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history of 갤럭시 A50 구입기



Title: 갤럭시 A50 구입기 | edited by Youngrok Pak at 4 years, 2 months ago.

꽤 오랫동안 써오던 아이폰 6S가 액정도 여러 번 깨지고 배터리 수명도 떨어지는데 배터리 교환도 안해준다고 해서 액정이랑 배터리는 몇 번 사제 수리센터에서 교환해서 쓰다가 결국 포기하고 새 폰을 사기로 했다. 그동안 스마트폰 시장에 큰 관심이 없었고, 그냥 떠도는 뉴스만으로 종합해서 나는 대충 이런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아이폰은 문자 그대로 혁신이 없어보였던 반면, 삼성은 삼성 페이, 엣지, 노트에서 폴드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혁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 안드로이드는 예전부터 위젯이 참 좋아서 쓰고 싶었는데 아이폰에는 죽어라 탑재를 안해주고 어설프게 보지도 않는 잠금화면 위젯이나 만들고 앉았더라.
  • PWA 개발도 하고 써보고도 싶은데 아이폰은 지가 먼저 시작해놓고 지금은 지원하는 시늉만 하고 있다.
  • 보통 IT 세계에서는 2~3세대 전 하이엔드 제품보다 현세대 중급 제품이 성능이 더 뛰어나다.
  • 구글 서비스를 많이 쓰는데 안드로이드는 구글 서비스 지원이 좀더 좋겠지.
  • 갤럭시 S10의 성능에 대한 칭찬이 많이 보인다. 삼성폰도 이제 성능 좋은 듯?
  • 돈독만 오르고 UX는 점점 뒷걸음치고 있는 애플 제품은 더 이상 사고 싶지 않다.
  • 어차피 컴퓨터를 늘 들고 다니는 내 상황을 생각하면 스마트폰 의존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이동 중에 슬랙으로 팀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는 것이 주된 용도. 집에서 누워서 하스스톤이나 넷플릭스, 유튜브 하는 정도가 플러스. 최신 사양은 필요 없다.

대충 윈도우 노트북 살 때랑 비슷한 관점이 많은 것 같다. 여튼,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이제 안드로이드폰을 한 번 써볼 때가 되었고, 알뜰폰 요금제를 쓰고 있는 내 상황에서 할인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비싼 요금제를 내가면서 최신 S10 시리즈를 쓰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대충 검색해보니 중고급 시장을 타게팅한 A50에 대해서 가성비 칭찬이 많이 보였고, 성능도 S9을 능가한다고 하니 내 가설이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았다. 실제 스펙상으로도 A50의 스펙이 S9보다 더 좋은데 가격은 S9이 거의 두 배에 가까웠다.

다나와에서 검색을 해보니 A50 자급제폰은 43만원 안팎의 가격이다. 어차피 출고가는 다 똑같겠지 싶어 삼성디지털플라자를 가봤더니 47만원이라고 하는데, 내가 지금 아이폰 6S를 쓰고 있는데 이거 보다는 A50이 성능이 좋지 않겠냐고 점원에게 물으니 점원이 왠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비슷할 것 같다고 한다. 뭐? 6S는 A50보다 4년 전 제품인데? 내가 그럼 지금 옆그레이드를 하는 것이란 말인가? A50이 재고가 없다 그래서 A30은 어떠냐고 물어보니까 6S보다 확실히 느릴 거라고 한다. 삼성 직원이 자기 폰 디스하는 거니까 모르고 하는 말 같지는 않아서 잠깐 브라우징을 해보니 정말 느리다. 이거 실화인가.

그래서 부랴부랴 또 검색을 해봤더니, 역시 나온지 꽤 된 아이폰 8도 갤럭시 S9까지 다 씹어먹는 성능이라고 한다. S10이라고 해도 장담할 수 없다는 듯. 아니 삼성도 스펙 빠방하게 집어넣는 거 아니었어? 섬세한 건 몰라도 왜 성능조차 못 따라잡고 있는 것이냐.

그래, 그럼 아이폰 8이 오래 전에 나온 건데도 성능이 더 좋다니 그럼 그걸 사야겠군, 했더니 아이폰 8도 S9이랑 별 차이 없는 가격대다. A50의 두 배. 나는 뉴스만 보고 갤럭시가 아이폰 따라잡고 저 멀리 추월해서 앞서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애플에 대한 미움이 남아 있었고, 그렇다고 6S에서 7 정도로 소심한 업그레이드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설령 A50이 옆그레이드라고 하더라도 OS가 바뀐다는 새로운 경험이 있었다. 어쨋든 애플보다 구글을 훨씬 신뢰하는 나에겐 해볼 만한 시도였다. 

그렇게 좀 고민하다가 밥 먹으러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갔는데, 왠걸, 거기는 자급제 폰 재고가 넘쳐났다. 게다가 가격도 인터넷 최저가보다 더 쌌다. 그래서 그대로 충동구매 결정. 정말 유심만 바꿔 끼우니까 잘 동작한다. 선화를 만난 이후로 늘 폰을 바꿀 때마다 그랬듯이 첫 전화는 선화에게 걸었는데 잘 된다.

세팅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당장 일하는데 필요한 것들만 일하면서 틈틈이 깔았는데 금방 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업무를 끝내고 실제 스마트폰으로 사용하려고 하자 여러 가지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일단 지문 인식은 평판대로 쓰레기였다. 이거 정말 쓰라고 만든 거 맞아? 마침 또 업그레이드가 저절로 진행되면서(이것도 마음에 안 들었다. 내 허락도 안 받고!) 지문 인식이 업그레이드되었다고 하는데, 그래도 여전히 쓰레기다. 도대체 물리 버튼은 왜 없앤 거냐. 이건 정말 삼성이나 애플이나 겉멋만 들어가지고 괜히 베젤 줄이고 화면 넓히느라 온갖 쑈를 다하는데, 그 결과로 사용자는 점점 더 불편해져간다. 아이폰의 편리한 지문 인식과는 비교도 안되는 쓰레기다.

주위 밝기에 따라 화면 밝기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섬세함도 아이폰에 못 미쳤다. 준이 재우면서 잠깐 시계 보려고 켰다가 깜놀. 여러 가지 앱들도 딱히 느리다 그런 건 아닌데 스크롤이 부자연스럽다든지, 버튼 누르는 위치가 손가락을 고문한다든지 하는 게 심심찮게 있었다. 꼭 남의 폰 쓰는 것 같은 불편함. 아이폰은 사용한 첫날부터 마치 날 위해 설계한 폰 같았다는 점을 떠올라서 더 비교가 되었다.

스크롤에서 바운스를 하는 애플에 비해 족보 없는 이상한 그림자 효과만 나오는 안드로이드 앱들의 스크롤도 더없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뭔가 바운스를 흉내는 내야겠고 특허에 걸려서 못 따라고 그러다가 이렇게 된 건가? 모르겠다. 안드로이드 앱들의 UX는 10년이 지난 아직도 아이폰 앱보다 못하다. 아주 기본적인 것들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뭔가 이거 맥북 버릴 생각으로 윈도우 병행해서 쓸 때의 데자뷰를 겪는 것 같다. 이제 좋아졌겠거니 싶어서 탈 애플을 시도했다가 결국 후회하게 되는... 그나마 맥북은 수리에 성공한 덕분에 그냥 돌아올 수 있었는데, 폰은 이미 6S는 회생하는데 또 돈이 많이 드는지라 회생시키기도 싫다.

물론, 윈도우가 그랬듯, 안드로이드도 확실한 장점이 몇 가지 있다. 기대했던 위젯은 역시 좋았다. 애플도 아무도 안 보는 잠금화면 위젯 따위 집어치우고 스프링보드에 위젯을 달아줘. 니들 앱만 시계 돌리는 거 이딴 거 하지 말고. 내 첫 PDA였던 자우루스도 아이폰처럼 앱을 늘어놓는 방식이었는데, 두번째 PDA폰이던 알육이는 투데이 앱이 전면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투데이 스타일이 싫고 자우루스 스타일이 좋았는데, 막상 쓰다보니까 투데이 위젯들이 너무 편리했다. 그래서 늘 그런 스타일을 다시 쓰고 싶었는데 이제야 안드로이드폰에서 다시 위젯을 쓰게 된 것이다. 그 때에 비해 월등히 넓은 화면이지만 어째 정보량은 별 차이 없는 느낌이긴 하다. 단순히 PIMS 관점에서만 보면 사실 알육이를 쓸 때 내 삶이 가장 디지털로 관리가 잘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다른 장점은...

구글 앱 통합은 생각처럼 좋지 않았다. 직장 프로필인지 뭔지가 생각처럼 매끄럽게 동작하지 않아서 한참을 삽질하다가 이것도 단계가 여럿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무리 해도 업무 폴더가 생겨나지 않아서 그냥 업무 프로필은 포기하고 정책 뭐시기만 썼다. 직장 프로필과 업무 프로필은 또 다른 건가? 근데 왜 삼성 knox 약관 동의를 하라는 거지. 구글이 만든 거 아니었나. 암튼 검색해도 트러블 슈팅에 도움될 만한 게 안 나왔다.

아, 그래도 구글 태스크 연동은 좋다. 위젯도 되고.

근데 이 괴상한 앱 아이콘 디자인은 대체 뭐냐. 삼성은 예전부터 라운드 처리의 곡률에 대한 감각이 이상했다. 

아니, 그러니까 또 다른 장점은 말이지...

테마를 바꿀 수 있더라. 무료 테마 하나는 얘네들도 저 눈이 썪는 삼성 디자인의 라운드처리를 못 참았는지 앱 아이콘에 정상적인 라운드 처리로 테두리를 쳐주더라.

천지인 키보드는 오랜만에 써보니까 qwerty보다 불편했다. 천지인 플러스는 약간 나았지만 그래도 적응에 실패. 나랏글도 적응 실패. 이 정도로 넓은 스크린이면 그냥 qwerty가 월등한 거 같다. 근데 난 여전히 알육이의 물리 키보드가 그립다. 굳이 스크린 넓히려 애쓰지 말고 그냥 슬라이딩 키보드 좀 달아주면 안되냐? 갤럭스 폴드 만들 기술이면 얇고 튼튼한 슬라이딩 키보드 만들고도 남겠다.

아, 배터리 용량은 만족이다. 6S는 새 배터리도 별로였다. 6S가 1800인가 되었던 거 같은데, A50은 무려 4000에 달한다. 실제 쓰기에도 한참을 썼는데 반이 안 달았다.

그래도 아직은 A50 구매가 후회가 될 정도는 아니다. 그 위젯 하나만으로도 자잘한 단점들을 덮고도 남는 느낌이다. 미세먼지 하나 보려고 앱을 켜야 한다는 것부터가 아이폰은 글러먹었어. 아 물론 A50은 섬세하고 정교하게 지문 인식을 해줘야 해서 노력의 차이는 비슷한 것 같지만.

 

 

 

Wiki at Wiki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