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정치 이야기. 왜 한국은 인터넷 세상이 되서 한나라당과 조선일보의 악행이 만천하에 드러난 오늘날까지도 굳건한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가? 예전에는 단지 정보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정보가 흐르지 않던 시절에는 언론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고, 그 언론과 정권이 결탁하면 국민들을 천년 만년 속일 수가 있었지만, 정보가 흐르고 흘러, 한나라당이 내 이익에 눈꼽만큼도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바로 떠날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모든 국민이 자신의 이익을 진실로 대변하는 정당을 뽑는다면, 부자들은 그냥 한나라당 찍고, 나같은 서민 사업가는 대충 아무렇게나 찍고, 서민들은 민노당이나 진보신당 찍으면 되겠지.
하지만, 이건 착각이었다. 물론, 정보의 흐름이 정치 지형을 어느 정도 바꾸기는 했고, 노무현을 만든 것도 3분의 1쯤은 인터넷이다. 하지만, 인터넷이 세상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었지만 한나라당 조선일보 연합은 끝끝내 뒤엎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는 한나라당이 정말 강력한 이념조직이라는 것이다. 여기서의 이념조직은 BUILT_to_LAST에 나오는 그 이념조직이다. 한나라당을 찬찬히 뜯어보면 BUILT_to_LAST의 비전 기업의 조건을 거의 다 갖추고 있다. 기득권의 유지라는 핵심 이념을 향해 정말 강하게 align되어 있고, 접대 문화, 성추행, 상명하복 등의 차별화된 문화가 있다. 대권과 총선이라는 BHAG가 알아서 4~5년마다 나타나며,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고 온갖 개소리를 늘어놓은 다음, 국민들에게 까이는 건 덮고 먹히는 것만 밀어준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이념이 뭔지 도통 알수가 없고, 무슨 문화가 있는지도 알 수 없다. 국민참여당은 이념은 있지만 조직 전체에 align되어 있는지는 의심스러우며, BHAG를 제대로 추구하고 있지도 않고, 무슨 시도를 하고 있는지 소식도 없다. 진보정당들은 이념 때문에 싸우다가 분당한 걸 보면 하나의 이념으로 align되어 있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다만, 이념이 달라서 분당한 만큼 앞으로는 자신들의 이념을 깊이 있게 추구할 것이라는 기대는 할 수 있겠다.
이처럼, 정당간 실력차가 큰 것이 중요한 요인이다.
또 하나는, 정당이 국민들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들의 생각을 대변해야 한다는 것을 한나라당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대변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각은 뭘까? 자식들에게 안정적인 직장 구하라는 말 밖에 할 줄 모르는 부모, 부동산으로 어떻게 돈 좀 벌어봤으면 하고 바라는 수많은 서민들, 어떻게 공돈 좀 먹어볼까 달려드는 날파리 기업인들, 가난한 사람 힘 없는 사람 등쳐먹는 사기꾼, 돈 잘 버는 남자 만나서 팔자고치려는 여자들, 돈 있는 척 여자 꼬시려는 남자들. 이런 사람들의 머리 속에 들어 있는 생각이다. 대한민국의 평균적인 사람들의 뇌 구조를 그리면 아마도 3분의 2는 돈일 것이다. 이걸 한 마디로 요약하는 단어가 있다. 천민 자본주의.
모든 것을 돈으로 재단하려 하고, 돈이 목표고 추구해야할 가치의 전부인 사람들. 한나라당은 이 천민 자본주의를 완벽하게 대변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한나라당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해주고 있지 않음에도, 아니 심지어 자신들의 이익을 뺏어가서 기득권층의 배를 불려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대변해주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이 착각은 생각보다 정말 깨기 힘든 것이다. 사람들한테 너 착각하고 있어! 한다고 깨질 것도 아니고, 백만 민란 한다고 깰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돈보다 중요한 가치들이 이 세상에 많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갈 때 조금씩 깨지는 것이다. 꼭 배가 불러야 다른 가치들을 돌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은 배고팠던 수십년 전보다도 오히려 더 돈을 밝히는 사회가 되었다. 잘 살아야 그런 여유가 생긴다는 말은 역으로 현재 상황을 계속 악화시킬 뿐이다. 배고플 때 가질 수 있는 여유, 그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