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2008-06-09


Youngrok Pak at 13 years ago.

KBS 토론에서 드디어 대의제의 위기 이야기가 나왔다. 이제야 이 이야기가 나오는 건 좀 늦은 감이 있다. 인터넷이 가져온 또다른 혁명으로 대의제의 문제점이 드디어 수면 위로 나온 것이다. 5년에 한 번, 4년에 한 번 1분 동안 주권을 행사하는 것을 두고 민주주의라고 할 수는 없다. 지금처럼 시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시민들의 의견이 그대로 반영되어야 한다. 그게 안되기 때문에 시민들이 2개월 전 총선을 후회하고 3개월 전 대선을 후회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냥 그 때 잘 찍지 그랬어라고 말할 상황이 아니라 이번 사태를 통해서 드러난 정치 제도의 버그를 수정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노무현의 헌정 질서 운운은 문제가 있다. 물론 전직 대통령 입장에서 말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이 되어 있긴 하나 발언 내용으로 볼 때 진정으로 헌정 질서라는 것을 믿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대의제를 채택하고 있는 이유는 과거 인터넷이 발전하기 이전에 여론 수렴 비용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지 지금처럼 정보가 거침 없이 흐르고 이처럼 국민들의 마음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론을 거부할 명분은 민주주의 안에는 없다. 사실 노무현이 행정적으로는 업적을 많이 쌓았고 정치 문화에 좋은 영향을 많이 끼쳤지만 민주주의라는 점에서는 거듭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도요타 방식을 따른다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아마도 FiveWhy를 통해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을 것이다. FiveWhy를 한 번 해보자.

  • 왜 수십만의 시민들이 촛불시위에 나가는가?
    • 쇠고기 협상을 비롯한 정부의 활동이 맘에 들지 않아서
      • 왜 정부의 활동이 시민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가?
        • 법적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투표에서 당선만 되면 권력의 정당성이 확보된다. 고로 지금 시민들이 반대해도 법적으로 자신들의 권력 행사를 막지 못하기 때문에 시민들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을 덜하게 된다. 여기서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미세하게 입장이 갈린다. 대통령은 어차피 임기가 끝나면 다시 할 수 없기 때문에 굳이 시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아도 상관 없지만 국회의원은 4년 후에 또 선거에서 당선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조금씩이나마 대통령보다 더 국민들의 입장을 반영하려고 하는 것이다.
          • 왜 투표에서 당선만 되면 그걸로 권력에 정당성이 부여되는가?
            • 법적으로 대의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 왜 대의제를 하는가?
                • 직접민주주의를 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크고 기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지금도 그러한가?
                    • 이 한계점은 이제 완전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깨뜨릴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철지난 가정에 토대를 두고 있는 대의제에 있고 해결책은 직접 민주주의 요소들을 더 많이 도입하는 것이다. 당면한 쇠고기 협상도 제대로 풀어야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근본 문제를 해결해야 진짜로 한걸음 전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근본 문제를 해결하려면 또 문제의 일부인 국회의원의 힘을 빌어야 하는 것이 난점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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