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비슷한 것 같은 말, 경쟁심, 승부욕. 둘다 많은 사람들에게 열정을 불어 넣는 동기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 둘은 차이가 있다. 경쟁심은 일반적으로 상대가 제한적이다. "나는 누구는 꼭 이겨야 해" 이런 게 경쟁심이다. 내가 반에서 1등은 못할 지라도 내 짝지는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경쟁심이다. 반면 승부욕은 상대보다 승부 자체를 이기고 싶어하는 욕망이다. 게임에서 상대는 계속 바뀌지만 난 계속 이기고 싶은 것이다.
경쟁심은 때때로 팀원 간에도 나타난다. 하지만 그렇다고 꼭 팀웍을 저해하는 것은 아니다. 강백호와 서태웅은 서로에 대한 경쟁심이 강하다. 그래서 경기 중에서도 서로 패스도 안하고 협력하지 않을 때도 많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승부가 눈앞에 걸리면 달라진다. 승부가 중요해지면 상대와 협력해야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고 협력하기 시작한다. 승부욕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승부욕은 강하지 않은데 경쟁심이 강하다면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대개 팀의 성공은 팀원의 성공도 이끌지만 팀이 실패한다고 개인이 실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프로 스포츠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꼴찌팀의 농구 선수가 매일 팀이 지더라도 혼자 활약해서 40점을 올리면 그 선수가 팀이 원하는 플레이를 하지 않더라도 몸값이 올라가고 주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선수는 우승 반지를 낄 수는 없을 것이다.
간혹 스타크래프트로 FreeForAll을 할 때도 비슷한 경우가 나타난다. FreeForAll에서 승자는 한 사람 뿐이므로 이기고 싶다면 한 상대에만 힘을 쏟아 부을 게 아니라 자기가 강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한 번 공격당하면 자기를 공격했던 상대만 물고 늘어진다. 그러면 그 상대와 둘이서 치고 박는 사이 다른 상대가 어부지리를 얻는다. 아주 쉬운 이야기지만 자기 눈앞에 닥치면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승부욕만 있고 경쟁심이 약한 것도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경쟁심은 지속성이 강하지만 승부욕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눈앞에 닥치는 승부에는 최선을 다하지만 그 사이 다른 상대가 앞서 가는 것을 방관하게 되기도 한다.
나는 경쟁심보다 승부욕이 강한 편이다. 대체로 경쟁심보다 승부욕이 강한 사람은 오만한 성격이 많은 것 같다.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니까 라이벌 같은 걸 인정하지 않는 것이고, 최고니까 당연히 승부에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강한 상대를 만나도 그냥 내가 넘어야 할 많은 산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어쨋든 나쁜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한 때 들었던 초우주거만도 별반 듣기 싫은 표현이 아니었고.
머, 어쨋든 이번에는 우리 팀에 경쟁 상대가 있다. 이것이 나의 열정에 지속성을 가져다 줄 것 같다. 화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