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history of 서울공대 학생회의 탈원전 정책 비판에 대한 의견



Title: 서울공대 학생회의 탈원전 정책 비판에 대한 의견 | edited by Youngrok Pak at 2 months ago.

얼마 전에 서울공대 학생회에서 페이스북에 이런 성명을 발표했다. 

탈(脫)원전 정책 추진,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경청하라

글솜씨가 엉망진창인 걸 조금 참고 읽어보면 나름 일리 있는 지적을 담고 있다. 반지성이라는 날카로운 단어를 사용해서 탈원전 정책을 공격하고 있는데, 논점을 흐리는 몇몇 문구들을 제외하고 보면 반지성이라는 단어로 공격하고자 하는 것은 탈원전 정책 자체도 아니고, 신고리 5,6호기 추진 과정도 아닌, 탈원전 정책 자체의 수립과정이다. 이는 제법 일리가 있다. 탈원전이라는 방향성 자체는 시민 사회의 충분한 공감대도 없고 과학계의 치열한 토론도 거치지 않은 채 이미 결정이 되어 있다. 이 자체는 비판할 만하다. 다만, 반지성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반지성이라는 공격을 하는 이유는 전문가의 의견을 배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의 의견을 배제한 이유 역시 중요하다. 원자력 전문가들이란 100% 원자력 발전의 이해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문제가 정책과 연관되는 경우는 흔하게 있었지만, 탈원전처럼 존립 기반 자체를 흔드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탈원전이 결정되면 원자력 전문가들은 현재의 밥줄도 줄어들 뿐더러 미래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자력 전문가들이 객관적인 의견을 낼 거라고 기대할 수 있는가? 여기에 "원자력 산업은 고사 위기에 처했습니다." 같은 발언은 더욱더 성명의 신뢰도를 깎아먹는다. 이들은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데 이익 집단에 휘둘리면 안된다는 사실에 전혀 관심이 없고 단지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관념에만 사로잡혀 있다.

물론, 그렇다고 원자력 전문가들을 완전히 배제해야 하느냐 하면 그건 당연히 아니다. 어쨋거나 이 문제에 대한 전문가가 그들 밖에 없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을 안 들을 수는 없다. 정부의 입장은 지나치게 정치적 공정성만을 중시한 것이다. 만일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이해 당사자들 뿐이라면 그들의 전문성도 활용하면서 공정성을 해치지 않을 어떤 접점을 찾아내야 한다. 이 점에서는 정부도 부족하고 서울공대 학생회도 부족하다. 그렇다, 나는 둘다 까는 걸 좋아한다. 이 멍청한 새끼들.

이왕 모두까기 하는 김에 조금 더 까보겠다. 탈원전 이야기하면서 어느 한쪽의 입장에 서 있는데 과학자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닌데 매우 확고한 입장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 원전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게 유리한지, 점차적으로 줄여나가는 게 유리한지 확정적으로 판단할 근거를 그 사람들이 갖고 있을 리는 없다. 나도 나름 공대 나왔고, 졸업하고서도 과학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갖고 있고, 원전에 대해서도 제법 많은 글을 읽었지만 확정적인 판단을 내리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크고 어렵고 복잡한 문제다. 그런데 나보다 훨씬 공부가 부족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확고한 의견을 표출하는 걸 보면 지적 능력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제발, 아는 만큼만 확신을 가지자. 지금 원전에 대해 일반인들이 가지기 적당한 스탠스는 잘 모르겠다여야 한다.

 

이상, 서울공대 학생회의 입장에 대한 의견은 끝이고, 사족을 달면, 신고리 5,6호기에 시민참여단이 개입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은 방식이다. 하지만 좀더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었으면 좋겠다. 시민참여단의 선정 방식에 대한 모든 디테일, 그들이 이후에 접하게 되는 정보, 그들이 나누는 토론과 합의점들이 낱낱이 공개되어야 한다. 내용 뿐 아니라 진행 방식 자체도 투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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