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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성공은 과연 운인가 | edited by Youngrok Pak at 10 years, 5 months ago.

 

얼마 전 범준님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운 이야기가 나왔다. 범준님은 아마 예전부터 그런 입장이셨던 것 같은데, '성공'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운이고, 스타트업은 여러 가지로 성공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 성공 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말씀을 하셨다. 당시 더 중요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충 지나갔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물론 공감하는 포인트도 있지만, 크게 보면 반대의 관점이다.
 
우선, 이런 운 이론은 아마도 성공 사례에서 나왔을 것이다. 비슷한 시도를 했음에도 시기, 환경 등등의 이유로 성공한 회사도 있고 아닌 회사도 있다. 그 차이에서 인과관계를 밝혀내는 것이 가능한가? 그냥 운이 아닐까? 실제로 성공한 회사들의 CEO들도 자신의 성공을 운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진심으로.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여기에 약간 다른 시각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운인 건 맞는데, 찾아온 운을 잡을 수 있는 실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주장. 그래서, 어쨋든 찾아온 운을 잡을 수 있는 실력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실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이야기. 이것도 꽤 공감 가는 이야기이지만, 아직 부족하다. 그럼 성공이란 건 실력을 갖춘 사람들에게 우연히 찾아오는 행운이 더해져서 만들어지는 것인가? 그러면 실력이 아무리 있어도 행운이 안 찾아오면 다 소용 없는 짓인가? 이 질문에도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가?
 
나는 우선 이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아이템과 회사를 분리하고 싶다. 아이템을 성공시키는 것은 나도 확실히 운칠기삼이라고 생각한다. 운이 찾아오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네이버 지식인의 성공? 카카오톡? 운이 절반 이상이다. 근데, NHN의 성공도 운인가? 지식인이 안 나왔으면 다음을 앞지르지 못했을까? 카카오의 성공도 운인가? whatsapp도 있고 추격자들도 금방 따라온 상황에서도 계속 앞서가는 카카오는 운으로 잘 나가고 있는 것인가? 난 이 질문만으로도 위의 질문에 답이 된다고 생각한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5년 넘게 스타트업을 해왔지만 성공하지 못한 회사가 있다. 그럼 그 회사에는 5년 동안 단 한 번도 운이 찾아오지 않았을까? 그 회사는 충분한 실력이 있었는데 운이 따라주지 않아서 성공하지 못한 걸까?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어서 지지리 복도 없는 사람이 CEO였을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3년 쯤 하면 적어도 한 번은 기회가 찾아온다. 이콜레모에도 대박 기회가 5년 동안 최소한 두 번은 찾아왔다. 그걸 잡을 실력이 없었을 뿐이다. 물론 하나는 알고도 버리긴 했지만;; 작은 기회, 적어도 월급 걱정은 안해도 될 수 있는 기회도 서너 번 있었다. 안 잡은 것도 있고 못 잡은 것도 있지만 어쨋든 운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흔히 망하는 스타트업은 1년 만에 망하고, 되는 스타트업은 평균 7년 만에 성공한다고 한다. 이건 결국 시도 횟수를 말하는 것이다. 성공 확률을 크게 변하게 할 수 없다면, 시도 횟수를 늘리면 된다. 5년 간 2번의 기회가 찾아온 이콜레모가 특별히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5년 쯤 사업하다보면 그 정도의 운은 다들 한 번씩은 찾아왔을 거다. 7년도 넘게 성공 못했으면 그건 실력이 없다는 말 외에 달리 설명할 말이 없다. 7년 내내 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건 합리화를 넘어선 변명이다.
 
잠깐 새면, 린 스타트업도 이런 관점으로 볼 수 있다. 단위 시간당 유의미한 시도 횟수를 늘리는 방법. 단순히 시도 횟수를 늘린다고 허접한 시도들만 하면 확률이 올라가지 않는다. 같은 기간에 시도 횟수를 늘릴 방법을 찾되, 그 하나하나의 시도가 유의미한 시도여야 한다. 말하자면 이게 Minimum Viable Product다.
 
아뭏든, 아이템의 성공은 운일지언정, 스타트업 팀의 성공은 운보다 실력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럼 이콜레모는 지금까지 무슨 실력이 부족해서 성공을 이루지 못했는가? 내가 내린 답은 결국 돈이다. 사실 스타트업에 있는 사람들은 당연한 이야기를 왜 하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럼 돈 없이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냐는 말도 들어봤다. 근데, 솔직히 난 돈 없이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돈 그거 벌면서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했다. 근데 돈이 필요한 이유는 집중하기 위해서 필요한 거였다. 당장 다음 달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월세를 못 낼 수도 있는 멤버들이 있고, 나도 집에 돈을 가져가지 않으면 선화에게 체면이 안 서는데, 돈 버는 거 외면하고 아이템에 충분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이콜레모 4년째가 되어서야 그 점을 절실히 깨닫고 그 동안 번 돈으로 8개월 간 아이템에만 집중했지만, 8개월은 약간 모자랐다. 성공의 가능성을 충분히 엿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서 스톱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어쨋든 돈이 없었던 것도 실력이고, 돈을 끌어올 능력이 없었던 것도 실력이고, 돈이 중요하다는 것을 몰랐던 것도 실력이다.
 
물론 돈 이외의 실력도 많이 부족했었다. 솔직히 3년 차까지의 이콜레모는 돈 이외의 실력도 부족했다. 하지만 4년 차부터는 충분히 실력을 채웠다고 자신한다.
 
그런 우리 팀에게 마음껏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다시 정리하면, 나는 성공이 운이 아니라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우리 팀에 딱 하나 부족했던 실력을 이제 채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까 내 이론대로라면 우린 이제 무조건 성공할 수 밖에 없다. 그게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릴지는 몰라도 3년은 안 걸릴 거다. 만약 내가 그 안에 성공을 해내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내가 비즈니스에 대해서 해온 이야기들은 죄다 헛소리임을 인증하게 되는 셈이다. 
 
말하자면 이제 진짜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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