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_블로그에_썼던_글들


Youngrok Pak at 5 years, 8 months ago.

네이버 블로그에 썼던 글들. 사진은 갤러리를 따로 만들 예정.


암울한 NHN #2 2004/10/29 00:24#

생각해보면 좀 웃기기도 하다. 한창 잘나간다는 NHN인데 그 말단 사원이 번호까지 붙여가며 씨리즈로 흠을 잡다니. 아직 세상 경험이 적은 풋나기의 좁은 시각일까? 아니면 이것이 대한민국 인터넷 업계의 수준인 걸까? 알아서 판단하시라.

일본 전국 시대를 재패했던 오다 노부나가. 그를 묘사한 소설에서는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노부나가는 철저한 실력주의자로 실력 있는 자는 신분, 출신, 연륜을 묻지 않고 중용했으며 무능한 자는 아무리 고참 신하라도 가차없이 내쳤다는 것. 그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노부나가는 당시 혼간지라는 일본 최대의 종교 세력과 전쟁을 벌였는데 처음부터 자신이 직접 나서진 않았고 사쿠마 노부모리라는 신하에게 그 지역을 맡겨 그는 수년에 걸쳐 처절한 전투를 벌였다. 그러다가 결국 승부를 낼 때는 자신이 나서서 전쟁을 벌였고 결국은 완전한 승리를 거두게 된다. 보통의 시각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노부모리는 상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노부나가는 노부모리를 내치고 영지와 재산까지 몰수해버린다. 이유는 간단했다. '수년에 걸쳐 공도 없고 과도 없다.'는 것이었다. 노부모리는 실패하다 면책당할 것이 두려워 혼간지와 과감한 전투를 벌이기보다는 현상 유지에 주력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노부나가가 총력을 기울이기 전까지 전선을 유지해주었기 때문에 공로가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노부나가는 그런 안이한 자세를 극도로 싫어했다. 일이 잘못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현상 유지만 하려는 무사안일주의. 그것이야말로 경계해야할 대상인 것이다. 이런 노부나가의 생각 덕분에 그의 신하들은 늘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것이 노부나가가 그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에 있던 다른 상대들을 누르고 패자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던 원동력이었다.

그렇다면 NHN은 어떠한가? 난 처음 NHN에 입사할 때 기술적인 면에서도 기대를 많이 했지만 그보다 앞서가는 기업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더 기대를 걸었었다. 그러나, 내가 겪게된 NHN은 결코 그런 생동감이 넘쳐 흐르는 집단이 아니었다. 오히려 몸사리기 분위기가 지배하는 곳이었다. 이런 분위기가 팽배하게 된 것은 물론 앞서 언급한 평가 시스템의 문제가 크다. 그러나 그것 뿐만이 아니다. 문제는 NHN의 기득권에 있다.

NHN은 현재 국내의 어떤 인터넷 기업보다도 강한 기득권을 갖고 있다. 이것은 NHN의 향후 사업 전개에 있어서 강력한 버팀목이지만 그와 동시에 NHN에 안이함을 가져다주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NHN의 직원들은 변화와 발전에 대한 욕구가 적다. '이미 우리는 이렇게 해서 잘해왔다'는 거다. 물론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지금의 기득권을 확보하는 과정은 분명 공을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이대로 계속해서도 성공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져보아야한다. 초창기 NHN은 수익 모델이 없던 닷컴 기업의 대열에서 변화를 추구했고 그 결과로 시장을 창출했다. 여기서 알아야할 것은 NHN이 그 때 하던 방식대로 한다고 성공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때처럼 진취적으로 혁신을 추구해야 성공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NHN의 초점은 그런 곳엔 관심이 없다. 그저 현재의 고객들을 잘 유지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고 이미 있는 고객들에게 얼마나 돈을 뜯어낼 수 있는가에만 관심이 있다. 엔지니어들도 비슷하다. 난 개발자라면 누구나 더 쉽고 편리하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는데 관심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NHN에 그런 욕구가 있어보이는 사람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

기득권이 있다보니 다른 업체에서 시작한 아이템을 잘 따라만 해도 효과가 크다. 지식 검색이 디비딕 카피나 다름 없다는 것은 다 아는 이야기고 까페, 블로그 다 마찬가지다. 한게임은 다를까? 한게임의 게임 중에 순수 창작물이라고 할 만한 게 있는가? 주력인 고포, 테트리스는 이미 있는 게임을 온라인화하고 변형한데 불과하고 대체적으로 게임의 퀄리티는 90년대 초기만도 못하다. 그나마 만든다는 대작 게임 아크로드는 잘 나가는 MMORPG 아류작에 불과하다는 평을 듣고 있고 당골왕 역시 PS2의 모 게임을 갖다 베꼈다는 말을 듣고 있다. 그나마 나름대로 독창적인 시장을 개척해보려했던 엔토이는 수익을 창출하는데 실패했다. 플랜훗이야 쿠쿠박스 인수해서 만든 것이니 창작이라 하기 어렵다. 그러니 점점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찾아서 잘 포장해서 팔아보자는 분위기의 기획이 이어지고 있고 창조적인 작품은 나오기 힘들어진다. 물론 사업에서 꼭 창조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미 있는 것을 잘 사업화하는 것도 정말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직원 1000명에 달하는 기업이 그것 뿐이라면 곤란하다. 넷마블이 자꾸 한게임 따라만 한다고 욕할 게 아니라 NHN 자신은 뭘 창조해왔는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업은 무엇을 목표로 해야하는가? 많은 해답들이 있지만 가장 많은 해답은 아마도 이윤 추구일 것이다. 그러나, 피터 드러커는 여기에 이의를 제기한다. 기업의 목적은 고객의 창조이며 이윤은 기업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2년 전 처음 이 주장을 접했을 땐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뭔가 점점 이 주장에 설득당해가고 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어쨋든 이런 시각이 맞다고 가정하고 본다면 현재 NHN은 기업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고 있지 못하다. 기업은 고객에게 유용한 가치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이윤을 획득해야한다. 그러나, 한게임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와 수익이 별개이다. 한게임에 돈을 지불하는 고객들은 과연 그만큼의 즐거움을 얻어갈까? 그저 고스톱 중독, 포커 중독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지갑을 여는 것은 아닌가? 고객에게 유용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면 왜 새로운 고객이 그 가치를 사려고 하지 않는가? 한게임이 고객의 돈에 대한 대가로 주는 가치는 무엇인가?

물론 꼭 기업의 서비스의 가치와 고객이 지불하는 대금이 완전히 비례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게임은 그 불균형이 너무 심하다. 이것은 한게임이 가치있는 서비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일 수 있다. 한게임의 고포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그로 인한 득이 많을까 실이 많을까? 한게임은 고객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있는가?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은 봉사활동하고 바자회하고 자선 기금 모금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사회에 질 높고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게임이 고객의 창조에 게으르다는 사실은 웹 사이트의 표준 준수 정도에서도 드러난다. 네이버와 한게임은 리눅서들이 가장 싫어하는 포탈 사이트이다. 웹 기술의 표준을 거의 지키고 있지 않기 때문에 리눅스에서 제대로 브라우징이 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 소수의 고객들이 NHN의 수익에 별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드러나는 NHN의 시각이다. 피터 드러커는 고객 뿐 아니라 비고객에도 관심을 보이라는 말을 한 바 있다. 과거 백화점 업계는 그들의 전성기 때 그들의 고객 관리에 최선을 다했다. 고객들은 높은 만족도를 보였고 그들은 영원히 전성기를 누릴 줄 알았지만 시장이 변했다. 백화점 업계의 비고객이던 사람들이 더 큰 시장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 할인점 등이 속속 등장하는데도 백화점은 여전히 비고객에는 관심이 없고 그들의 고객에 집중했다. 그 결과 현재 백화점은 현상 유지를 했지만 시장 전체에서의 비율은 형편 없이 낮아져버렸다. NHN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마란 법이 없다. 지금은 검색 포탈, 게임 포탈이 NHN을 지탱하고 있고 이것이 업계의 주 수익 모델이지만 현재의 비고객층이 인터넷 업계에서 지금보다 훨씬 큰 시장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NHN은 현상 유지를 해도 더 거대해진 시장에서 조그마한 역할 밖에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물론 카피의 달인인 NHN이 그렇게 많이 뒤쳐지진 않겠지만 말이다. 네이트와 싸이월드가 NHN이 그런 위기의식을 느낄 수 있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NHN은 운은 좋다고 할 수 있다.

혁신을 논할 때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변화는 위험하다. 그러나 변화하지 않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없다.'

암울한 NHN #1 2004/10/23 18:08#

내 후배 하나가 우리 회사에 들어왔다. 내가 예전 회사에서 TO 만들어줬던 넘인데 그 회사는 나 나가고 나서 망했고 그래서 다시 날 따라왔다-_- 웬지 불쌍하다. 이제 곧 NHN도 떠나게될 텐데 NHN의 미래가 그다지 밝아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망하는 기업의 징후가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서 세계를 이야기한다. 과연 NHN은 세계로 진출할 힘을 가진 기업인가? 글쎄올씨다.

NHN이 분명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공로는 있다. 닷컴 벤처 붐의 역풍이 불 때 꿋꿋이 버텨낸 저력도 있다. 그러나 그건 벤처일 때 이야기다. 벤처에서 중견 기업을 넘어 대기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그런데 그런 산들을 잘 넘고 있는가?

NHN 들어와서 2~3개월 정도 지나면서 제일 먼저 느낀 것은 사람들이 책임을 면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것이었다. 뭔가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 노력은 뒷전이고 자기는 그 문제가 상관 없으니 자기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전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자기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그 때부터 그 문제는 자신의 관심사에서 벗어난다. 아니면 잘못이 있는 걸로 밝혀진 사람을 욕하거나. 그래서인지 뭔가 자기 잘못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면 필요 이상으로 당황한다. 사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침착하게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에 대한 책임을 면해야겠다는 생각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빨리 가능한 한 적은 숫자의 사람들이 알고 있을 때 상황을 해결하려 한다. 물론 그런 생각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킨다.

이런 분위기가 회사의 발전에 장애가 됨은 말할 나위가 없다. 문제가 발생하면 서로 나서서 해결하려고 하는 분위기가 되어야할 텐데 서로 피하려고만 하고 떠넘기려고만 한다. 그저 관심 있는 것은 자신의 평가에 마이너스되는 게 있는가 없는가 뿐이다. 물론 사람들이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된 데는 불합리한 평가 시스템의 책임이 가장 크다.

NHN은 최근 1~2년 간 평가 시스템에 굉장한 공을 들였다. 그러나, 그 결과로 나온 시스템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지경이다. 이 정도 공 들인 시스템이 이 정도로 나쁘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NHN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되었다.

우선 성과 평가. 현재 성과 평가의 기준은 내가 볼 때 '얼마나 많은 일을 별 문제 없이 해냈는가'이다. '별 문제 없이' 이게 문제다. 사실 평가는 팀장에게 전권이 있기 때문에 팀장의 역량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 그렇기 때문에 팀장도 거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무리 많은 일을 하고 아무리 중요한 업적을 남겨도 문제 하나 발생시키면 평가는 나쁘게 나온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몸사리기'에만 열중하고 일을 벌이지 않으려한다. 가만 있으면 중간은 가기 때문이다. 열심히 뭔가를 추진하는 사람은 좋은 소리 못 듣고 묵묵히 앉아서 자기 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자기 일만 열심히..좋은 말 같지만 회사는 혼자 일하는 곳이 아니다. 자기 하나 잘한다고 회사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이 일한 + - 를 잘 합해서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이런 시스템은 보통 +가 아무리 많아도 -가 약간 있으면 그 -가 크게 작용한다. 그러니 사람들은 +를 만들기보다 -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 결과 NHN은 Java 도입한지 3년이 되어가는데도 아직까지 자바 기술력은 쌓인 게 없다.

역량 평가도 문제다. 취지는 좋다. 엔지니어도 레벨을 적용해서 고연봉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 말은 된다. 그러나, 문제는 그 역량 레벨의 상승이 성과 평가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과 평가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역량 평가에도 반영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건 당연할 수도 있다. 역량 평가를 할 역량이 없으니 성과 평가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아무리 기술력이 있는 엔지니어도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기는 어렵다.

이런 평가 시스템은 결과적으로 직원들의 의욕을 고취시키기는 커녕 새로운 일을 벌일 의욕을 꺾는다. 기술은 몇 년이 지나도 정체 상태에 있고 문제가 있는 걸 알아도 나서서 뜯어고치려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연구소를 만드느니 R&D에 투자하느니 하면 무슨 소용인가? 평가 시스템이 변하지 않는 이상 NHN에는 미래가 없다.

기대.. 2004/06/20 01:13#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내가 싫어하는 말 중 하나다. 실망할 땐 하더라도 기대를 하면서 살자는 게 내 방식이었으니까. 근데 저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웹플랫폼팀 생기면서 감정적으로는 정든 2팀과 떨어지게 되서 싫었지만 나름대로 프레임워크 개발에 전념할 수 있게 되어 기대가 컸었다. 비록 차세대 웹기술로 다가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현 세대 웹기술의 완성판을 만들어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사실 내 경력 3년 내내 프레임워크를 직/간접적으로 다루면서도 늘 기존 환경을 고려해야했기 때문에 마음대로 프레임워크를 뜯어고치면서 만들 수 있었던 적이 없었다. 이번은 그러기에 아주 좋은 기회였고 나름대로 정리된 생각도 많았기 때문에 맘에 드는 완성판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굴러가지 않았다. 이름부터 맘에 안 드는 dejava 프레임워크. 현재의 모습은 정말 남한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이다. 나부터가 이거 가지고 웹 프로젝트 개발하라그러면 짜증부터 날 정도니까. 서비스 개발팀들엔 다소 미안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냥 팀 새로 안 만들고 예전 citrus만 계속 업그레이드시켜 나갔더라면 지금보다는 나은 모습이었을 꺼라는 생각도 많이 든다.

훈련소 가면서 내내 걱정이 많았었다. dejava 팀의 다른 사람들과 나의 기본적인 생각들이 너무 달랐다. 상황은 대체적으로 1:N이었고 간혹 창희형이 내 쪽 손을 들어주어 2:N이 되었는데 내가 있는 동안은 열심히 우긴 덕에 내 뜻에서 그렇게 멀지만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훈련소로 내가 빠지면 그 사이 내 뜻과는 반대방향으로 흘러갈 꺼 같았고 그 걱정은 4주 후 그대로 현실로 나타났다. 물론 내가 틀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하지만..이건 정말 아니다.

뭐가 그렇게 다르냐..하면 패러다임 자체가 다르다고나할까. 사실, 나도 2년 전쯤엔 지금과 많이 달랐다. 꽉 짜여진 프레임워크 안에서 개발자는 극히 일부분의 판단만 하면 개발이 가능한 그런 프레임워크가 좋고 편리한 프레임워크라고 생각했다. 그런 시각에서 개발한 것이 모아에 있을 때 익산청 3차 프로젝트에 적용한 프레임워크였고 실제로 개발 속도에 있어서는 예전 JDF 기반 프레임워크를 압도했다. 하루에 메뉴 20개씩 만든 적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점점 다양한 상황들에 부딪히면서, 그리고 권일이를 통해 XP를 접하면서부터 생각이 점점 바뀌어갔다. 다양한 문제 영역에 일관된 패턴을 적용하는 것은 늘 좋지 못한 코드를 만들어냈다. 결국 문제 영역이 다양하다면 적용하는 패턴도 다양해야한다. 그래서, 프레임워크에서는 다양한 패턴들을 모듈로 제공하고 개발자에게 패턴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가 상황에 맞게 선택해서 사용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각각의 문제 영역 해결에 있어서는 최선에 가까운 패턴을 제공해야한다. 결국 프레임워크는 틀을 강요하기보다 Foundation Class로 가야한다. 이런 생각은 마틴 파울러의 PEAA를 접하면서 좀더 명료하게 정리되었다.

XP의 입장은 이와는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XP는 다소 anti-framework적인 측면이 있다. 무거운 프레임워크, 어렵고 복잡한 디자인 패턴을 지양하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가장 간단하고 빠른 방법을 택한다. 그리고 나서 코드를 리팩토링한다. 어떻게 보면 스티브 맥코넬이 'Professional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말하는 초보 개발자의 '일단 작성하고 고쳐보는 개발'처럼 보인다. 그러나, 맥코넬의 지적처럼 개발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스파게티 코드가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XP에서는 점점 효율이 높아지고 코드 가독성도 높아진다. 문제는 지켜야할 것에 대한 시각 차이이다. 어떻게 보면 XP는 코드의 틀에 대해서는 거의 강제사항이 없어 아주 자유로운 방법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XP는 현재 사용되는 방법론 중 아마 가장 강제사항이 많은 방법론일 것이다. XP에서는 코드 패턴이나 틀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준수하게 한다. TDD를 하고 리팩토링을 하고 페어프로그래밍을 한다. 어쨋든 XP에서 전재하는 것은 '고객의 요구사항은 언제나 변한다'이고 이에 빠르게 발맞춰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반면, dejava 개발팀의 다른 사람들은 나와 상당히 생각이 다르다. 꽉 짜여진 틀을 선호한다고 할까, 무언가 너무 많은 것을 정하려는 느낌이다. eclipse 폴더 위치가 정해질 수도 있다는 얘기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런 반면, 개발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해야하는가, 테스트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등에 대해서는 정해야한다는 인식이 없다. 정해야할 것과 정하지 말아야할 것에 대한 시각이 현저하게 다른 것이다.

물론, 나는 내 생각이 옳다고 생각한다. 내 경력이 우리팀에서 가장 짧아 경험을 논하는 것이 웃길 수도 있겠지만, 어쨋든 난 JSP 1모델부터 JDF, Struts 등 다양한 프레임워크를 접해봤고 나 스스로가 꽉 짜여진 프레임워크를 다른 사람에게 강제해본 적도 있다. 그런 경험속에서 알게된 것은 코드에 컨벤션 수준을 넘어선 틀을 많이 강제하게 되면 나중에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정하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바꾸기는 어려운 반면, 정하는데 따르는 실익은 많지 않다.

답답한 것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너무 많이 건넜다는 것이다. 이제와서 내가 이거저거 바꾸자고 해봤자 이런 마인드를 공유하지 못하는 이상 바꿔봤자 큰 의미가 없고 오히려 바꾸는데 드는 비용으로 인해 회사에 이익이 되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예전처럼 목소리를 높일 수가 없고 그러다보니 점점 일에 의욕이 떨어져간다. 팀 바뀌고 처음에는 정말 열심히 일했었다. 퇴근해서도 계속 일 생각을 했고 지하철 오가면서, 화장실에서도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근데, 지금은 근무 시간 외에 일하고 싶은 생각이 뚝 떨어졌다. 그나마 TDD에 재미를 붙여가서 근무 시간에는 꽤 진도도 잘 나가는 것 같고 의무감에 열심히 하긴 해도 그 외에는 의식적으로라도 회사일을 생각 안하려고 한다. 물론 다른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이 생겨서이기도 하지만, 일 자체에 흥미를 잃어간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지금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해피한 상황은 우리 개발실에 XP가 도입되는 것이다. 사실 지금 발생하고 있는 대부분의 심각한 문제는 XP가 도입되면 상당히 깔끔하게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다. XP가 도입된다면 정말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XP 세미나도 취소되고 아무도 XP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지 않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XP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만큼 XP에 대해 공부하고 실험해보는 것인 듯하다.

절제.. 2004/03/30 21:18#

카드값 100만원 나왔다. 역시 나의 절제하지 않는 모습이 또 하나 찍혀나온 것 같다. 요즘 들어 내 생활에 절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난 어릴 때부터 자제력이 부족했다. 울기도 잘 울고, 욕망도 절제하지 못하고 싫은 것도 못 참고 좋은 것도 못 참았다. 맛있는 것이 눈앞에 있으면 배가 얼마나 부르던 참는 법이 없었고 오락실 한 번 가면 하루종일 눌러있다가 엄마한테 목덜미 잡혀서 끌려나오기 일쑤였다.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뭐든 끝장을 볼 때까지 해야했고 하기 싫은 걸 시키면 온갖 핑계를 대면서 미뤘다. 이런 점에 나에게 좋게 작용한 점도 없지 않다. 나에게 도움되는 일에 욕심을 가졌을 땐 끝까지 해내는 끈기와 승부욕을 가질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이런 무절제함이 나에게 해악으로 다가오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절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절제 자체가 미덕이기 때문이라기보다 내가 눈앞의 욕망을 참지 못하고 절제하지 못하는 것이 나의 정말 큰 욕망들을 채우는데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욕심은 더 많아지는데 그걸 다 채울 수는 없고 이제는 선택을 해야한다. 좋은 선택을 하려면 작은 욕심은 참아야한다. 참자. 참자. 좀 늦게 깨달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부터라도 절제하면서 살자.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과 프로그래머.. 2004/03/21 17:42#

내가 프로그래밍에 입문한 것은 16년 전, 초등학교 3학년 때다. 현재 IT 업계에는 나보다 어리고 경력 적은 사람이 오히려 드물겠지만 나보다 일찍부터 컴퓨터를 접하고 오랫동안 프로그래밍을 해온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시작은 컴퓨터학원에서 MSX에서 돌아가는 롬베이직으로 프로그래밍을 하면서부터였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컴퓨터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은 마이컴과 컴퓨터매거진이라는 두 잡지를 우연히 발견하면서부터였다. 누가 샀는지 모르지만 집에서 뒹굴고 있던 두 권의 책이 나를 사로잡았고 난 프로그래머가 되기로 결심했다. 유명한 프로그래머들의 성공 신화도 날 자극했다. 언젠가 저들을 앞지르고 말리라..하면서. 그러나, 난 학교 공부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부산에도 당시 과학고란 게 생겼었고 영재들만 가는 학교로 알려져 있었다. 엄마는 날 거기로 보내고 싶어했고 나 역시 소위 science kid 중 하나였기에 과학고를 목표로 했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프로그래머에 대한 꿈은 잠시 접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의 중학생 시절은 지나갔고 원하던 과학고에 입학하면서 난 다시 프로그래머의 길을 걸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어느 정도는 예상대로 되었다. 당시 전산반인 PCSword는 시험을 쳐서 선발했는데 무난하게 패스했고 1학년 때 부산 PC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theoretical한 프로그래밍은 내 적성은 아니었던 듯 하다.

2학년 때 올림피아드 선발 대회에서 탈락한 후 난 거기에 급속히 흥미를 잃어갔고 그보다 실용적인 비즈니스에서 활용되는 프로그래밍을 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세상이 너무나 많이 변해있었다. 도스 시절 한글 라이브러리까지 만들어가면서 했던 노가다의 시대가 가고 윈도우와 RAD의 등장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은 급속해 발전하고 있었는데 난 전혀 그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그 때까지 쌓아왔던 지식들은 RAD의 시대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메모리 안쪽을 이해하고 복잡한 알고리즘을 구사하는 것들은 실무 프로그래밍에서 거의 필요하지 않았다. 차라리 컴퓨터학원에서 잠깐 배웠던 dBASE III의 지식이 더 도움이 되는 것들이었다. 어쨋든 거기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분명 그것은 발전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로 인해서 점점 프로그래머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은 날 슬프게했다. 이 속도로 계속 발전한다면 내가 대학을 졸업하는 시기가 되면 프로그래머들은 무슨 할 일이 있을까. 도전할 것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세상으로 들어가고 싶진 않았다. 프로그래머의 가치도 분명 점점 떨어져갈 것이고 사회적 변혁까지 이끌었던 IT는 이제 자동차 산업과 마찬가지로 그냥 중요한 몇 가지 산업 중 하나로 위상이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난 순수 프로그래머의 길을 포기했다. 이것이 내가 컴퓨터를 좋아하면서도 컴공이 아닌 전기공학부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내 예상이 크게 빗나가진 않았다. 일반적인 윈도우 프로그래밍은 MFC라는 킬러로 인해 누구든 며칠만 잘 배우면 돌아가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고 MFC 프로그래머들의 몸값은 점점 다운되기 시작했다. 살아남은 것은 로우 레벨 API를 직접 다룰 수 있는 프로그래머들 뿐이었고 이들이 대접받는 이유는 코볼 프로그래머들이 아직 살아 있는 이유와 동일했다.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도 좋지만 엔지니어로서 최첨단과 거리가 먼 시장에서 살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웹과 자바, 그리고 리눅스가 그런 상황에 변화를 몰고 왔다. RAD의 편안한 개발 환경에서 작업하던 프로그래머는 자바의 등장으로 인해 다시 에디터와 커맨드라인 컴파일러 레벨로 내려가서 작업하기 시작했고 웹과 리눅스는 이런 렙따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다시 프로그래머에게 도전 과제가 생긴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지만 나의 첫 직장에서도 웹과 자바가 나의 과제가 되었다. 오랜만에 난 10년 전에 맛보았던 재미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영역에서 완성해가는 작업은 즐거운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자바 프로그래머로 경력을 쌓기 시작한지 3년째, 지금은 웹 영역도 상당히 완성되어 가고 있다. 수준 높은 상용 IDE들이 쏟아져나오고 있고 프레임워크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 아마, 향후 1년 정도 후면 웹에도 비주얼 C++에서 드래그앤드랍하듯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된 후에도 웹 프로그래밍이 지금처럼 재미있을까. 웹 프로그래머들이 지금만큼의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

내가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현재에 충실하는 것이다. 어쨋든 아직 웹 프로그래밍은 완성되지 않았고 내가 그 완성에 기여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그 과정은 충분히 흥미로울 것이고 마침 그 과정이 내가 현재 우리 회사 기여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이게 완성되었다고 생각되면 그 때 다른 분야로 떠나도 늦지 않으리라.

우리집 가훈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이다. 아빠가 만들었다. 내가 후일 가정을 이룬다면 난 자식들에게 '늘 미래를 내다보라. 그리고 현실에 충실하라.'라고 조언하게 될 것 같다.

퍼온 글.. 이태백에 관해.. 2004/03/13 01:29#

우리 과 게시판에서 퍼온 글.


Re: 김형태님께 카운셀링 의뢰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입춘이 지났건만 아직도 키보드를 치고 있는 제 손꾸락은 차갑기만 합니다. 김형태님께서는 몸건강하시겠지요.

다름이 아니오라 요즘 사회적 이슈인 '이태백' 의 일원인 본인의 넋두리를 들어주십사, 더불어 형태님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 이렇게 얼어붙은 손꾸락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저는 지방대 디자인학과 졸업예정이고 다른 이태백 일원들과 마찬가지로 여러군데 이력서를 넣고 있는 와중입니다. 연락오는 곳은 별로 없고 무언가 불안하면서도 편안한(?) 생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곳저곳 이력서를 넣고 있지만 솔직히 제가 무엇을 하고픈지 알수가 없습니다. 원래의 전공인 제품디자인을 하고 싶다가도 디스플레이를 하고 싶기도 하고 영화공부를 하고 싶기도 합니다. 제품디자인을 하자 라고 하면 평생 영화공부는 커녕 영화찍는 것도 구경하지 못할 듯하고 영화공부를 하자고 하면 학교다닐때 했던 과제들의 즐거움이 떠오릅니다. 일단은 먹고 살아야하니 직장을 다녀야 할듯해서 계속 이력서는 넣고 있지만 만약 회사에 다닌다면 영화공부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완전히 영화에 미쳤다든가 비범하다든가 하는 인간극장에 나올법한 사람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회사에 다니면서 다른 것을 병행하기란 힘이 들 것 같습니다.

아 정말 모르겠습니다. 올해 후반에 있을 영화교육기관(?) 시험을 보고싶은데 모르겠습니다. 그때까지 매달려야할까 아니면 직장을 다니면서 틈틈히 해야할까. 그렇다고 영화라는 것이 내 평생 직업으로서 가치가 있는 것일까. 힘들고 배고픈 그 직업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나. 또한 4년동안 했던 디자인은. 대체.

기대를 걸고 있는 부모님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부모님께서는 당연히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놔두시겠지만 그래도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모님께 조금이라도 호강을 시켜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마는 그 \'안정된\'직장생활의 끝에는 나의 꿈이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백수가 되어 이것저것 가릴때는 아니지만 신중하고 싶습니다. 섣불리 조금 앞만 바라보고 결정했다가는 나중에 후회 할 일들이 이만저만이 아닐것 같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하기를 일단은 취직을 하고 회사에 다니면서 영어공부를 하고, 영화쪽이나 디자인 쪽으로 유학을 가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but 회사를 몇년 다니면 유학을 갈 수 있을까, 아니면 그 영화교육기관에는 들어갈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부메랑처럼 또 따라옵니다.

횡설수설 앞뒤 안맞는 소릴 해댔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것이 행복한 고민일까요. 어쩌면 진짜 하고 싶은 것이 없어서 하는 소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더 많이 사신 형태님께서는 지금 제가 어떤 선택을 해야 형태님의 나이가 되어서는 그때 나 정말 잘했어 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앗 이것은 자기소개서 끝에 오는 말;)

============================================================ 답변

당신은, 요즘 20대 청년실업자의 전형입니다. 20대가 왜 그렇게 취직하기가 어려운 줄 아십니까? 사람들은 불경기라서 그렇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20대들이 정확히 하고 싶은 일이 없고, 확실하게 할 줄 아는 것이 없고, 겁은 많아서 실패는 무진장 두려워 하고, 무엇이든 보상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으면 절대 시작도 하지 않으며 눈은 높아서 자기가 하는 일도, 주변의 현실들도 모두 못마땅하고, 시시껄렁하고, 옛날 사람들처럼 고생고생하면서 자수성가하는 것은 할 자신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고, 어떡하면 편하고 안정된 직장을 얻어 돈을 벌수 있을까만 궁리합니다. 20대가 그런 식이니까 사회가 무기력해지고 경제가 침체되어 불경기가 오는 것이죠.

그럼 세상은 어떤지 이야기 해드리죠. 취업문이 좁다고들 난리지만, 사실 모든 회사에서는 새로운 인재가 없어서 난리입니다. 세상은 자꾸 변해가고 경제구조도 바뀌어가니까 새로운 젊은 인재들이 회사에 들어와서 젊은 피를 수혈해줘야 하는데 이력서를 디미는 젊은이들은 하나같이 개성도 없고 창의력도 없고 일에 대한 열정도 없이 그저 돈만 바라보고 온 사람들입니다. 회사입장에서 볼 때 그런 사람들은 조금만 더 나은 봉급을 주는 직장이 나타나면 미련없이 회사를 그만둘 사람들로 보이고, 또 그들이 기대하는 젊은 혈기와 창의력도 없이 누구나 학원 좀 다니면 딸 수 있는 뻔한 자격증만 잔뜩 가지고 오죠. 그래서 요즘 회사들은 신입사원 최우선 기준이 '충성도'랍니다. 이말인즉슨, 너희는 그냥 시키는 일이나 로보트처럼 한다면 일자릴 주겠다.는 뜻이죠. 개성과 창의력은 포기하고 잡부나 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지금 20대들은 자신들이 신세대이고 새로운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믿겠지만, 사실, 회사나 산업현장에서 당장 필요한 능력은 그런 겉멋이나 추상적인 감각이 아닙니다. 그리고 직장은 돈을 벌자고 다니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당신처럼 하고싶은 일은 따로 있으면서 단지 돈만 바라보고 원하지도 않는 직장에 입사원서를 내는 것을 회사중역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500명 1000명이 와도 뽑을 사람이 없는 것이죠. 이를테면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있는 사람과 결혼을 하겠습니까? 그런 사람은 세상 어디에서도 원하지 않습니다. 20대가 취직을 못하는 이유는, 바로, 특별히 할줄 아는 일도, 특별히 하고 싶은 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어른들은 그 사실을 면접때 눈빛만 봐도 다 알아봅니다.

그리고, 나약한 의지박약에 굴리는 잔대가리가 문제입니다. 당신이 쓴 글을 보십시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데, 저걸 하면 배고플 거 같고, 이걸하면 잘 된다는 보장은 없고 돈도 벌고싶으니 취직도 하고싶은데 직장은 재미없을 것 같고.... 그 와중에 대학원엘 갈까 유학을 갈까... 편안한 학생신분만 연장하려고 하고, 대체 뭘 하고싶다는 것입니까. 당신의 진로문제를 짧게 정리해보면, '하고싶은 건 많지만 고생해가면서 까지 꼭 해야할 건 아니고, 그냥 먹고살게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면 좋겠는데 그게 쉽지도 않거니와 또 시시할 거 같아요' 입니다. 그런 사람을 받아주는 회사는 세상에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만든 영화가 감동스러울 수 없고, 그런 사람이 기획한 디자인이 아름다울 리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20대들이 그렇게 많은 자격증과 명문대 졸업장과 수백장의 입사원서를 들고 뛰어 다녀도 취직이 안되는 이유이고, 나라의 심장부가 그 모양이니 이 나라의 경제가 침체되고, 장기 불황이 시작되는 이유인 것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당신들은 잘못된 교육탓으로 돌립니다. 물론 맞는 이야기입니다. 동정표 한장! 하지만, 교육이 엉망이었던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도 당신들의 부모나 선배들은 더 발전적인 삶을 살았다는 것을 보고 배워야합니다. 훨씬 열악한 환경 안에서 훨씬 일찍 철이 들고, 나라를 발전 시켰으며 그 와중에 나름대로의 문화생활도 영위했습니다. 남탓, 시대탓, 환경 탓하는 것만큼 구제불능의 바보는 없습니다. 참고로, 아시아 모든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가 청소년의 어른에 대한 공경심 조사에서 꼴찌를 차지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어른을, 선배를, 과거를 존경하지 않는 젊은이는 원대한 꿈을 가질 수 없습니다. 꿈과 희망이란, "나도 저 누군가처럼 될테다." 하는 동경에서 시작되는 것이거든요. 당신들의 큰 바위 얼굴은 누구입니까? 그런 게 있습니까? 오직, 자기자신과 돈에 대한 동경만 있지않은가요?

섣불리 결정했다가 나중에 후회할까 두렵다고요? 왜 해보지도 않은 일을 후회할 걱정부터 합니까? 보지도 않은 영화를 재미없을까봐 포기하고, 가보지도 않은 여행지에 볼 게 없을까봐 안 가기로 하고, 저 요리가 맛이 없을까봐 안 먹고... 사는 건 대체 뭘까요? 당신이 어떤 인간인지 당신은 알고 있습니까? 정말 영화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얼마나 잘 만들 수 있는지, 디자인은 또 얼마나 훌륭하게 할 지, 회사를 다니면 얼마나 뛰어난 업무능력이 발휘될 지, 당신이 어떻게 해보지도 않고 침대위에서 그 짧은 인생경험으로 알 수 있겠습니까. 양다리에 삼발이에 문어발로 온갖 일에 맘을 다 걸쳐놓고 실제로 하는 일은, 해본 일은 하나도 없으니 불안할 수 밖에요. '하고싶은 일이 많다는 행복한 고민'이요? 웃기는 자위입니다. '내가 뭘 할줄 알고 뭘 하면 행복해 하는 인간인지 이 나이 먹도록 하나도 모르겠어요.'로 들리는 헛똑똑이의 넋두리로밖에 안들립니다.

좀더 신랄하게 당신의 심리를 파헤쳐보자면, 영화를 하고 싶다는 것은 현실도피성 희망입니다. 솔직히 디자인도 최고로 잘할 자신이 없는것이죠. 자신의 전공쪽으로도 별로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까, '사실 나는 디자인보다 영화에 관심이 훨씬 많다. 그래서 늦게라도 영화공부를 다시 한다.' 라는 상황에 대한 알리바이를 미리 준비해두려는 것이죠. 취직이 계속 안되는 상황에도 대비하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입사원서 던지다가 어디 좋은데 운 좋게 취직되면, 당신은 이러겠죠. "먹고 살아야하고, 부모님께도 효도하려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디자인과 영화를 포기했어." 그냥 나약한 생활인일 뿐인데 어느새 순교자로 승화되는거죠. 그 좋은 머리를 그런 자기합리화에 쓰기에 바쁘니 뭘 하나 똑부러지게 실천하겠습니까.

내 말이, 억울합니까? 그럼 실천해 보십시오. 우선, 근무조건이 좀 열악한 직장을 선택해서 취직을 하세요. 그럼 금방 취직됩니다. 봉급도 좀 만족스럽지 못하겠지만, 자기 한입 먹고 살만큼은 줄 겁니다. 그리고 20년 계획으로 영화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세요. 용돈을 쪼개서 모으고 모아서 캠코더를 사고... 컴퓨터를 사서 편집장비를 마련하고 (왠만한 PC로 다 가능합니다) 책을 사서 읽고, 주말에 영화 관련 포럼에 찾아 다니고, 틈틈히 시나리오를 쓰고, 휴가때는 비디오 영화를 만들어 보고, 이 모든 것은 직장 다니면서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20년 계획으로 꾸준히 하면, 습작이 꽤 될거고, 시나리오도 몇편 나올 겁니다. 디자인 공부한 건 영화에 고스란히 활용될 거니까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요, 그렇게 해서 40대가 되면, 당신은 어느새 다니던 직장에서 직위도 올라가있어서 월급도 꽤 되고 어느새 안정된 직장이 되어있으며, 영화 감독으로 데뷔하기에 경쟁자가 없으리 만큼 탄탄한 준비를 가진 40대 신예 영화감독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그럼 바로 성공이냐? 아니죠. 입봉하고 나서 한 10년 현장에서 시행착오도 겪고, 기대도 받았다가 실패도 했다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진정한 실력을 쌓습니다. 앗 어느새 50대가 되었네요. 여러분들은 이정도되면 인생 쫑났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나 나이먹고 알고보면, 세상은 어른들의 세계입니다. 그렇게 30년 줄기차게 정진해서 60가까이에 걸작을 하나 남길 수 있다면, 당신은 최고로 멋진 인생을 산 것입니다. 인생은 결과보다 과정에 더 많은 가치가 있으며, 결과까지도 좋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는 것이거든요. '인생은 60부터' 란 말에는 삶의 커다란 진실이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내 말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후줄근한 직장에 다니면서 20~30년이나 투자할 만큼 영화를 그 정도로 갈구한 것도 아니거든요. 이 글을 읽는 동안에도, 저렇게 할 수 없는 피치못할 적당한 구실을 찾느라 머리를 쓸 뿐이죠. 벌써 몇가지 변명을 만들어 냈을지도 모르죠.

결국 자기 인생에 변명을 만드느라 젊은 날을 허비하고 있다면 참 암울할 뿐입니다.

당신들, 정말, 왜들, 그렇게도, 경험으로 진리를 찾기를 두려워한답니까?

* 한 개인의 카운셀링에 대해 어느새 '당신들'이라는 복수형이 되고, 이렇게 정성들여 장황하게 답변을 올린 것은, 정말이지, 청년실업의 주인공들인 20대들 모두에게 전하는 메시지인 까닭입니다.


멋진 글인 것 같다.

탄핵.. 2004/03/12 01:42#

대통령 탄핵. 한편으로는 어이 없고 황당하지만 한편으로는 궁지에 몰린 한민당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좀 짜증스럽다. 국민들을 총칼로 짓밟고 고문하고 국회의원 납치를 자행하던 대통령들이 집권할 때 그들은 어디에 있었는가? 역사에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남기는 것이 두렵지 않은가 모르겠다.

어쨋든 이제 뒤로 돌아설 수는 없는 상황으로 왔다.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탄핵에 반대한다고 해도 개인의 정치적인 양심을 내세우다가는 동반 침몰할 것이 확실한 상황이므로 표결까지 간다면 부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탄핵 의결에 성공해도 헌재에서 기각될 것은 뻔한 일. 그리고 탄핵정국 이후 오히려 열린우리당과 한민당의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하는 형국. 한민당의 생존 해법은 4월 총선 전에 내각제 개헌까지 날치기 통과로 직행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어차피 총선을 없애지는 못할 것이므로 총선 이후 열린우리당의 집권은 저지하기 힘들다. 기호지세이긴 하나 낭떠러지로 가는 호랑이의 등에 올라타고 만 것이다.

자민련의 자연사가 한민당에 경각심을 불어넣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내버려두면 자민련과 함께 동반 자연사로 갔을 테니까. 그래서 죽느냐 사느냐의 결단을 내린 것일 테고. 그러나 어차피 자연사냐 자살이냐의 차이일 뿐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지네들만 얌전히 죽으면 될 것을 왜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하냐는 것이다. 희생자는 노무현 뿐만이 아니라 국민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이 별다른 잘못 없이 1년 만에 국회의 압력으로 탄핵되는 좋지 못한 선례를 갖게 되는 한국 정치사다. 대통령도 국민이 뽑았고 국회의원도 국민이 뽑았다. 그리고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국민은 찬성의 두 배가 넘는다. 그럼에도 탄핵될 수 밖에 없는 국민의 참정권. 대한민국 헌법 제 1조는 어디로 갔는가.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다. 의결된다면 의심할 여지 없이 한국 정치사에서 3당 합당 이후 최악의 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어찌될 것인가..

탁월한 조직이 빠지기 쉬운 5가지 함정 2004/03/09 00:47#

얼마 전 NHN의 비전 선포식이 있었다. 선포식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교육실 하나에서 CEO가 직접 나와서 한 시간 동안 설명을 해주는 간소한 행사였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행사였다. 정해진 비전 문구는 썩 맘에 들진 않았지만 전반적인 내용과 이런 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간혹 우리 회사가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에 비해 별로 앞서가는 조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그래도 경영진만큼은 분명 의식 있는 집단인 것 같다.

행사 끝날 때까지만해도 그냥 이런 정도의 생각이었는데, 행사 끝무렵 책을 나눠줬다. 탁월한 조직이 빠지기 쉬운 5가지 함정. 입사할 때 받았던 CEO 추천 도서인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는 너무나 실망스러웠기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잊고 있다가 오늘 퇴근길에 읽어보기 시작했는데 상당히 괜찮은 책이었다. 내가 평소에 해왔던 생각과도 아주 비슷했고 그런 생각들을 우화식으로 풀어가는 것도 재미있었다. 피터 드러커의 책에서 이미 접했던 생각이고 예전 회사에서도 치가 떨리게 느꼈던 생각이지만 이 책의 방식으로 접하니 또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우리 팀도 사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다섯 가지 함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그렇게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해도 앞서가는 조직이 아님은 분명하다. 뒷부분에 실린 간단한 설문을 통한 진단 결과도 좋게 나오지 않았다. 아마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으리라.

문득 자바 컨퍼런스에서 보았던 agile culture를 가진 팀으로 소개된 다음의 그 팀은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식욕.. 2004/02/09 01:21#

요즘 갑자기 식욕이 너무 왕성해졌다. 끝없이 먹고 싶다-_- 예전에도 눈 앞에 먹을 게 있으면 배가 아무리 불러도 집어먹긴 했었지만 최소한 배부를 때 식욕이 일진 않았는데 요즘은 배불러도 식욕이 없어지질 않는다. 돼지라는 소리까지 듣기 시작했다-_- 이대로 먹고 싶은대로 계속 먹어도 괜찮을까나...

헬쓰 2004/01/29 00:27#

오늘 처음으로 헬쓰라는 걸 해봤다. 운동하는 건 좋아해도 헬쓰는 내키지 않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설날 몇 차례 팔씨름의 충격으로 팔뚝 좀 키워보고자-_- 큰 맘 먹고 헬쓰를 끊었다. 근데 이게 생각보다 너무 재미가 없었다. 오늘은 첫 날이라고 러닝 머신에서 뛰는 거랑 싸이클만 했는데 정말 짜증날 정도로 지겨웠다. 내 룸메이트 권일이 말로는 내 주변에 '지겨워지겨워~'하는 오라가 흐르는 것 같았다고-_- 사실 달리기나 자전거나 다 내가 좋아하는 운동이고 정말 즐거운 운동이다. 그런데 헬쓰클럽에서의 그것들은 정말 별로였다. 오죽하면 러닝 머신 앞에 케이블 티비 나오는 LCD를 달아놨을까. 이 재미 있는 달리기와 사이클을 이렇게 재미 없게 만들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 효과에 대해서도 좀 부정적인 느낌이다. 평소에 그냥 혼자 운동하거나 땀흘려 농구하고 나면 몸도 개운해지고 기분이 상쾌해진다. 하지만 헬쓰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단 하루로 판단하기는 물론 무리겠지만, 그래서 일단 끝까지 해볼 생각이지만, 그래도 별다른 기대를 갖지 않게 되버렸다. 가끔씩이지만 아직도 농구하러 가곤 하는데 가는 길에는 정말 흥분에 휩싸인다. 빨리 도착해서 레이업슛 한 번 해보고 싶고 얼렁 뛰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린다. 하지만 헬쓰클럽 갈 때도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역시 처음 생각했던대로 수영장을 가는 게 나았을 꺼라는 생각이 든다. 이왕 끊은 거니 한 달만 딱 다녀보고 다른 운동 거리를 찾아봐야겠다.

현실 안주.. 2004/01/27 01:00#

1년 전, 난 정말 우울한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직원 5명 남짓에, 생활비도 빠듯한 월급, 언제 망할지 모르는 환경, 아무 것도 배울 것 없는 기술력, 국민의 세금이나 깎아먹는 프로젝트. 그나마 내가 빠지면 침몰할 상황이라 맘놓고 이직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금, NHN으로 이직한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NHN은 인터넷 기업의 선두에 서 있었고 팀 분위기도 너무 좋고 내 사수도 더없이 좋았다. 모든 것이 좋아졌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렇게 좋아진 대가로 잃은 것이 있었다. 미래에 대한 욕심을. 예전에 가졌던 욕심 중 상당수가 충족되었기 때문에 나머지 욕심들을 잊어가고 있는 것이다. 예전엔 이대로 가면 우울한 삶이 될 꺼란 생각에 나름대로 미래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많이 준비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물론, 현재에는 충실하고 있다. 나름대로 재밌는 일도 하고 있고 좋은 사람도 만났고 이대로 열심히 살면 남들이 보기에 꽤 괜찮아보이는 미래를 준비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 뿐이다. 아직은 분명 NHN이라는 그릇이 나를 담고도 남지만 언젠가는 넘어서리라 생각하지만 그를 위해 예전처럼 깊이 고민하지도 진지하게 준비하지도 않는다. 헝그리 정신. 내가 싫어했던 말 중에 하나지만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 내가 해야할 일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것. 그것이 첫째다.

아이디 2004/01/07 23:16#

몇 년만에 이멜 아뒤를 바꿨다. 이유는 원래 쓰던 깨비 메일의 유료화. 서비스만 좋다면 유료메일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했지만, 깨비메일의 서비스 수준을 생각해볼 때 별로 기대가 되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우리 회사 메일을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네이버 메일은 꽤 만족스러웠다. 새 메일이라서 그렇겠지만 어쨋든 아직 스팸 메일은 한 통도 안 왔으니까. 다만 13자를 쓸 수 없는 것은 아쉬웠다. 단지 VARCHAR2(13) 대신 VARCHAR2(20)만 선언해주면 간단한 일이 아닐까? 이메일 주소에 이런 길이 제한을 두는 것은 너무너무 아쉬운 일이다. 내가 아껴오던 아이디 creativeidler를 버려야 했으니. 꽤 오랫동안 써왔고 MSN 아이디이기도 하고 애착이 깊은 아이디다. 프로그래머에 대한 나의 철학이 담긴 말이기도 하고. 어쨋든 지금 선택한 아이디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refactorer. 어떻게 보면 creativeidler보다 더 큰 범주의 내 인생의 방향을 담고 있다. 내 눈에 비치는 공간에서 악취가 나는 것들을 리팩토링하는 것, 그것이 내 삶의 목적이다. 아직 내 능력이 보잘것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리팩토링은 내 직업 안에서 그것도 내 업무 범주 내에서 뿐이지만, 앞으로는 이 사회의 refactorer가 될 것이다. 어쨋든 이 이메일을 내게 제공해준, 그리고 내가 몸담고 있는 NHN이라는 회사는 나쁘지 않다. 당분간은 내가 이 안에서도 성장할 여지가 많을 것 같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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