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태그를 붙인 글을 최신 순으로. 좀더 개인적인 글은 일기장에. 블로그 글 전체 목록은 내 글 모음에.
성공과 일하는 즐거움
내가 오픈마루를 다니던 시기 즈음, 개발자 커뮤니티의 주요 이슈는 즐겁게 일하는 회사를 만들어가는 것, 생산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구글 같은 회사가 이상으로 떠올랐고, 많은 회사가 구글을 닮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최근 몇년 간은 그런 이야기가 쏙 들어가고 스타트업과 성공이 키워드가 되었다. 스타트업으로 성공하려면 죽어라 일하는 것 쯤은 감수해야지. 구글이라고 다 좋은 줄 아냐. 대박 나서 돈 벌면 다 해결돼. 이상과 현실은 달라. 뭐 이런 분위기랄까.
스타트업 성공 사례도 제법 많아졌다. 소위 exit을 경험한 창업자들도 많아졌고, 대기업이 새로운 분야에서 성공을 일궈내기도 했다. 스타트업의 성공이라는 관점에서는 한국도 제법 실리콘 밸리를 따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존경 받는 IT 회사가 없다. 대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회사들은 있지만, 소위 말하는 탑 클래스의 개발자들이 선망하는 회사는 보이지 않는다. 개발자들 모임에 나가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성공 가도를 달리는 회사에 다니는 개발자들도 그다지 좋은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는다. 가장 많이 들리는 이야기는 스톡옵션이나 지분 계약이 만료되는 1~2년 후에 다시 나와서 창업하겠다는 이야기. 왜일까. 일의 재미로 따지면 무에서 성공을 이끌어내는 것 못지 않게, 중견 기업을 성장시켜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가는 것도 신나는 일일 텐데.
개발자에서 창업가로 변신한 사람들은 확실히 성공을 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스타트업에 참여하고 있으면서도 스스로의 정체성을 창업가보다 개발자로 정의하고 있는 사람들은 성공 자체보다 일하는 즐거움을 더 중시하는 것 같다. 뛰어난 개발자들이 스타트업을 선호하는 이유도 대박 성공을 내고 싶어서라기보다 더 자유로운 문화에서 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 것 같고.
그게 꼭 개발만 하고 싶다는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인 것 같다. 내가 인정하는 개발자들은 대부분 개발 뿐 아니라 내가 개발한 제품이 소비자에게 어떤 유용을 주는가에도 관심이 많았고, 개발 실력도 뛰어나지만 UX, 데이터분석, 디자인, 수익 모델,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고 있고, 실제 지식도 다른 분야에서 수년간 일한 사람 못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좋은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과정, 그걸 즐겁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걸 즐겁게 하지 못한다면 설령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이라 할지라도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물론 창업자들은 대개 성공 그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즐거움을 느낀다. 성공의 즐거움은 단지 돈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뭔가 해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문제는, 창업자들이 그런 성공 가도를 달리더라도 그들이 뒤늦게 채용한 직원들까지 그 즐거움을 공유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회사가 매달 두 배씩 성장하더라도 자신이 매일 만져야 하는 코드가 PHP라면 괴로워하는 개발자들이 많다. 물론 개발자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내가 경험한 회사 중에 스타트업의 역사를 새로 쓴 모 회사는 매주 10명을 뽑으면 1명이 남는 부서도 있었고, 부서장 책상 위에 사표가 수북이 쌓여 있는 부서도 있었다. 그들은 회사가 성장하는지 몰라서 나갔을까?
이것은 성공한 창업가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이다. 자신은 늘 재미있고 열심히 일했으니까, 자기 회사는 즐겁게 일하는 문화를 가진 회사라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뒤늦게 채용한 직원들이 자기처럼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그걸 그 직원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그 직원에게는 자기만큼의 지분도, 권한도 없다는 사실은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들은 원래부터 무슨 일이든 어떤 상황이든 일을 즐기는 타입이며, 오너십이라는 게 사람 개개인의 특성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기본적 귀인 오류다. 아직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이 함정에 빠지지 않은 창업가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성공한 회사는 생겨나도 구글 같은 회사는 나타나지 않는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에 뛰어난 개발자들이 몰리는 것은 창업자가 아닌 사람들도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문화에 대해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회사에서 재미있고 신나는 이벤트를 열어준다고 되는 게 아니다. 일 자체가 즐거워야 하는 것이다.
한국에는 그런 회사가 없다고 결론 내리는 개발자들도 주위에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예 해외로 나가는 사람도 많아졌고, 원격으로 외국 회사와 일하는 개발자들도 많아졌다. 나도 그런 생각을 안해본 건 아니지만 아직은 한국에 더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한국에도 이런 회사가 있다고 자랑할 만한, 내가 안심하고 사람을 추천해줄 수 있는 그런 회사가 조금씩 생겨났으면 좋겠다.
이유식 강의 후기
오늘은 이유식 강의를 듣고 왔다. 산후조리원에서 공짜로 해주는 거라고 해서 갔는데, 갔더니 강사가 두 명이다. 한 명은 이유식 강사인 듯 한데, 한 명은 샐러드 마스터라는 주방 세트 판매원인지 계속 냄비 자랑이다. 2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의 수업이었지만 영양가 있는 내용은 30분도 안될 정도의 분량. 수강생들 먹을 식사도 즉석에서 요리를 해주면서 계속 샐러드 마스터 자랑을 해대는데 이게 대체 이유식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건지.
뭐, 동영상 보려면 광고부터 봐야 하는 시대니까, 이거 광고하려고 이유식 강의 공짜로 해주는 거겠지 싶어 참고 듣긴 들었다. 수강생이 나랑 선화, 그리고 무려 45세의 초산 아줌마였는데, 그 아줌마는 이미 그 샐러드 마스터를 구입한 상태다보니 그거 이야기로 많이 새서 유튜브 광고보다는 훨씬 길었지만;;
근데, 계속 보니까 그 냄비들이 좋긴 좋았다. 나도 나름 한식 요리는 이것저것 많이 해보다보니 조금은 볼 줄 아는데, 즉석에서 요리되는 과정을 보니 정말 좋은 건 인정하겠더라. 그래서 가격을 물어봤는데 세트 구성에 따라 다르댄다. 그 전부터 계속 사람들이 스토케 산다고 190만원씩 주면서 이 냄비 세트 비싸다고 하는 걸 이해를 못하겠다는 식의 이야기를 해서, 아 일단 100만원은 넘겠구나 싶었는데, 일반적으로 세트 구성하면 얼마냐니까 무려 5~600만원이라는!! 아까 받은 카탈로그를 펼쳐보니까 풀 세트는 무려 1천만원! 선화가 1천만원에 놀라고 있으니까, 완전 풀세트는 1400만원이라는 코멘트를 해준다. 끄아아악!
1400만원이면 경차 풀옵을 살 수 있는 돈인데;; 물론 그들의 논리는 타고 다니는 차가 중요하냐 니 입으로 처먹는 게 중요하냐 뭐 이런 것이고, 생각보다 많은 주부들이 그 논리에 당하고 있는 모양이다. 사실 이 냄비들의 장점은 음식의 품질보다는 음식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노력을 줄여주는 것이지만, 일단 입으로 들어가는 거라고 하면 뭔가 중요하고 돈 좀 들여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중금속이 전혀 안 나오고 어쩌고 하는 소리를 해대지만, 3만원짜리 냄비로 평생 밥 해먹고 별 탈 없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면 3만원 짜리에서 나오는 중금속의 양도 임계치를 넘지 않는 건 확실할 텐데 말이다.
여튼, 우린 동영상 때문에 광고는 참고 봐주지만, 광고를 클릭할 생각은 없었고, 다소 강제 클릭되긴 했지만 구매버튼까지 누를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그래서 용감한 선화는 앞에 강사가 말하고 있는 중인데 "이제 끝난 거죠?" 하고는 총총총. 난 말 못했는데...
뭐, 그래도 이유식에 대한 소소한 정보들은 얻었고, 밥도 얻어 먹었고 해서 광고본 값은 하고 온 듯.
스타트업 개발 강의 회고
한 달여를 준비해왔던 스타트업을 위한 웹 개발 기초를 오늘 진행했다. 결과는 경기장 밖에서는 실패, 경기장 안에서는 성공.
우선 좋은 것부터 이야기하자면, 강의 주제의 목표를 제대로 달성했다. 개발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하루 만에 기본적인 기능이 탑재된 웹사이트를 개발해내는 것. 실제로 프로그래밍 언어란 게 뭔지 모르는 수강생도 있었지만, 훌륭하게 예제를 소화해냈다. 개발자가 아니라도 하루 만에 웹 개발의 기초를 배우는 것은 가능하다.
강의 평가도 꽤 좋았다. 점수는 다 5점 척도. 주관식은 프라이버시 문제상 공개하지 않음.
- 이 강의가 수강한 목적에 도움이 되었나요? => 4.5
- 이 강의 이후 심화과정도 수강할 생각이 있나요? => 4.5
- 교육과정의 가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3.5 (1:비싸다, 5:싸다)
- 스타트업을 하고 싶어하는 지인이나 동료들에게 이 강의를 추천하실 의향이 있나요? => 5
우려했던 바와 달리 결제를 한 사람들은 22만원이라는 가격을 비싸게 느끼지 않았다. 아예 무료라면 모를까, 돈을 내고 배운다면 이 정도는 내야지 같은 느낌이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물론 나도 프로그래밍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하루 만에 여기까지 할 수 있는데 비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NPS를 의도한 질문인 추천의향은 전원 5점을 줬는데, 사실 여기에는 약간의 편향이 있어서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면 안될 것 같다. 강의 인원이 소수다보니 약간 사적인 이야기도 나누었고, 그러다보니 어느 정도 인간 관계가 형성이 되서 심리적으로 더 좋게 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어쨋든 정말로 추천하면 참 좋겠다.
잘된 부분들을 보면, 일단 강의 교재 준비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초보자가 이해할 수 있는 스텝의 크기를 정확하게 분석했다. 이건 내가 자랑하는 능력 중 하나이며, baby step에서 배운 것이다. 고수는 일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스피드를 내야 할 때 big step을 밟으면서도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baby step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 이게 가능하기 때문에 초보자에게도 일을 시킬 수 있는 것이지. 물론 교재와 소스코드는 tutorial은 아니다. 혼자서 보고 따라하는 게 아니라 강의에서 활용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것만 보고 초보자가 따라할 수는 없다. 그래서 자료 보고 강의는 안 올까 하는 걱정을 하지 않고 강의자료와 소스코드를 모두 미리 공개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계산대로였다.
에러 메세지를 보고 다음 스텝을 결정하게 만드는 시나리오도 꽤 적중했다. 단계를 밟아나갈 때마다 에러 메세지가 바뀌는데, 에러 메세지가 나쁜 것이 아니라 정보를 담고 있으며, 다음 할 일을 가르쳐준다는 점을 인식시키는데 성공했고, 두어 번은 수강생이 스스로 다음 할 일을 짚어내기까지 했다. Django tutorial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지.
반복 요소도 적당히 효과를 봤다. 짧은 시간의 강의를 하다보면 이것저것 소개만 하다보니 강의 중에는 복습이 안되기 쉬운데, 앞에서 배운 내용을 뒤에서 다시 반복할 수 있는 기회들을 꾸준히 만들어서 처음엔 계속 실수하던 것을 나중에는 스스로 해결하기도 했다.
계산을 빗나간 부분은 수강생들의 진도가 저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따라하기도 바쁜데, 어떤 사람은 지루할 수 있다. 게다가 수강생들의 진도를 눈으로 확인하기가 어려워서 일일이 물어봐야 하다보니 더 어려웠다. 그나마 수강생이 적어서 오히려 다행이었달까. 10명 다 찼으면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부분은 대책이 필요하다.
또 하나 몰랐던 사실은, 강의를 하면 목이 아프다는 것이다. 원래는 이 강좌를 시발점으로 일주일 짜리 강좌도 만들려고 했는데, 내가 일주일 연속으로 강의를 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 차크라 소모를 생각하면 한 달에 2회가 한계인 듯.
아뭏든, 여기까지만 보면 대성공이지만, 큰 그림으로 보면 대실패다. 왜냐면, 10명 정원인 강의에 2명 밖에 안 왔기 때문이다. ㅠㅠ 참석한 사람은 사전에 결제한 두 명 뿐이고, 대기자에 있던 사람들은 끝끝내 결제도 하지 않았고 참석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온오프믹스의 유료 모임에 미결제 대기자로 있는 건 참석 안함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그래서 두 명 밖에 안되는데 모임 장소는 더 작은 곳으로 바꾸지 못해서 모임 장소 비용과 온오프믹스 수수료로 비용이 나가고 나면 남는 돈은 오늘 하루치의 인건비도 안된다. 강의 준비는 거의 풀타임 3일치인데...
그래서 사실 에브리클래스처럼 수강 정원이 차야 강의를 하는 방식이 가능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건 사실 반대로 생각하면 실패에 대한 비용을 줄이는 것이지 성공을 위한 방법은 아니다. 더 좋은 것은 기간 내에 수강 정원이 차고, 다 참석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을 못했던 것이 실패의 핵심이다.
정원이 다 차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겠다. 우선 핵심 가설, 프로그래밍 경험이 없지만 배워서라도 자기 아이디어를 실현해보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것이 틀렸을 수 있다. 그것보다는 개발 할 줄 아는 사람을 구하는 게 더 쉽다고 생각할 수 있을 듯. 만약 이 가설이 틀렸다면 이 강의는 여기서 스톱해야 한다.
핵심 가설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홍보 부족일 가능성도 크다. 온오프믹스 대기자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컨택해온 대기 수요도 꽤 많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홍보가 다섯 배 더 잘되었으면 정원을 채웠을 거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내 SNS만 홍보한 것은 너무 부족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내가 SNS를 넘어선 효과적인(그러면서 돈 안드는) 홍보 방법을 모른다는 문제는 극복해야 할 것이다.
핵심 가설이 맞고, 홍보도 많이 되었지만 하루 만에 비 개발자가 개발을 배우는 게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을 수도 있다. 홍보의 양과는 별개로 홍보의 설득력이 부족했을 가능성이다. 이건 지난 번 시범 강의와 이번 강의 평가를 공개하면 많이 보완할 수 있다.
평일 강의라는 점도 제약일 수 있다. 몇몇 지인과 선화가 이 문제를 언급했다. 이건 토요일 강의를 해보면 알겠지.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원래 이 강의를 내가 기획한 것은 안정적인 수입원을 찾기 위한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2년 후에 대박 나는 것, 내일 10원 벌기 시작할 수 있는 것, 이번 달에 수백만원 벌 수 있는 것,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눠서 분산 투자를 하고 있는데, 세번째 카테고리에 속했던 교육 사업이 지금 상태로 봐서는 두번째 카테고리에 더 가까운 일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럼 세번째 카테고리가 비는 문제도 생길 뿐더러, 두번째 카테고리의 다른 아이템과의 경쟁 문제도 생긴다. 말하자면, 이 교육사업은 안정적인 수입원이 아니라 스타트업인 셈이다. 사실 다른 pros & cons는 다 예상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는데, 이 점 하나만큼은 오늘 해보고서야 깨달은 것이다. 생각해보면 전에도 깨달을 수 있었던 문제인데, 역시 난 내 손으로 해봐야 되는 타입인 듯.
그래서 두 가지 방향으로 생각 중이다. 일단은 2차 강의는 한 번 더 해봐야 한다. 핵심 가설 이외의 문제점들은 일단 다 극복 가능해보이므로 거기까지는 시도해본다. 두번째는 방향을 살짝 틀어서 동영상 강의로 제작하고 vod나 유튜브 광고 수입을 노려보는 것이다. 여기까지 해보고 나면 아마 접을지 말지 시원하게 결정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보면 예제 소스를 먼저 만들어 본 것, SNS에서 의향 조사를 해본 것, 시범 강의를 열어본 것 등등 모두 린 스타트업 방식으로 해왔는데, 그래놓고도 이게 스타트업이 아니라 안정적인 수입원이라고 생각했다는 게 참 멍청했던 것 같다;; 당연히 처음부터 스타트업으로 분류될 일인 것을.
어쨋든 이번 주 목표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은 제대로 달성했다. 슬프지만 뿌듯한 하루.
플랫폼 전략
플랫폼 전략이란 일반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서비스가 올라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자는 전략이다. 이 플랫폼이라는 키워드는 Web 2.0이 흥할 때 구글, 이베이 등의 성공 요인으로 플랫폼이 떠오르면서 화두가 되었다. 그래서 이후에 플랫폼을 지향하는 회사가 많아졌고, 대표적으로 오픈마루는 출범 초기부터 플랫폼 전략을 핵심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오픈마루는 실패했고,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플랫폼 전략이 지목되곤 한다.
이에 대해 오픈마루의 리더였던 김범준님의 분석글도 커뮤니티에 회자된 바 있다.
일단 난 위의 두 글에 90% 이상 동의하고, 오픈마루의 플랫폼 전략이 틀렸다는 점도 동의한다. 하지만 본론에 앞서 잠깐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플랫폼 전략이 틀렸지만 그것 때문에 오픈마루가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초기 전략 한 번 잘못 세웠다고 조직이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전략의 오류를 깨닫고 수정하면 된다. 굳이 실패의 요인을 말하라면 틀린 전략을 중간에 깨닫고 수정할 만한 역량이 안되었다는 것이지.
아뭏든, 플랫폼 전략은 틀렸다. 하지만, 난 오픈마루의 플랫폼 지향성 자체가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플랫폼을 지향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권장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플랫폼 전략과 플랫폼 지향은 뭐가 다른데?
그 전에 플랫폼의 정의를 명확하게 해야 할 것 같다. 플랫폼이라는 말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데, 적어도 당시 Web 2.0의 컨텍스트에서 플랫폼이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이를테면, 지마켓과 이베이를 비교할 수 있겠다. 이베이가 플랫폼이 되었다는 것에는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 지마켓은 어떤가? 플랫폼을 수많은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정의한다면 지마켓도 플랫폼이다. 그리고, 불행히도 국내에서 플랫폼을 이야기하는 사람 중에는 지마켓 같은 모델을 말하면서 플랫폼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물론, 플랫폼을 정의하기에 따라 그것도 플랫폼인 건 맞다. 근데, 그런 광의의 플랫폼은 전략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그냥 버즈워드가 될 뿐이지. 의미 있는 전략 키워드로서의 플랫폼은 좀더 명확해야 한다. 단순히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내가 생각하는 플랫폼의 좀더 좋은 정의는 "다른 서비스를 개발해서 올려놓을 수 있는 서비스"다. 지마켓 위에도 수많은 비즈니스가 일어나고, 지마켓만 이용하는 회사도 많이 생겨났지만, 지마켓 위에 올라타는 서비스는 없다. 하지만 이베이 위에 올라타는 서비스는 엄청나게 많고, 한 때 이베이 매출의 80%가 이베이 바깥에서 일어났다고까지 한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당연히 API다. API가 없으면서 플랫폼이라고 말한다면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별로 의미는 없는 말이 된다.
카카오톡도 게임을 런칭하기 전까지는 플랫폼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냥 아주 성공적인 서비스였을 뿐이다. 하지만 카톡이 API를 게임 회사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게임이 올라탈 수 있는 플랫폼이 된 것이다. 그러니까, API는 플랫폼의 필수 조건이다.
그럼 API만 있으면 플랫폼이 될 수 있는가? 이것만으로는 앞서 지마켓과 같은 말을 해줄 수 밖에 없다. 플랫폼은 맞는데 별 의미는 없다. 이게 바로 오픈마루의 전략 실패 포인트이고, 아마 플랫폼을 하기 전에 살아남을 궁리부터...의 이야기도 같은 이야기인 듯 하다.
내가 스프링노트를 개발하면서 가졌던 의문도 비슷했다. 스프링노트 API를 왜 처음부터 오픈하려고 하지? 스프링노트 유저도 얼마 안되는데 그 API가 대체 무슨 소용일까? 오픈마루는 플랫폼 전략일 내세웠기 때문에 오픈 API를 몹시 중시했고, 초기부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한 서비스의 API는 개발자들에게 가치가 없다. 성공해야 비로소 그 API가 가치를 가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베이가 지금과 같은 수준의 API를 사용자 1천명일 때 갖춘다면 그 때부터 이베이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었을까? 그럴 리가 없겠지.
그래서 플랫폼의 성립 조건 두번째는, 성공한 서비스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성공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 자체가 스타트업의 본질이다. 그러니까 스타트업이 플랫폼 전략을 한다는 것은 일종의 동어반복인 셈이다. 우리는 성공하기 위해 성공한 서비스를 만들 거야. (응?)
그런데, 이런 반론을 해볼 수 있겠다. 그럼 성공하기만 하면 어떤 서비스든 플랫폼이 될 수 있는가? 어떤이라는 말이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에 단적으로 yes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대체로 yes라는 것이 내 판단이다. 이를테면, 플리커는 단순히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서비스인데 API를 통해서 플랫폼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한 서비스"라는 조건이 약해져서 망해가고 있지) 포스퀘어는 뭐 범용성이 있는 서비스라서 플랫폼이 된 것인가? 유튜브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다. 얘네들이 플랫폼이 되고 나니까 마치 범용적인 성격이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것 뿐이지, 원래 이들 서비스는 모두 고도로 집중된 타겟을 가진 서비스였다. 반례를 생각해본다면 좀더 유익하다. 성공했는데도 불구하고 플랫폼이 될 수 없는 서비스가 존재하는가? 이를테면 소셜 커머스는 성공했는데 API만 까면 플랫폼이 될 수 있는가? 어려운 문제지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티몬에 있을 때 API를 오픈하면 경쟁사와는 다른 각도로 앞서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일부분 추진하기도 했었다. 물론 이건 확정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 대체로 그렇다 정도의 주장을 할 수 있을 뿐이지.
아뭏든, 플랫폼의 성립조건은 다음 두 가지다.
- 성공한 서비스가 될 것
- API를 제공할 것
편하게 한 마디로 요약하면, 성공한 서비스의 API를 제공하는 것이다. 굳이 오픈 API라고까지는 말하지 않겠다. 카톡은 오픈하지 않고도 성공했잖아. 오픈이냐 아니냐는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접근하느냐의 차이이기 때문에 플랫폼이냐 아니냐에서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것을 이해한다면, 플랫폼을 만들고 싶을 때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가를 알 수 있다. 플랫폼을 만들고 싶으니까 뭔가 범용성이 있는 서비스를 설계한다? 땡! 오픈마루처럼 처음부터 API를 오픈하는데 시간을 투자한다? 땡! 일단 닥치고 성공한 서비스를 만드는데 집중하는 것, 그리고 성공하고 나면 열린 마음으로 API를 오픈하는 것. 이게 내가 생각하는 플랫폼에 대한 답이다.
어쨋든 플랫폼을 지향하는 것이 나쁠 이유는 없다. 그냥 성공한 서비스에 그칠 수 있었던 서비스들이 API를 오픈하면서 예상을 벗어난 폭발적인 성장을 많이 보여주었다. 그런 가능성을 품을 수 있다면 안할 이유가 있겠는가? 나도 당연히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오픈마루가 플랫폼을 지향했던 것에도 동의한다. 단지, 스타트업(린 스타트업에서 정의하는)이라는 관점에서는 플랫폼을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이다. 일단 서비스를 성공시키고 나야 플랫폼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글로벌이냐 미국 로컬이냐
국내 소프트웨어 회사 치고 글로벌을 꿈꾸지 않은 회사가 있을까? 개발자들도 다들 글로벌을 꿈꾼다. 근데, 이상하게도 글로벌을 목표로 하는 회사나 사람 중에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글로벌 진출을 하려면 미국에 가서 해야 한다
나는 이 주장에 대해 반박을 하고 싶다. 우선,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왜냐고 물어보면 다음과 같은 논리를 제시한다.
- 미국에서 성공하지 않으면 글로벌에서 성공했다고 할 수 없다.
- 미국에서 성공하려면 미국 문화를 이해해야 하므로 미국에 가야한다.
- 고로, 글로벌에서 성공하려면 미국에 가야 한다.
2+. 여기에 덧붙여, 단순히 미국에 가는 것 뿐 아니라 미국 문화를 잘 이해하는 미국인을 채용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기도 한다.
난 여기서 1, 2번이 모두 틀렸고, 그래서 1,2에서 이끌어낸 결론도 틀렸다고 생각한다.
우선 1번. 미국에서 성공하지 않으면 글로벌이 아니다? #
반대로 질문해보자. 미국 이외의 모든 나라에서 흥한 서비스가 있으면 그건 글로벌에서 성공한 것인가, 아닌가? 라인이 쭉쭉 뻗어나가서 아시아 뿐 아니라 유럽, 남미 시장까지 다 장악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라인은 글로벌에서 성공했다고 인정할 수 있는가? 아마도 대부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다들 이런 말도 안되는 주장을 근거라고 대는가?
거기에는 어느 정도 이유가 있다. 우선, 미국에서 흥한 서비스는 다른 나라로 퍼져나가기 쉽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미국은 세계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이 어디가 되었든 미국을 점령하고 나면 그 다음은 쉽게 다른 나라로 확장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미국은 글로벌 진출을 위한 최고의 디딤돌로는 볼 수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미국이 가장 hot한 시장이라는 것이다. 뛰어난 IT 기업들이 가장 먼저 서비스를 내놓는 곳이 미국 시장이니만큼, 거기서 증명한다면 상당히 좋은 아이템이라고 증명하는 셈이니 다른 곳에서도 통할 확률이 높은 것이다.
그러니까, 1`. 미국에서 통하는 서비스라면 글로벌에서 통할 확률이 매우 높다라고 한다면 이건 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위의 3단 논법에서 1번을 거론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런 논리를 펼친다. 안타까운 건, 여기까지는 참이라고 하더라도 저 명제의 이가 참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저 명제는 미국에서 통하지 않는 서비스가 글로벌에서 통할지 아닐지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해주지 못한다. 지금껏 글로벌에 대해 위의 3단 논법을 주장한 사람들에게 1의 근거를 요구하면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1`의 근거를 말했다. 반복하지만 1`가 참이라도 1이 참이 되진 않는다.
고로, 1번 명제는 틀렸으므로 저 3단 논법은 이미 틀렸다. 그러나, 사실 더 중요한 오류는 2번에 숨어 있으므로 2번까지 헤집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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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국에서 성공하려면 미국 문화를 이해해야 하므로 미국에 가야한다.#
이 명제에서 가정하고 있는 것은 A 나라에서 성공하라면 A 나라의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내가 2번 명제를 반박하기 쉽게 만드려고 일반화시킨 게 아니고, 2번 명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저 명제를 일반론으로 믿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그 나라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그 나라의 문화를 잘 이해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하는 반문도 많이 받아봤다.
자, 이것도 반대로 질문해보자. 스티브 잡스가 동양 철학에 심취한 적이 있어서 아시아를 잘 이해했기에 아이폰이 한중일에서 한 때나마 대박을 냈었다고 생각하는가? 야후는 대체 일본에 대해서 뭘 알았기에 일본 시장을 장악했었는가? 구글은 전 세계 각국의 문화를 잘 이해해서 전 세계 검색 시장을 제패했는가? 페이스북은? 트위터는?
그야말로 글로벌 서비스의 존재 자체가 2번 명제를 몸으로 반박하고 있다. 그 나라에서 성공하기 위해 그 나라의 문화를 잘 이해해야 한다면 글로벌 서비스는 존재할 수 없다. 주장 자체가 모순인 것이다. 드랍박스는 대체 미국의 무슨 문화에서 탄생했는데? 이베이는 미국의 문화를 잘 이해했기 때문인가? 아마존은 미국 문화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독특한 서비스인가?
이것은 서비스의 카테고리 분류 실패에서 오는 오류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오픈 테이블은 성공했고, 한국에서 포잉은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여기에는 문화의 차이가 존재한다. 괜찮은 레스토랑 찾아서 식사하려면 일단 차 타고 나가야 하는 미국과 도심에 맛집이 밀집해 있는 한국의 차이가 있다. 밥 한 번 먹으려면 예약해야 하는 나라와, 데이트할 때만 예약하면 되는 나라의 차이다. 그런데, 소셜 커머스는 어떤가? 그루폰의 모델을 그대로 카피한 티몬과 쿠팡은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미국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인가? 반대로 이 모델을 한국에서 발굴해서 미국에서 런칭했으면 한국 사람이 했으니까 실패했을까?
글로벌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글로벌에서 통하는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세계 각국의 문화적 차이와 큰 상관이 없는 인류 공통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위대한 IT 기업은 모두 그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이 된 것이지, 미국 문화를 잘 이해했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이 된 것이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국 문화를 잘 파고들어서 이루어낸 성공은 글로벌 성공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미국인만의 문제를 해결한 제품을 만들어낸다면 그게 글로벌에서 통할지 아닐지 어떻게 알겠는가.
그래서 난 이건 오히려 정반대라고 생각한다. 미국인이 미국에서 만들고 미국에 출시해서 성공시킨 서비스가 글로벌 확장에 성공할 확률 vs 한국인이 한국에서 만들고 미국에서 출시해서 성공시킨 서비스가 글로벌 확장에서 성공할 확률. 어디에 걸겠는가? 난 당연히 후자다. 후자가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일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고로, 미국에 가서 미국인도 채용하고 미국 문화를 이해하면서 해야 글로벌 성공을 이뤄낼 수 있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안티 글로벌이나 다름 없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또 이런 주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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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외에서 만든 서비스가 미국에서 흥한 사례가 있는가?#
거의 없다. 작은 사례들은 많이 있지만 페이스북, 구글, MS, 애플, 아마존, 이베이, 넷플릭스 이런 수준으로 성공한 사례는 아직 없다. 근데 그게 왜? 카톡, 라인 이전에 한국 서비스가 해외에서 성공한 적이 있었나? 그래서 라인이 해외 진출 안했었더라면?
그리고 제품을 소프트웨어에서 조금만 넓혀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핵심 제품 개발을 수원에 있는 연구원들이 진행하며, 이들이 제품 개발을 위해 해외 문화를 체험한다든지 하는 일은 없다. 그저 아이폰을 베낄 뿐. 그럼에도 갤럭시 S는 엄청난 글로벌 성공을 이뤄냈다. 만약 삼성이 애플 따라잡자고 미국에 연구소 세우고 미국 개발자 채용하고 그랬으면 과연 지금처럼 아이폰을 제치는데 도움이 되었을까?
소프트웨어 안에서도 게임을 본다면 대박은 얼마든지 많다. 왜 굳이 게임과 비 게임을 나눠야 할까? 오히려 게임이 더 문화적 차이가 크게 작용하는 분야 아닌가? 그런 게임에서도 한국에서 만든 게임이 미국에서 대박 친 사례가 여럿 있다면 다른 소프트웨어가 안될 이유는 무엇인가?
카톡은 왜 미국 시장에 파고들지 못하는가?#
뭐, 내가 카카오에 있으니까 이번 카톡도 생각해보자. 카톡은 왜 미국 시장에 파고들지 못하는가? 카톡은 미국에 파고들지 못했으니까 글로벌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없는 서비스인가? 라인은 그저 일본과 동남아에만 통하는 서비스인가?
이건 가치 가설과 성장 가설의 차이를 혼동하는데서 오는 오류다. 구글 플러스를 보자. 구글 플러스는 출시되고 나서 제품 자체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많이 받았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장점은 모두 흡수하고 단점은 다 해소했으며, 사진, 채팅 등의 연동으로 더 강력해졌다. 근데 왜 구글 플러스는 성공하지 못했는가? 구글 플러스는 제품이 사실은 나쁜 것인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없었다면 아마 빠른 속도로 SNS 시장을 장악했을 것이다. 그런데 경쟁자를 어떻게 제칠지에 대한 고민 없이 제품만 잘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카톡도 마찬가지다. 아니, 문자를 공짜로 주고 받는데 무슨 문화가 필요한가? 이건 한국에서 만들어낸 자랑스러운 글로벌 서비스다. 글로벌 서비스로서의 가치가설은 이미 라인과 함께 증명했다. 단지 성장 가설이 증명되지 못한 것 뿐이다. 미국시장에 파고들지 못한 것은 카톡이 부족해서가 아니고 페이스북 메신저가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카톡이 미국 시장 진출을 하려면 페이스북을 어떻게 이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고, 어떻게 글로벌에 통할 제품을 만들어낼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페이스북 메신저가 빠른 속도로 카톡을 카피하고 있지만, 아직 단일 제품으로만 비교하면 페이스북 메신저보다 카톡이 훨씬 낫다. 하지만 이 기회는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길어야 1년일 것이고, 그 때까지 카톡이든 라인이든 미국에 성공적으로 진출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꽤나 오랫동안 페이스북을 따라잡을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다.
흔히 메신저 시장은 친구가 다 엮여 있어서 쉽게 바뀌지 않는 시장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것도 사실과 다르다. 국내 메신저 시장만 봐도 초기에 인터넷 부흥기에 ICQ에서 MS가 메신저 밀면서 급격히 MSN 메신저로 이동했고, 또 네이트온이 등장하면서 다들 네이트온으로 이동했다. 그러다가 모바일 세상이 되면서 카톡으로 이동했고, 또 카톡의 속도가 문제될 때는 대거 틱톡으로 이동하는 현상도 보였다. 프리챌에서 싸이월드로, 다음 카페에서 네이버 카페로, 그리고 다시 페이스북으로 유저들은 끊임 없이 더 좋은 서비스로 이동한다. 오히려 친구가 엮여 있기 때문에 한두 명의 얼리어답터가 많은 친구들을 쉽게 움직이는 건지도 모른다. 이미 우리는 "야, 틱톡이 훨씬 빨라, 이제 틱톡 써"하는 모습을 목격한 바 있다. 네이버 카페에서 페이스북 그룹으로 옮기는 것도 대부분 한두 명이 주장해서 다들 옮겨간다.
그래서, 페이스북 메신저가 아직 부족한 지금이야말로 카톡과 라인이 온 힘을 다해 뛰어들어서 경쟁해야 할 시점이다. 근데 대체 왜!!!! ㅁ나ㅣ어헤ㅐ80ㅗ2ㅝㅁ너ㅟㅜ.ㅓㅣㅏ ㅁ나
한국 개발자들 글로벌에 대한 이해도 있고, 서비스나 UX에 대한 안목도 높고, 개발도 잘한다. 좀 믿고 맡겨 봐라. 어설픈 미국 개발자 채용할 생각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