면 내부 직원들로 혁신을 시도했어야 한다. 실제로 성공한 혁신들은 대부분 내부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한다. 그랬다면 나는 채용되지 않았겠지만... 경영진의 후계자 발굴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찾아보기 힘들다. 위에서는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일선에까지 그런 노력이 보이진 않는다. 사실 이제 갓 출발한 기업이 출발하지마자 위(?)와 아래(?)를 구분해버린 것부터가 좀 문제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크고 대담한 목표는 세웠는가? 올해 안까지 10개의 서비스를 오픈하는 것을 목표로 세운 것이 전부. 꽤 크긴 하지만 대담한 목표는 아니고 직원들의 도전을 자극하고 있진 않은 것 같다. 문화도 층마다(?) 팀마다 다르다. 끊임 없는 개선을 추구하는 것 같아보이지도 않는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진화적인 발전을 시도하고 있는가? 나오는 말들은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실상이 그런지는 모르겠다. 아직까진 아래(?)에서 추진해서 정식 서비스로 가고 있는 건 하나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어했던 위키조차도 결정과정에선 아래(?)가 철저하게 배제되었으니 아래(?)에서 추진했다고 하긴 어렵다. 외부에서 가져온(?) 서비스가 하나 있긴 한데 외부에 아이디어를 의지하는 것은 이 책에서 경계하는 것 중 하나다. 직원들의 창발을 위한 제도가 있긴 하지만 실효성이 없어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뭔가 개인이 밀어 붙이면 말리지는 않는 분위기 같긴 한데 장려하는 분위기는 아니고 또 그렇게 밀어붙이면 리소스가 어떠니 가치가 어떠니 하는 잔소리를 많이 들을 것 같은 분위기다.

아, 이렇게 비교해보니 좀 우울하다. 책에 각 항목들의 점수를 H, M, L로 구분해서 합산 비교하는 것으로 비전기업과 비교기업을 비교해 놨는데 우린 거의 모든 항목에서 L을 받을 것 같다. 머, 모든 기업이 이 책 말대로 되는 건 아니겠지만 피터 드러커의 책들이나 [:탁월한 조직이 빠지기 쉬운 5가지 함정], [:The Goal] 등에 비춰봐도 그닥 긍정적인 상황이 아니다. 과연 우리는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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