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_흥미의_밀도


Youngrok Pak at 12 years, 4 months ago.

나는 어떤 기준으로 여유 시간에 하는 활동을 선택하는가? 지난 몇 달간 가만히 추적을 해본 결과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시간당 흥미의 밀도]가 그것이다. 두 가지 활동이 충돌할 경우 [시간당 흥미의 밀도]를 기준으로 선택하게 된다. 재미 있냐 아니냐의 얘기와는 다르다. 사실 프로그래밍도 재미 있고 스타크래프트도 재밌지만 여유 시간에 프로그래밍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럼 재밌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거랑도 다르다. 스타크래프트 중계를 보는 것은 재미의 총합의 기대값에서는 스타크래프트 한 판 하는 것보다 크다. 방송 중계는 대부분 좋은 경기가 많지만 내가 하는 경우는 시시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대회가 주는 긴장감 때문이기도 하다. 또 스타 한 판 못했다고 아쉽진 않지만 스타 중계 실시간 놓치면 안타까울 때가 있다. 하지만 온게임넷 결승전 하는 동안에도 틀어만 놓고 스타크래프트를 할 때가 있다.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것은 매 순간 순간이 긴장의 연속이라서 흥미롭지만 그냥 중계를 보는 건 지루한 순간도 많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한글책은 사면 그냥 소설책 크기의 책은 그날 다 읽고 좀 분량이 많은 책도 일주일에서 한 달을 크게 넘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영어책은 1년도 넘게 끌 때가 많다. 한글책을 읽으면 내용이 빨리 들어오기 때문에 [시간당 흥미의 밀도]가 높다. 하지만 영어책은 읽는 속도가 느려서 지적 자극이 약하다. 그래서 내용 자체는 영어책이 훨씬 재미있는 경우가 많음에도 책을 잘 손에 잡게 되지 않는다.

운동도 비슷하다. 운동을 시작하면 중단하기 싫을 정도로 중독되는 경우가 많은데 초기의 [시간당 흥미의 밀도]가 높지 않다. 농구를 하기로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즐겁고 흥분되지만 막상 가는 길은 농구에 대해 생각한 이미지의 흥미도에 비해 너무나 지루하다. 그래서 농구하기로 결정하고 나면 언제나 농구장까지 달려가게 된다. 철봉을 집에 달고 나서 턱걸이를 훨씬 자주 하게 되는 것도 저항을 극복하기 쉬운 것도 있지만 운동장까지 가는 동안의 지루함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하고 싶은 욕망이 강한 일이 몇 가지 있음에도 당장의 [시간당 흥미의 밀도]가 높은 활동들을 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초기에는 [시간당 흥미의 밀도]가 낮더라도 중간에 피크를 찍으면서 높은 흥미의 총합을 주는 활동들이 많음에도 잘 안하게 된다. 그래서 내가 느끼는 즐거움의 합계도 그저 그런 수준에서 머무는 것 같다.

고로 [시간당 흥미의 밀도]가 초기에는 낮지만 가파른 상승세를 그릴 수 있는, 그래서 흥미의 총합이 좀더 큰 그런 활동들을 좀더 많이 하면 난 좀더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러려면 이런 사실을 인식하고 의지력으로 초기의 저항감을 극복하든가, 아니면 그런 활동들의 초기 [시간당 흥미의 밀도]를 높이든가, 둘 중 하나다. case by case로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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