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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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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평균 방문자 1명이 안되는 내 블로그, 과연 홍보 효과가 있을런지는 모르겠으나 홍보 띄워봄.
인터넷 보면서 멍 때리는 사이트.
참고로 django로 만들었음.
어제는 출근하기 귀찮아서 그냥 집에서 일했다. 일하면서 어쩌다 유튜브에 걸렸다. 유튜브를 보다가 문득 베토벤 바이러스의 들리나요가 생각났다. 태연으로 검색하니까 많이 나온다. 하나씩 듣는데 정말 노래가 심금을 울린다. 나 정말 요즘 아무 슬픈 일도 없는데 들리나요, 만약에를 이어서 듣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정도로.
얼마 전 불후의 명곡에서 양희은 노래 부르는 거 보면서 역시 연륜이 쌓이니까 노래의 호소력이 다르다는 그런 생각을 했는데 양희은의 노래에서 느꼈던 그런 느낌을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태연에게서 느끼는 것이다. 계속 찾아서 듣다보니 강인이랑 하는 라디오 프로에서 애인 있어요를 부르는데 너무 잘 부르니까 강인이 놀랍다는 말투로, "태연이 이제 스무살이예요"라는 말을 한다. 강인도 아마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문득 이창호 생각이 났다. 이창호가 세계 바둑계를 재패하기 시작할 때, 그 때까지만 해도 연륜이 쌓여야 바둑이 깊어진다는 생각이 강했다. 실제로 당시 바둑 최강국인 일본의 주요 강자들은 40대가 넘어서야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다. 그런데 10대의 이창호가 세계의 강자들을 연파하고 우승을 차지하게 되면서 바둑계는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 바둑의 깊이가 과연 어린 아이가 다다를 수 있는 것인가 하는 회의를 느꼈던 것이다. http://baduk.ohmynews.com/Column/CBoard/view.asp?seq=448&pagec=&gubun=C004 이 글을 보면 어떤 느낌인지 와 닿으려나.
그런 느낌을 태연을 보면서 일부 받았다. "스무 살이 이렇게 노래를 잘해도 되는 거야?" 하는 느낌. 하지만, 바둑인들이 착각했던 것처럼 나이 어린 이창호가 경지에 올랐다고 바둑의 깊이가 얕은 것도 아니고 스무 살 짜리가 심금을 울리는 노래를 부른다고 노래란 것이 가벼운 것도 아니다. 그저 그들은 어릴 때부터 아웃라이어가 되기에 필요한 deliberate practice 1만 시간을 쌓았던 것 뿐. 태연이 노래를 부르는 표정을 보면 정말 노래를 좋아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전해져 온다. 그런 열정이 1만 시간이 쌓이면 저렇게 잘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내가 프로그래밍을 접한 것은 10살 때, 스무 살까지 10년의 시간이 있었지만 내 스무 살 때의 프로그래밍 실력은 형편 없었다. 그로부터 10년이 더 지난 지금에야 겨우 expert에 접근해 가고 있다. 생각해보면 나도 프로그래밍을 참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태연이 노래를 좋아하는 것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뭔가 억울한 느낌도 좀 든다. 더 파이팅의 일보가 첫번째 타이틀 매치에서 지고 나서 받은 그런 느낌이랄까. 일보는 자기가 권투를 좋아하는 마음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타이틀 매치 비디오를 찬찬히 보면서 자기가 챔피언에게 기술이나 파워에서 진 것이 아니라 권투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졌다는 것을 깨닫고 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한다. 뭐 난 그 정도는 아니지만 뭔가 살짝 분한 느낌이다.
참 노래 하나 가지고 별 생각을 다한다. 어쨋든 좋은 노래를 들려준 태연에게 감사한다.
이콜레모 창립 이후 가장 큰 전략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제까지 이콜레모의 전략은 소프트웨어 용역 사업을 해서 적당히 벌면서 남는 시간에 자체 아이템을 개발해서 성공시키자였다. 하지만, 이 전략은 생각처럼 순조롭지 않았다. 프로젝트 단위의 계약에 대한 경험이 너무 부족했다. 일의 양을 추정하는데도 항상 실패해서 일은 일대로 하면서 돈도 제대로 못 버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당연히 남는 시간은 없었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믿을 수 없는 클라이언트를 가려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경험한 특이한 현상이 하나 있다. 우리랑 협상하는 담당자가 우리에게 하는 말과 자기 회사 의사 결정자에게 하는 말이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계약 조건에서 거짓말을 하는 정황을 많이 포착했다. 5건의 프로젝트 중에서 4건이 그랬다.
- 일주일에 하루 투입, 3개월간 웹 사이트 컨설팅 및 개발 도와주기를 조건으로 1천만원으로 계약했다. 하지만 사장은 그냥 매일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 첫 미팅 때 1MM 투입으로 1천만원을 제시했다가 프로젝트 상세 내역을 보고 2MM 투입, 2천만원을 제시했다. 담당자는 OK라고 하고 계약서를 썼지만 선금 1천만원 중 5백만원만 지급이 되었다. 처음엔 멋 모르고 그냥 하다가 돈을 너무 안줘서 한달쯤 되었을 때 재촉했더니 사장님 핑계를 대면서 안 준다. 그래서 직접 사장한테 걸었더니 마침 부재중. 근데 바로 직후에 담당자한테 전화가 오더니 사장한테 직접 이야기하려 한 것에 대해 무척 당황한 듯 횡설수설한다. 아마도 사장한테는 1천만원이라고 한 게 아닌가 싶은. 결국 계약 파기했다. 처음에는 법적으로 소송을 걸겠다느니 협박했으나 나도 법적 대응을 준비해서 오히려 그들이 우리에게 보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더니 바로 입 다물었다. 참고로 이 회사는 직원 스무 명도 안되는 회사인데 소송 중인 건이 네 건이 있다는. 내부의 다른 직원 말로는 늘 그런 식으로 일한다는.
- 프로젝트가 완료되었는데 돈을 안 줘서 따지러 갔더니 사장님이 결재를 안해줘서 돈을 못 준댄다. 그래서, 그러면 소스코드 못 주고 유지보수도 못해주겠다고 했더니 잠시 생각하다가 자기 돈으로 지급해준댄다. 나중에 회계 처리 하면 된다면서. 결국 돈을 받긴 받았지만 이거 뭥미.
- 처음에 4천으로 계약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것만 해도 MM 단가로 치면 적자다. 하지만 배고픈 상황이라 양보, 받아들이기로 했는데, 계약 과정에서 자기들 갑이 금액 깎았다고 우리 금액도 3천 5백으로 깎자고 나온다. 한 번 더 양보했다. 그러다가 기능 하나가 협의 중에 빠졌다. 그랬더니 숫제 2천으로 깍자고 나왔다. 아무리 봐도 심한 적자를 보는 상황이다. 돈이 없는 우리로서는 받아들일 수 밖에. 그런데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계약서를 쓰러 갔더니 이사가 우리보고 왜 자꾸 말을 바꾸냐고 하는 것이다. 황당하기 그지 없다. 자기들이 말을 계속 말을 바꿔서 안 그래도 화가 나 있는데. 눈치를 보아하니 담당자가 거짓말을 한 듯하다. 나중에 따져물으니 미안하다는 말 밖에.
아무래도 사장들은 돈 가지고 담당자들을 많이 압박하는 것 같다. 그러니 담당자들은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하면서 정작 사장한테는 다른 식으로 거짓말을 해두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돈을 줘야 할 때, 혹은 계약서를 써야할 때 들통이 나게 된다.
이젠, 이런 상황들이 지겨워졌다. 처음에는 그래, 아무리 이 바닥이 개판이라도 우리는 잘할 수 있을 꺼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레드오션에서 노는 꼴 밖에 안된다. 사실 그 동안 우리는 기업 전략이라는 관점에서는 어떤 의도적인 생각을 한 적이 별로 없다. 그저 버텨내면서 좋은 회사를 만들어가면 되겠지 하는 막연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사실은 용역 사업으로 버티면서 아이템 발굴하자는 전략이 있긴 있었던 것이다. 그걸 이제야 깨달았고, 그 전략을 바꿔야할 시점이 온 것 같다.
어쨋든 소프트웨어 용역 사업이라는 거, 우리가 잘할 수 있는지 아닌지를 떠나서 이걸로 우리 아이템을 발굴할 시간을 벌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해진 것 같다. 1년이 지났고 멤버들 개개인은 정말 많은 경험을 하고 정신적 성장을 이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뭔가 성장했다고 말하기 힘들다. 그래서,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어쨋든 당장 돈을 벌지 않아도 우리 멤버들이 모두 몇 달간 생존하는데는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굳이 돈 벌자고 나설 게 아니라 단기간에 조금이나마 수익을 낼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드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사실 이 전략은 처음부터 생각했던 전략이지만 당장 돈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저버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올해 목표를 새롭게 새웠다. 올해 목표는 우리의 자체 아이템을 5개 출시하는 것. 단, 여기에 조건이 하나가 더 붙는다. 사무실 유지하기. 딱 사무실을 유지할 만큼만 프로젝트를 뛰고 나머지는 전부 우리 아이템에 올인하는 것이다. 물론 5개 모두 우리들 자신은 납득할만한 퀄리티여야 한다. 이미 하나는 시작했다. 이제 진짜 우리의 역량이 시험대에 오른 느낌이다.
사실 이 목표를 달성한다고 해도 돈을 번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하지만 이 목표를 달성할 수만 있어도 상당히 큰 자신감을 갖게 될 것 같다.
작년에 테XXX전이랑 일하면서 돈 안 주고 일 시키려는 거 보면서 정말 막장 회사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SK C&C랑 프로젝트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런 회사도 있구나 싶다. 한국의 SI 판에 대해서 정말 뼈저리게 실감하게 되었다고 할까. 8년 전 처음 SI를 했을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다음은 얼마 전 C&C의 PM이랑 싸우다가 내가 들은 말들이다.
- 이 인간이 위 아래도 모르고
-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설치는구나
- 너 오늘 일 반드시 책임지게 만들겠다
- 학생들 장난하는 건 줄 아냐?
반말 찍찍 해대면서 저런 말들을 내뱉었다. 나도 저런 말 들으면서 일할 생각은 없었다. 이미 오픈도 다 했고 돈 받는 일만 남았지만 이런 말 들으면 나도 참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나도 그럼 설치한 소스 다 빼고 우리 철수하겠다고, 소송 걸 테면 걸라고 했다. 결국 중재에 나선 건 중간에 낀 인력 업체. 사실 곤란한 건 중간에 낀 업체다. 우리야 SK랑 직접 계약한 게 아니니까 SK가 우리에게 책임을 물을 방법은 없다. 결국 중간 업체에 책임을 묻는 수 밖에 없으니 제일 피해를 보는 것은 중간에 낀 업체다. 결국 중간 업체의 이사까지 나서서 그 사람이랑 협상이 되었는지 그 쪽이 한 발 물러섰다.
그렇지만 기분은 여전히 정말 드럽다. 가서 싸대기라도 날려주고 싶을 정도다. 그나마 우리는 직접 계약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마지막에 싸웠을 때 말고는 그냥 정상적인 대화를 했었다. 하지만 직접 계약한 사람들은 대부분 노예 취급을 받았다. 나이 제법 먹은 사람들에게도 반말 찍찍 해대고 사람 이름도 제대로 안 부른다. 성이 장씨인 개발자가 있는데 나이도 30대 중반은 되어 보이는데 짱이라고 부르고 손가락으로 오라가라 한다. 난 그런 거 보기만 해도 짜증이 많이 났었다. 그저 큰 회사에 다닌다는 것만으로 자기는 아무 능력도 없으면서 다른 사람들을 막 대하다니. 인간이라는 게 정말 손톱 만한 권력만 쥐어도 저렇게 되는 존재인가 싶다.
그나마 일이라도 잘하면 그딴 것쯤 참아줄 수도 있는데 일은 정말 심하게 못한다. 마치 이 프로젝트 망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였다. 할 줄 아는 거라고는 날짜 땡기기 신공 뿐. 누가 어떤 일을 15일로 예상했다, 그러면 이 인간은 바로 "그거 그냥 13일로 하시죠" 하는 식이다. 물론 다른 개발자들은 굴복할 수 밖에 없었다. 뭔가 문제가 생기면 해결할 생각은 없고 책임 추궁하기 바쁘다. 보다 못해 우리 업무 범위가 아님에도 몇 번 도와준 적이 있었는데 고맙다는 말은 아예 없고 나중에는 아예 우리한테 책임지라는 식으로 나오기까지 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고객 요구사항을 잘못 이해해서 다른 개발자가 잘못 구현해놓은 게 하나 있었는데 리뷰 때 이야기가 나왔다. 고객 이야기는 간단했다. 잘못된 거니까 고쳐달라고. 누가 봐도 고객의 지적이 맞고 또 기술적으로는 5분이면 고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PM은 계속 니들이 처음에 그렇게 이야기해서 그렇게 구현한 거라는 식의 이야기만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그러다가 개발자를 불러서 이야기를 시키니까 개발자도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이 나온다. 협의에 5분, 고치는데 5분이면 될 내용을 거의 한 시간 동안 고객이랑 싸웠다.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은 답답해서 서로 왜 저러냐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도대체 그 협의에서 책임이 고객에게 있는 걸 증명하면 뭐가 달라지길래?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나은 사람이 2MB말고도 많은 것 같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가 재수없게 SK C&C에서 이상한 인간을 만난 게 아니고 이게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 바닥의 회사들이 다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갑의 입장이 되면 을은 마음대로 부려먹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위 아래 같은 발언이 나오는 것이다. 돈 주고 부리는 건데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야지하는 심리가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면 결과물보다 을이 자기 말을 듣느냐 아니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 을이 자기 말을 안 듣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면 그게 결과게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는 생각할 필요도 없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건 중간 업체도 마찬가지였다. 거기 담당자도 자기들이 우리한테는 갑이니까 우리가 자기들 시키는 걸 다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로 한달 전까지만 해도 매일같이 싸웠다. 하지만 걔네들이 하라는대로 하면 프로젝트가 제대로 될 리가 없으니 우리는 대부분 거부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중간 업체도 어차피 우리가 말을 안 듣는 상황에서 싸워봐야 득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도 결과는 보여주니 우리 방식을 수용했다. 하지만 SK C&C의 PM은 결과가 나오든 안 나오든 우리가 자기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행동한 것일 테고.
그나마도 SK C&C가 SI 대기업 중에 나은 편이라고 하니 SDS나 CNS는 어느 정도일까 싶기도 하다. 태근이가 이야기해준 CNS의 이야기도 정말 어이 없었고, SDS가 중소기업 여럿 망하게 만든 스토리도 이미 유명하다. 도대체 우리 나라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왜 이 모양일까?
어쨋든 우리 나라에서 SI를 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내 마음대로 살자고 창업한 건데 이러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우리 회사도 이제 고객에게 직접 프로젝트를 딸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SI는 안하기로 했다. 웹 오피스 일을 거절한 것도 그런 맥락이 약간 있다. 물론 우리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금액을 제시해왔기에 그런 거 아니라도 거절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서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자체 프로젝트다. 딱 한 달, 한 달만 돈 안 벌고 버티면서 자체 프로젝트를 하기로 했다. 지섭이가 창업한 회사 미스티핸드와 함께. 한 달 동안 어느 정도를 해낼 수 있을까.
나날이 인내심이 줄어들어간다. 구역질나는 관료주의. 정말 실명 일일이 거론하면서 까대고 싶을 정도다. 정말 내가 경험한 모든 프로젝트 중에서 최악의 관료주의다. 모든 사람들의 초점은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내 책임이 아닌 다른 사람 책임으로 돌릴 수 있을까에 맞춰져 있다. 뭐, 이런 상황 NHN에서도 접한 적이 있긴 하다. 장애만 발생하면 어떻게든 자기 책임이 아닌 것을 증명하려 하고 증명하고 나면 쑤욱 빠져버리는 사람들. 하지만 여기는 그 정도 차원을 넘어서서 아예 다른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뒤집어 씌우려고 안간힘을 쓴다. 처음에는 "그래, SI 하는 사람들이 다 그렇지" 하면서 넘어갔는데 점점 짜증이 나서 이제는 살짝만 내 기분을 상하게 해도 거칠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게 꼭 그 사람들의 잘못은 아니다. 원죄는 물론 쪼아댈 줄 밖에 모르는 PM에 있다. 똑같은 문제가 발생해도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하는 관점으로 나선다면 사람들도 이렇게까지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가 누구 잘못이야로 나온다면 인간이란 존재는 반사적으로 내 잘못이 아니야라고 나올 수 밖에 없다. 계속 일정에 쪼임을 당하면 본능적으로 일거리가 늘어날 일은 해야될 일이라도 기를 쓰고 거부하게 된다. 그런 반사적인 행태가 나오는 것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인간은 동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 없이 반사적인 행동 밖에 못한다면 그게 무슨 사람인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면 그게 무슨 사람인가.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문제가 업체 사이의 관계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을로 들어간 대형 SI 업체들은 프로젝트가 좀 안된다 싶으면 병한테 책임 씌우기 바쁘다. 오늘 들은 얘기로는 병한테 법적 책임 운운까지 했다고 한다. 이런 식이면 병 입장에서도 책임을 면할 궁리만 하게 마련이다. 문제가 발생해도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고 떠넘기기 바쁘다.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무슨 교훈을 얻어야 적절할까? 일단은 이 프로젝트 초반부터 드러운 냄새를 맡았는데 어째어째 흘러가다보니 No라고 말하지를 못했다. 물론 회사에 자금이 궁한 문제도 있었고, 다른 사람의 인간 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도 있었다. 그리고 최종 고객은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어서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좀 들었었고.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맡았던 드러운 냄새만으로도 지금의 상황이 충분히 예측 가능했었다. 아마도 내가 프로젝트 욕심이 많아서 열악한 조건에도 일단 해보자는 생각으로 덤빌 때가 많은데 그런 욕심이 내 눈을 흐렸던 것 같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객관적으로 일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 그런 게 전문가의 능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닥터 하우스에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온다. 하우스가 뭔가의 일로 환자를 못 보게 되고 그래서 원장 커디가 하우스를 대신한다. 그런데 커디는 환자와 환자의 태아를 다 살리려는 욕심에 무리를 하게 된다. 그런데 잘 안 풀리자 하우스의 제자들에게 묻는다. 하우스라면 어떻게 했겠느냐고. 그러자 다들 "하우스라면 낙태를 시켰겟죠."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또 커디가 "아니, 하우스가 나 같은 입장이라면 어떻게 할 것 같냐고"라고 묻는다. 하우스가 자신과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물음이다. 여기에 제자는 이렇게 답한다. "하우스라면 객관적이었겠죠." 난 이 말이 참 감동적이었다. 저런 말을 자신의 제자(이자 동료)들에게 들을 수 있다니.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 나도 꽤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한참 멀었다.
또 새로운 계약 건이 다가오고 있다. 이 건에서도 나의 그 프로젝트 욕심이 좀 많이 발동했었는데 이제라도 좀더 냉정하게 판단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창업하고 프로젝트 5건 했는데 두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회사가 벌써 둘이다. 40%. 표본은 적지만 이게 IT 업계의 현실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괜찮아, 내가 바꿔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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