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jtbc 가상화폐 긴급토론 시청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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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Youngrok P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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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years, 11 months ago.
<h3>가상화폐 시장의 투기성</h3>
<p>지금 이 토론을 하게 된 이유는 결국 비트코인 시장의 투기성 때문인데, 토론에서는 생각보다 비트코인의 핵심적인 가치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는 바람에 도리어 투기성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안된 것 같다. 투기성에 대한 논의를 좀더 깊이 숫자를 놓고 했으면 했는데, 정작 이런 숫자를 놓고 이야기를 잘 할 것 같은 유시민이 비트코인 반대 입장에 서는 바람에 정량적 논의가 잘 안된 느낌이다.</p>
<p>지금 법적으로 허용된 투기는 대단히 규모가 크고 다양하다. 그러니까, 원래 투기라는 것은 자본주의 세상에서 나쁜 게 아니라 허용되는 것이다. 심지어 주식시장은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XX는 투기다"라는 말은 XX를 금지해야 할지 아닐지에 대해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는 발언이다. 규제를 논하려면 그 투기가 얼마나 리스크가 크며, 얼마나 악의적 조작이 쉬운지, 악의적 세력이 얼마나 많은지 등등을 정량적으로 거론해야 한다. 아, 물론 투자와 투기는 다른 것이라는 주장은 취급할 가치도 없으므로 패스한다.</p>
<p>비트코인 시장이 갑자기 미쳐 날뛰는 것 같지만, 최근 3~4년간 꾸준히 2배씩 성장해왔다가 최근 1년간 10배가 성장했다. 투기 광풍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생각보다 견조하게 성장해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무언가 새로운 것이 견조하게 성장하다가 티핑포인트를 넘어서면서 급성장하는 현상은 매우 많은 분야에서 관찰되는 현상이다. 하루아침에 난리가 난 게 아니라는 거다. 최근 급등락을 반복한 것은 사실이다. 근데, 그 급등락의 원인이 뭐였는가? 다름 아닌 정부 리스크다. 가상화폐 자체에 내재된 문제나 기타 다른 이유로 인해 등락한 것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정부 규제의 영향이 컸다는 것은 정부 외의 리스크는 아직 별 거 없다는 뜻이다. 가상화폐 시장이 위험하다고 금지시키려 했는데 바로 그 금지 행위가 가장 위험했던 것이다.</p>
<p><a href="https://ko.wikipedia.org/wiki/11%C2%B711_%EC%98%B5%EC%85%98%EC%87%BC%ED%81%AC">11.11 옵션쇼크</a>라는 사건이 있었다. 단 10분만에 옵션 투자자들에게 1400억원의 피해를 입혔고, 또 반대로 무려 499배의 이익을 올린 투자자가 생겨났던 사건이다. 비트코인은 아직 정부 리스크 외에는 이 정도의 리스크가 없었다. 정부 리스크조차도 며칠에 걸쳐서 반영이 되었지 한 순간에 싹 날아가거나 하진 않았다. 비트코인은 선물/옵션보다 투기성이 덜한 시장이다.</p>
<p>투기성을 판단하는 또 다른 척도는 피해자 개개인이 입은 타격이다. 인터넷 주식 거래가 개시되고 나서 주식 투자 실패로 비관 자살한 사람은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 "주식 자살"로 검색해서 얼마나 많은 뉴스가 나오는지 보라. 자살까지 안 가더라도 집안 말아먹은 사람 역시 셀 수 없다. 근데 며칠 사이에 비트코인 가격이 무려 절반으로 떨어졌지만 아직 자살 뉴스는 하나도 뜨지 않았다. 반대로 며칠 사이에 주가가 절반 말고 한 30% 정도 떨어졌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많은 투자자들을 파국으로 이끌 것인가? 이렇게 보면 비트코인 시장은 주식시장보다 투기성이 낮은 거다.</p>
<p>투기 광풍이라고 난리들 치지만 막상 정량적으로 따져보면 광풍은 커녕 아직은 미풍에 불과하다. 물론 앞으로 더 심각해질 가능성은 물론 있지만, 어쨋든 현재는 아니라는 거다. 비트코인보다 투기성 짙은 합법적인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 이런 논의 없이 규제하자 말자 떠들어서야 되겠는가. 더군다나 경제학자 유시민이 이런 데이터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본인 주장에 불리했기 때문이라는 의심이 들게 한다.</p>
<h3>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별개인가?</h3>
<p>이것은 분명 가상화폐에서 핵심적인 이슈 중 하나라서 짚고 넘어가긴 해야 하는데, 너무 이 문제로 시간을 많이 끈 감이 있다. 이건 가상화폐의 핵심이지 규제 논의의 핵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가상화폐 반대 측은 블록체인을 따로 떼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가상화폐를 규제해도 블록체인은 살아남는다는 주장을 통해 가상화폐를 공격하면 기술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주장을 논파하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이건 이론적으로 가상화폐 지지자들의 주장이 맞다. 컴퓨터공학과 교수라는 한호현이 든 블록체인 활용 예시는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데이터를 동기화하는데 뭐하러 느리고 복잡한 블록체인 기술을 쓰나? 중앙서버를 제거하는 게 기술적으로 유익한 장점이 존재하나? 서버 없는 분산 기술은 효율성에서 서버를 이길 수 없다. 저런 데 블록체인 기술 적용했다면 오버 엔지니어링을 넘어 wrong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다. 오히려 기술을 모르는 유시민이 언급한 음원 시장의 예가 훨씬 낫다. 블록체인이 장점을 가지는 것은 거래에 있지 아무 데이터나 분산하는 게 아니다. 차라리 토런트를 이야기했다면 모를까. 근데 음원시장조차도 음원시장의 문제 중에는 블록체인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는 아무 것도 없다. mp3 플레이어에 블록체인으로 플레이 기록 남기는 걸 강제하기라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걸 강제할 수 있다면 차라리 저작권 협회에 기록 업로드하는 기능을 강제하는 게 낫지.</p>
<p>쉽게 말해서 블록체인은 가상화폐 말고도 적용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 쓸모가 없다. 블록체인으로 웹 서비스도 하려면 할 수 있겠지. 파이썬으로 OS 만드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파이썬을 OS 만드는데 유용한 기술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부분이 아니라 전부 쓸모 없다고 말하고 싶지만, 나도 이론적인 가능성을 모두 검토한 것은 아니기에 아직 그렇게는 말 못하겠다. 아무튼 가상화폐 말고 블록체인을 다른 곳에 적용하려고 하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아이템 바꾸길 권한다. </p>
<h3>가상화폐는 화폐권력을 정부에서 민간으로 이양하는 것인가? 만일 그렇다면 그건 괜찮은가?</h3>
<p>오늘 토론에서 가상화폐의 핵심에 가장 다가간 게 있다면 바로 이 논의다. 비트코인에 미래 가치가 있다면 바로 이 지점이다. 그리고 이 지점이야말로 경제학자들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일단 유시민이 이 이슈를 거론했고 정재승과 토론이 붙었는데, 둘다 가상화폐는 화폐권력을 정부에서 일부 빼앗게 된다는 사실에 동의했다. 정재승은 그것을 좋은 것으로 봤고, 유시민은 나쁜 것으로 봤다. 투기 문제를 떠나서 비트코인 자체만 놓고 본다면 사실 이걸 더 깊이 파고들었어야 하는 이슈다.</p>
<p>나 역시 비트코인의 핵심 가치는 화폐권력의 민주화(?)에 있다고 본다. 블록체인은 바로 이것을 위한 기술이다. 그래서, 가상화폐 이외에는 블록체인이 쓸모 없다는 주장도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가상화폐에 대한 판단을 당장 내리기 어렵고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화폐의 발행과 거래 권력이 일부분 민간으로 이양되는 것이 사회에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 여기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생각이 모자란 거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유시민이 단정적으로 나와서 유시민에게 매우 실망했다. 거론한 근거도 말이 안된다. 화폐는 정부가 독점해야 안정적으로 잘 된다니, 에시당초 중세 이후로 시장경제가 발달한 국가 중에 정부가 화폐 발행을 독점하지 않은 경우가 존재하지 않는데 어떻게 비교하나? 그리고, 국가가 독점해야 화폐 경제가 건강하게 유지된다면 독일, 헝가리, 베네수엘라 등이 겪었던 초인플레이션은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반대로 비트코인이 주요 통화의 지위에 있었다면 초인플레이션은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다.</p>
<p>아직 인류는 이 문제에 답을 내릴 만큼의 경험도, 이론적 지식도 갖고 있지 않다. 인류 전체를 끌어모아도 말이다. 근데 한 개인이 그걸 단정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아직 인류는 더 경험을 쌓아야 한다.</p>
<h3>가상화폐는 정부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폐쇄해야 하나?</h3>
<p>암호화폐의 거래는 정부가 실명 추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거래가 일어나는지 알 수 없어서 통제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 특성 때문에 해커의 공격에 대한 보상으로 많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암호화폐가 실물 경제로 들어오는 출입구는 통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치킨집 사장이 탈세를 하고 싶어서 치킨을 비트코인으로 결제 받는다고 해보자. 이건 아주 쉽게 추적된다.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받으려면 자기 지갑주소를 공개해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모든 거래 내역이 공개되는지라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삼는 순간 자기 매출을 정부 뿐 아니라 온 세상에 공개하는 셈이 된다.</p>
<p>물론 암호화폐는 결제용으로 거의 안 쓰이니 실제로 중요한 건 거래소다. 만약에 거래소에 모든 거래 내역을 정부에 공개하도록 규제한다면 어떻게 될까? 거래소에 현금을 입출금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되면 비트코인을 통한 자금흐름이 다 추적된다. 만약 비트코인을 부정한 방법으로 얻었더라도 그걸 현금화해야 가치가 있는데, 현금화하는 순간 은행으로 거래기록이 다 남는다면 이걸로 돈 세탁이 가능한가?</p>
<p>유시민은 돈세탁을 말하지만, 비트코인으로 돈세탁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에 비트코인으로 돈 세탁하기가 쉬웠으면 김치 프리미엄이 발생할 수가 없다. 미국의 마약조직들이 비트코인 사서 한국에 와서 환전해가면 쉽게 돈 세탁이 되고 시세 차익도 어마어마하게 얻을 수 있는데 어떻게 김치 프리미엄이 존속 가능한가? 김치 프리미엄의 존재가 곧 비트코인은 돈 세탁 수단으로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입증한다.</p>
<p>돈 세탁하기 가장 좋은 수단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민간이 거래기록을 관리하는 신용카드도 아니고, 암호화폐는 더더욱 아니고, 바로 정부가 발행하고 보증하는 현금이다. 현금 거래야말로 돈 세탁의 핵심 수단이며, 암호화폐를 이용한 돈 세탁은 현금에 비해 아무런 장점이 없다. 그럼 현금은 돈 세탁 수단으로 이용되니까 현금을 폐쇄할까?</p>
<p>이쯤되면 뭔가 모순이 느껴지지 않는가? 정부가 거래를 추적하기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정부가 직접 발행한 화폐다. 정부가 화폐를 독점하고 통화량을 통제하는 국가에서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해서 수레에 돈을 싣고 다녔다. 우리가 현금이라고 부르는 화폐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경제 발저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중요한 설계 오류로 인해 폐기되어야 할 화폐라고 보는 관점도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p>
<h3>어떻게 규제해야 하나</h3>
<p>이론적 정답은 나와 있다. 거래소에서 발생하는 현금과 암호화폐 모두의 입출금 내역을 정부가 조회할 수 있게 하고, 현금 입출금자는 모두 실명 인증을 하도록 하면 된다. 금융실명제를 가져오는 것이다. 정부 규제의 방향도 이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동일 은행 계좌 이용 같은 멍청한 삽질을 하고 있는 게 아쉽긴 하다. 폐쇄는 미래에 대한 영향을 떠나서, 다른 투기 수단에 비해 투기성이 압도적으로 더 높다는 게 입증되지 못한다면 말이 안된다. 유시민이 언급한 도박 수준의 규제 역시 말이 안된다. 사실, 국내의 도박에 대한 규제도 말이 안되기도 하고.</p>
<p>거래소 거래내역 공개와 실명제 두 개 만으로도 지금까지 거론된 모든 문제가 해결되거나, 다른 투기 수단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진다. 아니, 사실 비트코인의 특성상 오히려 더 빡세게 검열된다고 봐도 된다.</p>
<p>세금을 양도소득세 쪽으로 걷겠다는 방향성도 괜찮다. 사실 지금까지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응해온 것 중에 법무부 장관 혼자 나와서 또라이짓 한 거 말고는 대부분 합리적이다. 어쨋든 민주주의 국가라면 시장을 임의로 폐쇄한다는 발상은 제일 나중에 해야 하며, 투기 억제를 위한 협박용 멘트로도 써서는 안된다. 민주주의 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여기가 중국이냐?</p>
<h3>토론자 평</h3>
<p>제일 실망스러운 건 유시민이지만 유시민이 제일 못했다는 뜻은 아니다. 기대가 컸으니까. 유시민 쯤 되면 데이터를 들고 나와서 하나하나 논박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데이터들이 자신의 주장에 유리한 게 없어서 그런지 하나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 의외로 지식 면에서는 거의 부족하지 않았다. 한호현보다 오히려 더 적절한 예를 들만큼 암호화폐에 대해 충분히 공부한 느낌이다. 근데, 공부하면서 생긴 지식들이 해석되는 과정에서 확증 편향이 심하게 동작한 것 같다. 그래서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머리 속으로 결론 내려놓은 것들이 많았다. 그런 결론을 토론에 풀어내는 과정 자체는 별 문제가 없었다. 사실 유시민이 경제학 책도 쓰고 그랬지만 경제학을 계속 깊이 공부한 건 아니니 경제학자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긴 하지만, 그래도 걸었던 기대가 크다보니 아쉽다.</p>
<p>정재승은 계속 핵심을 잘 짚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아쉬운 건 옆에 김진화가 발언권을 너무 많이 가져가서 충분히 주장을 풀어내지 못했다는 것.</p>
<p>한호현은 왜 이런 사람 섭외한 거냐. 저런 사람이 컴공과 교수라니 어처구니가 없네.</p>
<p>김진화는 자꾸 수학적 증명으로 윽박지르는 거 별로다. 뭘 증명하라는지도 불명확하고, 증명하면 뭐가 달라지는지도 설명 못하면서 윽박지르기만 한다.</p>
<p>논제가 어렵다보니 손석희는 평소처럼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사실 이건 김진화, 정재승 측에도 책임이 있다. 적어도 손석희는 이해시켜가면서 토론을 했어야 했다. 솔직히 오늘 지켜본 시청자 중에 누구 말이 맞는지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1%도 안될 거다. 방송 토론이라면 이런 것도 신경을 써야 하는 법이니 손석희의 책임도 크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