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에 또 갔다왔다. 부산에서 올라와서 서울역에 도착한 게 4시 40분, 집에 도착한 게 5시 30분, 다시 나간 게 6시 10분이니 그냥 서울역 주변에서 놀다가 바로 집회에 합류하는 게 나을 뻔 했다. 괜히 지하철역 뛰어내려오다 발목이나 삐고. 역사의 현장에 가고 싶은 마음에 조급했나보다. 생각보다 심하게 삐어서 처음에 몇 분간은 걷기도 힘들었는데 좀 있다보니 걸을 만은 해서 시청으로 갔다. 시청역에 도착하니 정말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차이 있다. 7시 30분쯤 되자 시청역 주변을 꽉 매우고 광화문까지 사람들이 늘어섰다. 근데 뭔가 뿌듯한 마음이 들 줄 알고 갔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집회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는데 내 마음은 오히려 점점 더 다운되어 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도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 화가 나고 안타까웠다.
9시 쯤인가? 행진을 시작했다. 청와대로 바로 갈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고 뒤로 남대문을 거쳐서 갔다. 남대문에 이르자 또 화가 났다. 이명박이 개방한 남대문, 촛불은 물대포로 끄면서 남대문은 왜 못 껐나. 사람들도 명박이가 태웠다를 외쳤다. 행진하는데 보니까 사람 수가 정말 엄청났다. 가다가 중간에 좀 쉬었는데 한 10분 쉬는데도 사람들이 끝도 없이 지나갔다. 오늘은 25만은 되지 않았을까? 8차선 도로에 사람이 서는 걸 세보니까 대충 40명이 서던데 100줄만 되도 4만명이다. 근데 100줄이 아니라 1000줄은 되어 보였으니 정말 엄청난 숫자일 것이다.
전경들이 길을 미리 버스로 꽉꽉 막아놨다더니 과연 경복궁 옆에서 길을 완전히 봉쇄해놨다. 전경들이 시민들하고 부딪히느니 차로 막자고 생각한 것일까. 아뭏든 그렇게 막고 나니 시위대도 별수 없이 그 앞에서 다시 집회를 시작했고 또 일부는 광화문 쪽으로 내려왔다. 이쯤에서 내 발목이 발목을 잡아 결국 난 돌아왔다.
정말 다양한 사람이 집회에 참가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끌고온 가족들, 연인들, 학생들, 할아버지 할머니, 장애인 등등. 오히려 2,30대 남자 청년들이 드물어 보일 정도로 집회는 폭력적이래야 폭력적일 수 없는 인적 구성을 하고 있었다. 이런 사람들에게 좌파니 빨갱이 배후니 하는 말을 뒤집어 씌우다니. 정말 화가 난다. 뉴라이트 인간들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단순히 자기 이익을 위해서 그런 주장을 한다기보다 비판적인 사고 능력이 떨어지는 게 아닐까?
[:세계화의 덫]을 다 읽었다. 정말 한숨이 나온다. 이명박이 가려고 하는 그놈의 신자유주의란 길, 그 길을 따라 갔던 나라들의 처참한 실태가 드러나 있다. FTA가 lose-lose 게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세계화의 순서가 거꾸로 되었다. 정말 win-win 세계화가 이루어지려면 정치적 민주적 세계화가 우선해야 한다. 그 이후에 경제적 세계화가 추진되어야지 지금처럼 경제적 세계화가 우선하면 결국 니 월급 빼고 다 오릅니다가 돌아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