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파. 한 때 한국 농구를 이끌었던 스타이며 지금은 최고의 농구해설가. 이분이 종종 농구 해설을 할 때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슛을 하는 가장 좋은 시점은 팀원들 모두가 동의할 때이다. 노마크라고 해서 반드시 슛을 던지는 게 좋은 것도 아니고 마크가 심하다고해서 슛을 던지는 게 나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팀원들이 동의할 수 있느냐 아니냐이다."
농구할 때 대부분의 플레이는 선수 개개인의 자유에 따라 변할 수 있습니다. 승리를 목적으로 한다 하더라도 어떤 판단이 더 나은 판단인지 누구도 쉽게 단정할 수가 없기 때문에 꼭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할 수 없는 문제죠.
이를테면 NBA의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앨런 아이버슨 같은 선수는 공만 잡으면 자기가 슛할 방법만 찾습니다. 그가 패스를 선택하는 순간은 스스로 득점을 할 수 없을 때 뿐이죠. 하지만 아무도 그의 이기적인 플레이를 비난하지 않습니다. 팀원들이 동의하기 때문입니다. 전문 수비수로 3점슛 서공률이 5%인 선수가 노마크 상태에서 3점슛 찬스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남은 시간은 1초. 보통 때라면 그가 패스를 하길 팀원들이 원하겠지만 이 순간에는 모든 선수들이 그가 슛을 던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팀컬러가 런앤건입니다. 그런데 이 팀의 센터는 정통파 센터로 골밑 장악이 농구의 생명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속공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고 리바운드와 수비, 골밑 득점에 주력합니다. 이 선수가 20득점 10리바운드를 매 경기 기록해주더라도 팀원들은 이 선수의 플레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남들이 뛸 때 뛰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든 종류의 팀플레이는 다 이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절대적으로 이게 옳다 그르다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플레이에 팀원들이 동의할 수 있느냐 아니냐입니다.
워크래프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슨 영웅을 뽑건 무슨 유닛을 뽑건 대체적으로 개인의 판단에 맡겨야할 일입니다. 농구선수들에게 넌 패스만 해, 넌 리바운드만 해, 하고 강요할 수 없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그 판단이 팀원들의 동의를 얻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공격 제한시간이 20초가 남았는데 무리하게 슛을 던진다든지 하는 것처럼 말이죠.
에도가 꽃씨님 스타일에 대해 지적한 내용에 저도 상당히 공감을 합니다. 꽃씨님은 늘 자신의 역할을 하나로 한정 지으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키퍼, 드라이어드. 꽃씨님이 좋아하시는 유닛이 그 성향을 대변하고 있죠. 물론 꽃씨님의 선택이 최선인 그런 상황도 아주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종족 조합이 일정한 것도 아니고 맵도 늘 바뀝니다. 그래서 팀원 개개인에게도 다양한 역할이 요구됩니다. 에도처럼 선봉에 서서 희생해야할 때도 있고 시바성처럼 키메라로 한 방에 쓸어버리는 파워를 보여주어야할 때도 있습니다. 팀에 테크를 올려서 마법 유닛을 뽑는 사람이 있으면 초반에 기본 유닛을 뽑아서 초반을 버텨주어야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팀원들이 기본 유닛 중심으로 간다면 또 테크를 올려서 중반 이후를 준비해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런 게 팀웍이고 조화인 거죠. 그런데 이런 조합이 늘 바뀝니다. 그래서 개개인에게 요구되는 역할도 달라집니다. 그런데 난 이게 내 스타일이야..하면서 한 스타일만으로 나간다면 팀웍을 저해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그런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 그 답은 차범근씨가 내려준 바 있습니다. 바로 대화죠. 선수들끼리 대화를 하면서 의견 교환이 이루어져야합니다. 급박한 팀플 상황이라해도 인탱글 한 번 더, 블리자드 한 번 더 써주는 것보다 대화 한 마디 더 하는 게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체제와 유닛을 선택할 때는 하기 전에 팀원들에게 최소한 선언이라도 해야합니다. garden of war만 걸리면 "나 뭐할지 알지" 하시는 시바성처럼요-_- 이게 제가 팀플에서 말을 많이 하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여기서부터는 워크 이야기
그리고 이제 키퍼와 드라이어드 얘기를 좀 하겠습니다. 제가 볼 때 키퍼의 의미는 인탱글입니다. 1렙에서도 아주 막강한 스킬이며 초반 견제에 좋은 영웅이죠. 반면 데몬 헌터나 호랑이에 비해서 전력 향상효과는 거의 없고 4:4의 대규모 전면전에서는 마나가 풀이라도 드라이어드보다 낫다고 하기 힘든 유닛입니다. 따라서, 키퍼를 뽑았다면 다른 영웅에 비해 전투력 하강이 있는 셈이므로 이를 메꾸기 위해 상대의 전투력도 같이 떨어뜨릴 수 있어야합니다. 그래야 수지가 맞는 셈이거든요. 결국 최대한으로 견제를 하고 난전을 이끌어내야 키퍼를 뽑은 값을 한다는 것이죠. 단순히 전투에서 마나를 다 쓴다고 키퍼의 역할을 다했다고 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드라이어드. 대매지컬로는 최고의 유닛임은 틀림 없습니다만, 드라이어드는 다른 종족의 매지컬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본진1업 타이밍에 치고 나오는 힘이 약하다는 것이죠. 언데드의 네크로멘서, 오크의 위치닥터, 휴먼의 소서리스는 일단 6마리 이상이 모이면 기본 유닛에 대해 비교우위를 보이기 때문에 전력이 증강이 됩니다. 하지만 드라이어드는 이런 스타일의 치고 나오는 힘이 없습니다. 조금씩 밀리다가 소서리스 나오는 타이밍에 역전하거나, 네크 나오는 타이밍에 밀고 들어가거나, 위치닥터 나오는 타이밍에 전면전을 벌이거나, 이런 게 드라이어드는 안됩니다. 나오기를 기다릴만한 유닛은 아니라는 거죠.
따라서 4:4 팀플에서 휴먼오크 2나엘이 걸렸다..하면 2나엘이 헌트리스로 초반을 버텨주는 동안 오크가 테크 올려서 위치닥터 뽑아서 나오는 것은 유효한 전략일 수 있지만 반대로 오크 휴먼이 풋맨그런트로 버티고 2나엘이 드라이어드 뽑아내길 기다리는 것은 좋지 못한 전략이 된다는 거죠. 이런 점을 고려하고 테크트리를 올리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나엘이 테크 올리는 게 안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처, 키메라, 곰돌이, 탈론 등 중반 이후에 막강한 유닛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드라이어드는 중반에 치고나오는 힘을 기대하는 유닛이 아니라 안티매지컬과 일정 수준의 공격력을 기대하는 유닛입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시고 체제와 유닛을 선택하신다면 좀더 나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 마디 첨언하자면, 워크래프트가 팀플에서는 상황 판단이나 컨트롤보다 오히려 초반부터 어떤 체제를 준비하고 누가 빨리 완성하느냐가 더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초반 대화를 통한 체제 조율을 제가 자주 강조하는거죠.
[워크래프트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