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일이 어떻게 이렇게 한꺼번에 많이 터질 수 있는지 정말 어이가 없다. 나도 잘못이 있다. 지난 대선, 이명박의 승리가 확실해져가고 있는 동안에도 아무런 저지 활동을 하지 않았다. 난 우리 사회가 이제 꽤 튼튼해져서 이명박이 웬만큼 삽질하더라도 큰 악영향은 주지 않을 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별 부담 없이 민노당에 표를 줬다. 문국현 찍는 사람도 주변에 많았지만 그냥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이미지 보고 찍지 말라" 정도만 말했을 뿐 적극적으로 말리진 않았다. 이회창 찍는 사람들에게도 "이회창은 게임의 법칙을 어겼고 이회창이 되면 민주주의의 후퇴다."라고 주장하면서 "그럴 바엔 차라리 이명박을 찍으라"라는 실수를 범했다. 난 정말 상황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기업에서의 [:권리를 위한 투쟁]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정치에 대한 나의 활동은 투표 정도 뿐이었다.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았고 나보다 더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상황이 이 지경이 된 것이리라.
내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권일이 덕분이다. 그 전엔 그냥 한나라당은 열라 나쁜 놈, 민주당은 약간 나쁜 놈, 민노당은 좋아하진 않지만 그나마 좀더 옳은 일을 하는 놈 정도로 분류하고 있었을 뿐이다. 지역주의에도 관심 없었고 극우니 보수니 조중동이니 하는 것도 그닥 관심 없었다. 하지만 권일이 덕분에 노무현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고 노무현을 찍었다. 그 때는 사실 민노당 찍으려다가 마지막에 그래도 노무현에 힘 실어주자는 생각에 노무현 찍은 거라 나중에 잠깐 후회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결과적으로 잘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노무현이 집권한 5년 동안 난 정치에 관심을 쏟을 필요가 없었다. 내가 관심 갖지 않아도 별로 크게 잘못되어 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이명박이 집권한 지 3개월. 어떻게 이렇게 많은 재앙을 뿌리고 다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대운하에서 시작해서 영어몰입교육, 건강보험 민영화, 쇠고기 협상, 고소영 논란, 강부자 내각, 종부세 유명무실화, 과거사 청산 노력 전부 분쇄, 남북 관계 험악하게 만들기, 공영 방송 탄압, 인터넷 포탈 탄압, 촛불 시위 규제. 한 1분 동안 기억나는 것만 바로 적었는데 이 만큼이다. 그러면서 생기는 구멍들은 전부 전시 행정과 립서비스로 메운다. 사실 내가 이명박이 정말 싫은 이유가 바로 전시 행정이다. 서울시장 때부터 실질적으로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보다 겉보기에 번드르르한 정책만 해왔다. 대통령이 되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봇대 하나 뽑으면서 마치 느리고 답답한 공무원을 자기가 다 혁신하는 것처럼 생색 냈지만 그 이후로는 아무 진전이 없다. 입으로만 물가 잡는다고 떠들고 실질적인 대책은 아무 것도 내지 못했고 아무 것도 잡지 못했다. 쇠고기 협상은 다 자기 잘못인 것처럼 사과하는 시늉을 냈지만 구체적인 잘못은 아무 것도 시인하지 않았고 아무런 대책도 내지 않았다. 계속 국민들에게 경제 살리고 규제를 풀고 정부를 기업처럼 효율화시키는 것처럼 선전하는 립서비스들을 하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이명박이 노리는 것은 오직 하나, 박정희가 아직도 "경부고속도로 하나는 선견지명이 있었지"라는 말을 듣는 것처럼 "대운하"라는 작품을 만들었다고 인정 받고 싶은 것이다. 청계천 하나로 이미지 굳혔듯 대운하로 이미지 정치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이제 나쁜 이미지가 생기는 것들은 언론 탄압으로 막으려 하는 것이고.
문국현마저 부화뇌동하고 있는 것도 좀 충격이다. 난 문국현을 "진보" 쪽으로 분류하는 것은 예전부터 말도 안된다고 생각해오긴 했지만 검증되지 않았을 뿐, 한나라당 같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민주당과의 단일화 논란에서 시작해서 이번 야합까지 보니 가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문국현을 노무현 후계자라고 했는가. 지금의 노무현은 3당 야합에 분노를 터트리고 뛰쳐나온 노무현, 청문회에서 죄인들을 준엄하게 심판했던 노무현, 바보 노무현이 있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언젠가 검사들과의 토론에서 말한 것처럼 자신의 신념에 따른 삶이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리저리 눈앞의 이득만 쫓아다니는 행태를 보이는 문국현이 어떻게 노무현의 뒤를 이을 수 있겠는가.
이제 나도 방관만 하고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목소리를 높여야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다. [:권리를 위한 투쟁]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이자 사회 공동체에 대한 의무다. 금발이 너무해2 엘 우즈의 말처럼 Speak up! 해야 할 때가 아닐까.
어쨋든 아이언맨은 재밌었다. 10살 짜리 소년들의 로망을 실현시켜준 영화.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테러 같은 것만 잘 필터링하면서 보면 정말 재밌는 영화인 듯.
내가 자는 사이에도 많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살수차의 살수, 방패와 곤봉의 무력 진압, 강제 연행. 어떻게 이럴 수가. 오늘은 나도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