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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플랫폼 전략 | edited by Youngrok Pak at 10 years, 5 months ago.

플랫폼 전략이란 일반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서비스가 올라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자는 전략이다. 이 플랫폼이라는 키워드는 Web 2.0이 흥할 때 구글, 이베이 등의 성공 요인으로 플랫폼이 떠오르면서 화두가 되었다. 그래서 이후에 플랫폼을 지향하는 회사가 많아졌고, 대표적으로 오픈마루는 출범 초기부터 플랫폼 전략을 핵심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오픈마루는 실패했고,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플랫폼 전략이 지목되곤 한다.

이에 대해 오픈마루의 리더였던 김범준님의 분석글도 커뮤니티에 회자된 바 있다.

일단 난 위의 두 글에 90% 이상 동의하고, 오픈마루의 플랫폼 전략이 틀렸다는 점도 동의한다. 하지만 본론에 앞서 잠깐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플랫폼 전략이 틀렸지만 그것 때문에 오픈마루가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초기 전략 한 번 잘못 세웠다고 조직이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전략의 오류를 깨닫고 수정하면 된다. 굳이 실패의 요인을 말하라면 틀린 전략을 중간에 깨닫고 수정할 만한 역량이 안되었다는 것이지.

아뭏든, 플랫폼 전략은 틀렸다. 하지만, 난 오픈마루의 플랫폼 지향성 자체가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플랫폼을 지향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권장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플랫폼 전략과 플랫폼 지향은 뭐가 다른데?

그 전에 플랫폼의 정의를 명확하게 해야 할 것 같다. 플랫폼이라는 말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데, 적어도 당시 Web 2.0의 컨텍스트에서 플랫폼이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이를테면, 지마켓과 이베이를 비교할 수 있겠다. 이베이가 플랫폼이 되었다는 것에는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 지마켓은 어떤가? 플랫폼을 수많은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정의한다면 지마켓도 플랫폼이다. 그리고, 불행히도 국내에서 플랫폼을 이야기하는 사람 중에는 지마켓 같은 모델을 말하면서 플랫폼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물론, 플랫폼을 정의하기에 따라 그것도 플랫폼인 건 맞다. 근데, 그런 광의의 플랫폼은 전략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그냥 버즈워드가 될 뿐이지. 의미 있는 전략 키워드로서의 플랫폼은 좀더 명확해야 한다. 단순히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내가 생각하는 플랫폼의 좀더 좋은 정의는 "다른 서비스를 개발해서 올려놓을 수 있는 서비스"다. 지마켓 위에도 수많은 비즈니스가 일어나고, 지마켓만 이용하는 회사도 많이 생겨났지만, 지마켓 위에 올라타는 서비스는 없다. 하지만 이베이 위에 올라타는 서비스는 엄청나게 많고, 한 때 이베이 매출의 80%가 이베이 바깥에서 일어났다고까지 한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당연히 API다. API가 없으면서 플랫폼이라고 말한다면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별로 의미는 없는 말이 된다.

카카오톡도 게임을 런칭하기 전까지는 플랫폼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냥 아주 성공적인 서비스였을 뿐이다. 하지만 카톡이 API를 게임 회사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게임이 올라탈 수 있는 플랫폼이 된 것이다. 그러니까, API는 플랫폼의 필수 조건이다.

그럼 API만 있으면 플랫폼이 될 수 있는가? 이것만으로는 앞서 지마켓과 같은 말을 해줄 수 밖에 없다. 플랫폼은 맞는데 별 의미는 없다. 이게 바로 오픈마루의 전략 실패 포인트이고, 아마 플랫폼을 하기 전에 살아남을 궁리부터...의 이야기도 같은 이야기인 듯 하다.

내가 스프링노트를 개발하면서 가졌던 의문도 비슷했다. 스프링노트 API를 왜 처음부터 오픈하려고 하지? 스프링노트 유저도 얼마 안되는데 그 API가 대체 무슨 소용일까? 오픈마루는 플랫폼 전략일 내세웠기 때문에 오픈 API를 몹시 중시했고, 초기부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한 서비스의 API는 개발자들에게 가치가 없다. 성공해야 비로소 그 API가 가치를 가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베이가 지금과 같은 수준의 API를 사용자 1천명일 때 갖춘다면 그 때부터 이베이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었을까? 그럴 리가 없겠지.

그래서 플랫폼의 성립 조건 두번째는, 성공한 서비스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성공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 자체가 스타트업의 본질이다. 그러니까 스타트업이 플랫폼 전략을 한다는 것은 일종의 동어반복인 셈이다. 우리는 성공하기 위해 성공한 서비스를 만들 거야. (응?)

그런데, 이런 반론을 해볼 수 있겠다. 그럼 성공하기만 하면 어떤 서비스든 플랫폼이 될 수 있는가? 어떤이라는 말이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에 단적으로 yes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대체로 yes라는 것이 내 판단이다. 이를테면, 플리커는 단순히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서비스인데 API를 통해서 플랫폼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한 서비스"라는 조건이 약해져서 망해가고 있지) 포스퀘어는 뭐 범용성이 있는 서비스라서 플랫폼이 된 것인가? 유튜브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다. 얘네들이 플랫폼이 되고 나니까 마치 범용적인 성격이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것 뿐이지, 원래 이들 서비스는 모두 고도로 집중된 타겟을 가진 서비스였다. 반례를 생각해본다면 좀더 유익하다. 성공했는데도 불구하고 플랫폼이 될 수 없는 서비스가 존재하는가? 이를테면 소셜 커머스는 성공했는데 API만 까면 플랫폼이 될 수 있는가? 어려운 문제지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티몬에 있을 때 API를 오픈하면 경쟁사와는 다른 각도로 앞서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일부분 추진하기도 했었다. 물론 이건 확정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 대체로 그렇다 정도의 주장을 할 수 있을 뿐이지.

아뭏든, 플랫폼의 성립조건은 다음 두 가지다.

  • 성공한 서비스가 될 것
  • API를 제공할 것

 편하게 한 마디로 요약하면, 성공한 서비스의 API를 제공하는 것이다. 굳이 오픈 API라고까지는 말하지 않겠다. 카톡은 오픈하지 않고도 성공했잖아. 오픈이냐 아니냐는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접근하느냐의 차이이기 때문에 플랫폼이냐 아니냐에서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것을 이해한다면, 플랫폼을 만들고 싶을 때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가를 알 수 있다. 플랫폼을 만들고 싶으니까 뭔가 범용성이 있는 서비스를 설계한다? 땡! 오픈마루처럼 처음부터 API를 오픈하는데 시간을 투자한다? 땡! 일단 닥치고 성공한 서비스를 만드는데 집중하는 것, 그리고 성공하고 나면 열린 마음으로 API를 오픈하는 것. 이게 내가 생각하는 플랫폼에 대한 답이다.

어쨋든 플랫폼을 지향하는 것이 나쁠 이유는 없다. 그냥 성공한 서비스에 그칠 수 있었던 서비스들이 API를 오픈하면서 예상을 벗어난 폭발적인 성장을 많이 보여주었다. 그런 가능성을 품을 수 있다면 안할 이유가 있겠는가? 나도 당연히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오픈마루가 플랫폼을 지향했던 것에도 동의한다. 단지, 스타트업(린 스타트업에서 정의하는)이라는 관점에서는 플랫폼을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이다. 일단 서비스를 성공시키고 나야 플랫폼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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