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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폭스바겐 cc 시승기 | edited by Youngrok Pak at 9 years, 3 months ago.

알퐁이 수리

지난 토요일에 쇼핑 갔다가 오는 길에 차가 고장이 났었다. 주차장에서 차를 빼려는데 차가 잠깐 가다가 덜컥 하더니 멈춰버린 것. 후진은 되는 걸로 봐서 변속기가 나간 것 같았다. 알페온이 유리 미션이라는 건 익히 들어왔기 때문에 딱히 놀라진 않았다. 몇 번 더 시도해보다가 포기하고 응급출동을 불렀다. 그런데, 사업소 견인차는 커서 지하주차장에 못 들어온댄다. 그래서 보험사 견인차를 불러서 가려니 이건 10km까지만 무료라는데 사업소까지는 25km. 그래서 보험사 견인차로 차를 지상으로 올린 다음 사업소 견인차로 사업소로 견인하는 삽질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영주가 데리러 와줘서 선화랑 하영이는 태워보내고, 나는 견인 마무리하고 돌아왔다. 다음 날도 차를 써야 할 것 같아서 내가 영주를 바래다주고 핑키를 몰고 돌아왔다. 그래서 일요일은 핑키를 몰고 돌아다녔는데, 알퐁이 몰다가 가끔 핑키 몰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스파크도 참 잘 만든 차인 것 같다. 아기 태우고 다니기에도 별 부족함이 없는 듯한.

월요일에 사업소에서 연락이 왔는데, 예상대로 변속기가 나갔고, 보증기간 3년 6만km가 넘었지만 동력계통은 5년 10만km라서 무상수리가 된다고 한다. 만약 무상수리 안되었으면 견인비까지 나갈 뻔. 여튼 무상수리라고 해서 렌트까지 받았다. 처음에는 캡티바 할 꺼냐고 묻던데, SUV는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세단 없냐고 했더니 캠리를 주겠댄다. 아쉬운대로 OK했는데, 잠시 후에 다시 연락이 오더니 cc를 준댄다. 오호라, 괜찮네 하면서 덥썩 물었더니 정말 cc를 갔다 줬다. 2.0 TDI에 R 라인 패키지가 들어간 모델. 신형은 아니고 이전 세대인 것 같다. 그래서 수리가 완료된 오늘까지 4일 정도 cc를 몰고 다녔다.

편의성 및 승차감

첫 느낌은 좀 실망이었다. 디젤이라 차도 덜덜거리고 방음도 잘 안되서 시끄럽고, 여러가지로 좀 불편했다. 일단 쿠페 스타일이다보니 차고가 낮아서 타는 것부터가 좀 불편했다. 한 번은 가방 들고 타다가 머리를 부딪히기도... 다행히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 스마트키도 필수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 정도 급의 차에 스마트키가 없다는 건 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컵홀더는 설계하고 나서 한 번도 컵 두 개를 나란히 꽂아본 적이 없는 것 같았고, 실내등은 어둡고, 열선시트 반응도 늦고, 썬루프는 틸팅만 되고 슬라이딩이 안된다. 오토라이트는 잘 작동하지만 작동 여부가 계기판에 안 나오고, 기어는 D 바로 아래에 S가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맨 아래로 당기다간 스포츠 모드로 가버린다;; 후진 사이드미러 연동도 안되고, 후방카메라도 없다.

알페온보다 나은 옵션도 있었다. 주차 전방센서가 있어서 좁은 곳에 평행주차하기 좀더 편했고, 블루투스 음악재생이 된다! USB로 iPod 연결 지원도 되는 모양인데 5S는 안되는 것 같았다. 재생이 되는 것처럼 화면에 나오지만 소리가 안 나온다는. USB 단자가 글로브 박스에 있는 것도 좀 깬다. 알페온 USB가 센터콘솔에 있는 것도 한심했는데. USB가 뭐 그리 숨겨둘 거라고 꼭꼭 숨겨두나. 차 만드는 애들한테 스마트폰 좀 사줘라.

주행

여튼, 실내 인테리어나 여타 옵션, 승차감 등에서는 알페온과 많이 비교가 되었는데, 막상 주행을 시작하자 불만이 사라졌다. 알페온보다 엑셀 반응은 빠른다 감도는 낮아서 좀더 깊이 밟아야 했고, 브레이크는 감도가 더 높아서 살짝만 밟아도 땅에 꽂히는 느낌이었는데, 여튼 적응되니까 내가 원하는대로 세밀하게 반응해주는 느낌이었다. 알페온도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cc가 조금 더 linear하게 반응하는 느낌. discrete한 반응을 보여주는 현기차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핸들링 느낌도 알페온보다 조금 더 정확한 느낌.

처음 사흘 동안은 스포츠 모드 안 쓰고 그냥 다녔다. 딱히 내가 스포츠 주행을 선호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주행할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D에 놓고 얌전히 몰다가 가끔씩 가속만 조금씩 해봤다. 알페온이 약간 굼뜬 느낌을 주는지라 cc는 훨씬 잘 나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가속감은 큰 차이가 없었다. 근데 엑셀 반응도 빠르고 변속도 빨라서 그런지 차가 내 맘대로 딱딱 움직여주는 느낌이다. 이래서 폭스바겐 좋다고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좀 들었다. 골프는 더 날렵하겠지? 차가 실내는 넓은데 생각보다 외형도 작고 정확하게 움직이니까 운전하기가 참 편한 느낌이다. 버킷 시트도 약간은 도움이 되는 느낌.

스포츠 모드

그러다가 오늘 알퐁이 수리가 끝났다고 연락이 왔는데, 이대로 cc를 반납하기는 뭔가 서운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cc를 몰고 스포츠 모드로 좀 달려보기로 했다. 어차피 일 끊겨서 할 일도 없는데 뭐. 점심 때 영주랑 같이 광명 코스트코에 가보기로 했다. 스포츠 모드로 놓고 운전하니 반응이 더 날카로운 느낌이다. 고속도로에서는 좀 밟으면서 약간의 칼치기도 해봤는데 정말 원하는대로 딱딱 움직인다. 알페온도 고속주행에서 차분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주긴 하지만, cc는 날렵하면서도 불안한 느낌이 전혀 없다. 약간 중2병스러운 표현을 써보자면, 차와 내가 한 몸이 되는 기분이다. 내가 편안하고 안락한 운전을 추구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운전을 재밌어 하는 편인데, cc를 몰아보니 아, 이게 운전하는 재미라는 거구나 싶었다. 이런 차 갖고 있으면 나 같은 사람도 조금씩 스포츠 주행을 하게 될 것 같다. 초보운전이면서 SL 클래스 탄다고 겁도 없이 쌩쌩 다니는 황모군이 조금 이해가 된다. 아무리 초보라도 그런 차 타고 다니면 자기도 모르게 달리게 될 듯. 

패들시프트는 써보지 못했다. 와인딩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고속도로를 평소보다 약간 과격하게 운전하는 정도인지라, 패들시프트까지는 필요 없었고, 설령 필요한 상황이 있었다 해도 내가 적절하게 시프트를 해낼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나름 과격한 주행을 해보면서도 끝까지 풀악셀은 한 번도 안 밟았다. 왠지 아직도 이런 건 무섭달까. 나도 운전경력이 이제 4년을 넘었는데, 아직까지 풀악셀 해본 거라곤 스파크로 부산에서 황령산 올라갈 때 한 번, 추월하려고 킥다운 할 때 두어 번 정도? 근데 풀악셀도 아닌데 가속하니까 몸이 뒤로 쏠리는 느낌을 받았다. 진짜 스포츠카들은 어떤 느낌이려나.

연비

연비도 간간히 봤는데, 분당 시내에서는 어떻게 해도 13km/l 이하로 내려가지 않았다. 알페온은 6~7, 스파크는 11 정도 나오는 구간이다. 근데 고속도로 연비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16~17 정도? 스포츠 모드 써가면서 좀 밟았기 때문인 것 같다. 비슷하게 운전한다면 알페온은 10, 스파크는 15 정도 나올 듯. 경차보다 좋은 연비. 이 정도 연비면 덜덜거림 따윈 참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돌아온 알퐁이

코스트코 드라이브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사업소에 들러서 알퐁이를 찾아왔다. 역시 다시 앉은 알퐁이의 운전석은 조용하고 편안하다. 하지만 왠지 아쉽다. 나중에 돈 벌어서 여유가 생겨도 cc나, 혹은 다른 4도어 쿠페는 불편해서 안 살 것 같지만, 그래도 cc처럼 날렵하게 움직이는 차를 갖고 싶다. 알페온의 장점과 cc의 장점을 합친 차가 있으면 좋겠다. 영주한테 이 이야기를 했더니 파나메라를 언급하는... 그 정도는 아니고 캐딜락 CTS만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돈 나오는 일도 끊겼는데 캐딜락은 무슨. 그러면 혼자 다닐 땐 재미나게 타다가 가족들 태울 때는 또 얌전하게 다니고 괜찮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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