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쓰기 귀찮은 글들.
일기장/2007-03-10
NHN에서 한 번 정기 점검 때 회사의 수면실에서 잠을 잔 이후로 12시를 넘겨 일한 건 처음인 것 같다. 서비스 오픈 예정 시각은 토요일 새벽 5시. 우리 팀에서는 그닥 새로울 것도 없는 시간이다. 하지만 난 그 시간까지 버틸 수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동료들을 뒤로 하고 집으로 왔다.
오는 길은 그닥 순탄치 않았다. 뻥뻥 뚫려야 할 고속도로가 갑자기 꽉 막혔다. 앞으로 보니 사고가 난 듯. 20분 가량일까, 정차 상태가 끝나고 통과하면서 보니까 차 두 대가 완전히 박살이 나 있다. 저런 상황에서 운전자가 살아 있을 가능성은 별로 없겠지. 웬지 착잡하다. 무슨 중요한 일이 있었길래 편안하게 잠들어 있어야 할 새벽 2시에 고속도로를 달리다 사고를 당해야 했을까.
요즘 우리_아이들에게_어떤_세상을_물려줄_것인가를 읽고 있다. 교통사고가 나서 사람이 죽으면 GDP가 올라가는 세상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경제학적으로 교통사고는 바람직한 현상으로 취급되는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누군가의 희생을 딛고 경제적 성공을 이룩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간주된다. 우리가 도시에서 누리는 풍요는 누군가가 새벽 2시에 고속도로를 달려야 하는 희생 위에 올라선 것이다. 그것이 그 사람의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 사람이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새벽 2시에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이 아니었다 해도 하루 14시간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이거나 밤새 일하고 정오에 잠들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강요된 선택 밖에 할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자유가 있다고 믿고 살아 간다.
엔씨소프트 신년회에 본 우수사원들의 삶에는 강력한 공통점이 있었다. 가정을 외면하고 회사에 헌신하는 삶,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는(?) 가정. 그것을 존경하는 동료들. 그것이 정말로 현대 사회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삶일까? 부자들은 다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런 과정을 거쳐서 부자가 된 다음 편안한 여생을 누리는 것일까? 아니면 그런 삶을 즐거워 할까? 혹은 정말 부자들은 가정도 다 챙기면서 성공하고 있을까?
NHN을 그만두고 복학하면서부터, 그리고 서울 생활에 넌더리가 나면서부터 점점 자연으로 돌아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농사 지어서 팔아 먹고 살기보다 나와 내 가족이 먹을 만큼만 짓는, 자급자족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그놈의 세계화 경제란 것에 의존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그런.... 물론 선화는 이런 말 할 때마다 질색하지만-_- 언젠가는 이루고 싶은 꿈이다. 네이버에서 30대가 많이 검색하는 말 중에 귀농이 있다던데 나도 30대가 가까워 오니까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일까.
프로그래머. 프로그래밍. 평생 해도 즐거울 것 같은 일이다. 하지만 일로서의 프로그래밍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간혹 있는 것 같다. 간혹.
일기장/2007-03-04
대재앙의 종결. 이번 MSL 결승전 홍보 문구였다. 잘 모르는 사람은 대재앙이라는 표현에 오버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그의 세상이 펼쳐지는 브루드워의 스토리, MSL 6연속 저그 우승이 눈앞에 있고 김택용의 상대는 당대 최강 마재윤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팬들에게는 정말 가슴에 와닿는 표현이다. 마재윤의 현재 상태를 보면 공식 랭킹 1위, 12회의 5전 3선승제 경기에서 11승 1패, 2006 시즌 대 프로토스전 21승 3패 87.5%의 승률, MSL 5회 연속 결승 진출, 3회 우승, 이번 시즌 온게임넷 우승, 정말 화려하다. 이런 걸 토대로 김택용이 이길 확률을 계산하면 2.69%랜다. 3:0으로 이길 확률은 0.38%. 말도 안되는 확률 같아 보이지만 게임방송 관계자 중 저 확률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저그가 지배하는 세상, 김택용은 그 마재윤에 도전했고 3:0으로 대재앙을 종결시켰다.
결과가 나온 다음에 이런 글을 쓰게 되서 참 아쉽기는 하지만 난 김택용의 승리에 걸었었다. 그래서 스갤에 예언 한 마디 올릴려고 했는데 아쉽게 짤방으로 쓸 사진이 없어서 올리지 못했다 ㅠ.ㅠ 내가 김택용의 승리를 예상한 이유는 비합리적인 이유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먼저 비합리적인 이유, 스타에서 당대 최강자는 대체로 프로토스에게 무너지면서 최강자의 자리를 내줬다. 임요환은 김동수에게 3연속 우승을 저지 당하고 이후 박정석에게 또 한 번 3회 우승을 저지 당한 이후로 이윤열에게 최강자의 자리를 내줬고 이윤열은 강민에게 4연속 우승을 저지당한 후 최연성에게 자리를 내줬다. 최연성은 OSL에서 오영종에게, MSL에서 박정석에게 패한 후로 마재윤이 그 자리를 이어 받았다. 짧으나마 최연성과 마재윤 사이를 채웠던 박성준, 박태민의 양박저그도 MSL에서 프로토스에게 2:0으로 스윕당한 후 전성기를 종료했다. 프로토스가 비록 무너뜨린 최강자의 자리를 차지하진 못했지만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해온 것이다. 그런 면에서 마재윤을 무너뜨리는 것도 테란이기보다는 프로토스일 것 같았다.
합리적인 이유도 있다. 지난 시즌 프로리그 우승팀 Hero의 감독이 자기 팀에서 가장 강한 선수로 김택용을 꼽은 적이 있다는 것. 그리고 마재윤이 대프로토스전 87.5%였다면 강민의 프로토스 대 프로토스는 최근 90%였고 누구나 인정하는 프로토스전 최강자였는데 4강전에서 놀라운 경기력으로 3:0으로 완승했다는 것. 사실 프로게이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기록보다도 경기 내용에서 나타나는 포스다. 마재윤이 본좌 소리를 듣는 것은 그 기록도 이유지만 경기 내용에서 마치 테란이나 프로토스가 원래 저그를 이길 수 없게 설계된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근데 김택용도 저그에게 이길 때 보면 원래 상성과 상관 없이 프로토스가 저그에게 원래 유리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거기에 대 강민 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을 생각하면 마재윤에게 원래 부족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경기를 좌우한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마재윤의 살인적인 스케쥴이다. 이미 4강전도 이틀 연전을 치러냈고 지난 토요일에 이어 바로 결승을 맞았다. 그나마 4강전, 온게임넷 결승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그 이전 경기들이 대부분 대테란전이었다는 것이다. 이윤열 역시 내내 테테전만 치르다가 결승에서 대저그전을 하게 되어서 적응이 힘들었던 것이고. 게다가 마재윤의 스타일을 생각하면 거듭되는 대테란전이 장애가 되었음이 틀림 없다. 대테란전에서는 꼭 병력 숫자에서 압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뮤탈 1부대 남짓으로 피해 주고 러커 몇 마리로 제2멀티 방어하면서 시간 끌고 디파일러 나오면 멀티 늘려가면서 방어하는 게 마재윤 스타일이다. 테란의 공격 병력을 궤멸시킬 필요도 없고 대부분의 상황에서 피해만 입지 않으면 된다. 그러다가 멀티 수 차이 나면 그 때 힘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근데 대프로토스전에는 이게 안된다. 러커냐 뮤탈이냐 히드라냐의 가위바위보 싸움을 강요해서 큰 피해를 주지 못한다면 힘으로 이기는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대테란전에 익숙해진 마재윤이 일주일만에 다시 물량전 감각을 회복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에 김택용의 철저한 정찰로 가위바위보 싸움을 강요할 수도 없게 되버렸다. 결국 물량전 감각이 떨어진 마재윤은 병력이 모여 있어야 하는 타이밍에 병력이 없었던 데다 대테란전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방식의 견제에 휘둘려서 패한 것이다.
이윤열도 양대리그 결승에 동시에 올랐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이윤열은 프로리그 결승, 팀리그 결승까지 올라서 네 개의 결승을 소화해야 했었고 결국 양대리그에서 만난 양박저그를 둘다 이길 수는 없었다. 그보다 먼 과거에는 임요환도, 이윤열도 양대리그 동시 제패를 한 적이 있었지만 그 때는 지금보다 경기 수도 훨씬 적었고 상대적인 기량 차이가 컸었기 때문에 논외. 지금은 연습량이 중요하다. 마재윤이 이윤열을 이겼을 때도 정말 연습 많이 했다는 고백(?)을 한 바 있다. 이윤열이 테테전만 하다가 일주일 만에 테저전을 소화할 수 없었듯 마재윤도 그랬던 것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마재윤의 스케쥴이 좀 나아져도 다시 마재윤 천하가 되리라는 기대는 안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체로 한 번 꺾인 기세가 다시 살아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임요환, 이윤열도 재기하는데 1년 넘게 걸렸고 최연성은 아직 1년이 안되서 그런지 재기하지 못했다. 2연속 전승 우승이라는 E-Sports 계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장재호도 그루비에게 진 이후 다시 최강자의 자리에 오기까지 1년 이상 걸렸다. 당장 바닥을 헤맬 일은 없겠으나 마재윤 천하는 이제 끝이 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 1년 간 정말 게임 방송에 재미 있는 거리들이 줄줄이 쏟아져서 정말 재미있었다. 다른 팀들이 좀더 노력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해도 아무도 반박할 수 없었던 T1의 프로리그 재패. 그리고 그걸 무너뜨린 Hero의 돌풍. 데쓰노트와 가을의 전설이 얽힌 이윤열과 오영종. 마재윤의 MSL 3회 재패, 5회 연속 결승 진출, 마재윤과 이윤열의 본좌 대결, 강민의 성전과 강민이 해내지 못한 타도 마재윤을 이뤄낸 김택용.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이처럼 많은 스토리들을 만들어 내면서 장수할 꺼라는 예상을 그 누가 할 수 있었을까. 스포츠는 역사가 길어지면 경기 내용 뿐 아니라 선수들과 팀들, 그리고 대회의 역사를 둘러싼 사연들이 스포츠를 더 풍부하게 만들고 재미 있게 해준다. 말하자면 E-Sports는 이제 캐즘을 넘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언제까지 갈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일기장/2007-02-15
오늘은 스타리그 이윤열 한동욱의 4강전, 그리고 W3 장재호의 1차 방어전, 그것도 세계 최강 그루비가 상대인 경기가 있는 날이다. 생방송은 7시 퇴근으로는 죽었다 깨나도 볼 수 없다는 게 한스럽다 ㅠ.ㅠ 오늘 울 플젝 릴리스만 아니었어도 휴가 쓰고 집에서 봤을 텐데 ㅠ.ㅠ 선화랑 발렌타인 데이트를 하고 집에 오니까 11시 40분. 티비 켜니까 스타리그 4강전은 4차전을 하고 있다. 이윤열이 2:1로 앞선 상태에서 4경기는 한동욱이 우세한 상태. 중계 멘트들을 들으니 정말 재미 있었을 것 같다. 어쨋든 5경기는 다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위안하고 W3 재방송 스케쥴을 보니 내일 낮 12시다. 어쩌라고! 다음 재방송은 일요일 11시인데 그 때쯤에나 볼 수 있을 것 같다.
스타 동족전은 재미 없다지만 테테전만큼은 타종족간 경기 이상으로 재미 있을 때가 있다. 타종족간 게임이 그냥 전투의 연속이라면 테테전은 정말 전쟁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바둑이랑도 비슷한 느낌이 들고. 게다가 이 두 녀석의 테테전은 어떤 테란보다도 재미 있을 것 같은 대결이다. 천재 테란이라는 수식어가 이젠 어린 느낌이 들만큼 많은 우승 경력이 있는 이윤열, 수비의 종족이라는 테란으로 막강 공격력을 보여주는 한동욱. 테테전 승률 1위야 이병민도 먹었다가 변형태도 먹었다가 하지만 5전 3선승제 치뤄본 적도 없는 변형태, 지난 대회 4강에서 이윤열에게 3:0으로 스윕당한 이병민과는 격이 다르다. 물론 최연성이라는 또 하나의 예외적인 존재가 있긴 하지만 요즘은 비리비리하니 이윤열 vs 한동욱은 지금 시점에서 분명 최고의 테테전 매치업이다.
그러고보면 온게임넷은 정말 대회마다 4강 이상에서는 흥미진진한 매치업이 나오는 것 같다. 어쩌다가 재미 없는 매치업이다 싶으면 월드컵에 밟혀서 소문나지 않고 넘어간다-_- 한동욱도 그 월드컵 시즌 우승자이긴 하지만 무명을 딛고 어설픈 애들 밟고 올라온 그 때와 지금은 기세가 다르다.
어쨋거나 5경기가 시작되었다. 재방송이지만 결과를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긴장되었다. 기세는 3,4경기를 연속해서 힘싸움으로 이긴 한동욱이 앞선 상태고 한동욱은 기세를 타면 정말 강하다. 하지만 맵은 알카노이드. 이윤열이 11승 1패를 하고 있는 맵이랜다. 묘하게 이런 맵들이 있다. 강민이 10연승을 달리고 최종적으로 14승 1패를 기록해 강민틴이라 불렸던 기요틴, 임요환이 14승 2패를 기록하면서 임포인트라 불렸던 알포인트, 최근에는 염보성의 승승장구로 염두대간이라 불리는 백두대간. 이처럼 자기 홈그라운드라고 할 만한 맵을 만나면 그 선수는 정말 강한 모습을 보인다. 같은 맵의 1경기에서 이미 이기기도 했고. 게다가 이윤열은 온게임넷에서 4강에 오른 대회는 모두 우승으로 마감했다. 아무래도 이윤열이 웬지 이길 것 같았다.
근데 경기가 시작되자 초반을 한동욱이 주도하기 시작했다. 이윤열은 더블 이후 2스타 레이스, 한동욱은 골리앗 드랍쉽. 이 맵에서는 에어 대 드랍으로 붙으면 드랍이 이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좀 불안했다. 그래, 난 이윤열 편이다. 한동욱이 먼저 4골리앗 실은 드랍쉽을 날렸는데 바락에 들켜서 골리앗 내려서 걸어가고 레이쓰 3기가 주변에서 맴돈다. 근데 이윤열은 주위를 맴돌기만 한다. 이 때 엄옹의 한 마디. "달려들질 않네요. 정말 격이 달라요. 저걸 참을 수가 있나요?" 정말 절대 공감. 나 같으면 무조건 클록킹하고 달려들어서 드랍쉽 잡고 빠지려 했을 것이다. 이윤열의 생각은 이런 것이다. 레이쓰가 달려들면 드랍쉽은 틀림 없이 잡을 수 있다. 근데 만약 한동욱이 빨리 반응해서 컴셋 찍으면 레이쓰 둘 이상 잡힐 가능성이 아주 높고 그러면 바로 다음 타이밍에 오는 3드랍쉽 12골리앗을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러면 겜 오버. 이걸 게이머들이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혹시 상대의 반응이 늦어서 운 좋게 잡고 빠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달려 들게 된다. 설령 상대가 그럴 리 없는 절정 고수라는 걸 알아도 그 유혹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 근데 이윤열은 3,4 경기의 혹독한 경험으로 한동욱을 인정한 것이다. 이런 게 정말 고수와 고수가 맞붙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그런 긴장감이고 이 맛에 온게임넷 4강, 결승은 챙겨보게 된다.
이윤열은 제공권을 기반으로 제2멀티를 하면서 조금 앞서 나간다. 근데 공격의 한동욱이 내버려 둘 리가 만무, 레이쓰의 경계가 늦춰진 틈을 타서 3드랍쉽을 제2 멀티에 드랍하는데 성공, 멀티를 날리고 수비하러 온 탱크까지 꽤 많이 잡는다. 여기서 이윤열은 또 한 번 천재의 감각을 보여준다. 여기서 레이쓰가 탱크랑 같이 어설프게 수비하러 왔으면 좀더 빨리 막긴 했겠지만 레이쓰 전멸하고 앞서와 마찬가지로 다음 드랍쉽에 망한다. 그래서 침착하게 돌아가는 드랍쉽만 잡아내고 탱크로만 수비한다. 머, 어쨋든 한동욱의 펀치가 한 방 제대로 들어가긴 했으므로 경기는 한동욱이 리드하기 시작한다. 이윤열이 제2멀티를 재건하지만 한동욱도 동시에 제2멀티를 해서 멀티는 팽팽, 병력은 한동욱이 우세한 상태. 한동욱이 또 펀치를 날린다. 이번엔 가까운 멀티 쪽 공격. 자리를 너무 멀리 잡아서 별 피해 못 줄 것 같았는데 교전에서 병력 이득을 상당히 많이 보고 레이쓰도 전멸시킨다. 앞서 레이쓰를 조심스럽게 다뤘던 이윤열이 이번에는 드랍쉽 잡기에 올인하면서 레이쓰를 그냥 다 내준 점이 약간 의아했는데 이후 상황을 보니 이해가 되었다. 어차피 레이쓰는 초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용도고 물량전 체제가 갖춰져서 대규모 드랍쉽 공방이 벌어지기 시작하면 레이쓰 컨트롤할 여력이 남지 않는다. 그리고 아까와는 달리 드랍쉽의 숫자를 줄이는 게 더 중요한 타이밍이 되었기 때문에 차라리 속시원하게 다 죽고 드랍쉽을 줄여서 이후 드랍쉽 대결에서 앞서려는 생각인 것 같았다.
전투에서 손해를 보는 바람에 이런 계산이 좀 빛이 바랬지만 한동욱도 자리 잡은 위치가 너무 멀어서 자원에는 타격을 주지 못했다. 그러면서 그 새 이윤열은 제3확장을 시도한다. 최연성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최연성은 한 곳에서 팽팽한 공방전이 일어날 때 거기에만 집중해서 전투를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전투는 최소한의 피해로 막으면서 확장을 시도한다. 그래서 국지전은 계속 지지만 나중에 어마어마한 물량으로 압도해버리는 것이다. 흔히 전투에선 지지만 전쟁에서 이기는 전략이 좀더 멋있고 훌륭한 것처럼 이야기를 하긴 해도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최연성이 그렇게 했고 그래서 한동안 패권을 잡았다. 이윤열도 최연성에게 그렇게 많이 당한 피해자였지만 이제 그걸 다 흡수해서 이제 한동욱에게 써먹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전투에서 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웬지 이윤열이 이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한동욱의 장기는 이곳 저곳을 타격하는 기동전. 앞선 전투에 시선을 붙잡아두고 바로 옆을 다시 돌파하러 간다. 근데 이미 이윤열은 멀티의 힘이 나오기 시작했고 3,4경기의 교훈인지 한동욱의 스타일을 간파, 예측하고 막아낸다. 이후 드랍쉽 공방전이 이어지지만 멀티에서 앞서는 이윤열이 계속 이득을 쌓아 나간다. 그러다가 또 한 번 드랍쉽으로 이윤열의 추가 멀티를 끊어내면서 같은 자원 싸움으로 만들어 또 역전하나 했으나 이미 쌓아놓은 이득이 많은 이윤열이 다시 한동욱의 공격 병력을 정리하고 바로 카운터 들어가서 승리. 이걸로 이윤열은 임요환 이후 두번째로 온게임넷 4회 결승 진출, 우승 다음 대회 결승 진출을 이뤘고 마재윤과의 본좌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기회를 잡았다. (변형태가 마재윤을 이길 리는 없으니까-_-) 데쓰노트와 딱 들어 맞는 지난 대회 결승 매치업도 정말 재밌었지만 이번에 마재윤이 올라오면 예전 최연성 대 박성준과 비슷한 느낌의, 진짜 본좌를 가리는 대결이 될 것 같다.
아훔, 블로그는 원래 이런 글 끄적거려야 되는데 요즘 방문객이 약간 많아지면서 좀 부담스러워서 이런 글을 많이 쓰질 못했었다. 오늘은 그냥 신경 안 쓰고 썼는데 쓰고 나니까 기분 좋다. 이제 그냥 써야지.
일기장/2007-02-09
간만에 권한에 관련된 부분 개발을 했다. 자바에서도 권한 개발 쪽에 꽤 많이 했었는데 여전히 쉬운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RBAC을 쓰면 된다. User, Role, Permission, Object 네 가지의 개념을 모두 N:N으로 조합할 수 있으면 풀 수 없는 권한 문제는 없다. 문제는 RBAC을 풀로 구현하면 너무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늘 중간 단계를 생략하거나, N:N 대신 1:N을 써서 모델을 단순화시켜서 해결하곤 한다. 주로 User당 Role을 하나로 제한하거나, Role과 Permission을 합치게 된다. 하지만 그러다보면 항상 꽁수로 피해가야 하는 구멍이 하나씩 생긴다. 이런 상황이 생기면 차라리 RBAC을 풀로 구현한 라이브러리가 있고 이에 대한 wrapper를 단순하게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쨋든 궁극적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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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같은 식의 코드로 권한을 verify할 수 있으면 된다. Role은 구현 상의 중간 개념으로만 사용하고 실제 권한 처리 작업에서는 Role 개념을 쓰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번엔 User당 Role이 하나로 제한되는 상황이고 Role들이 포함 관계로 묶여서 Role 개념으로도 충분했지만 하나만 어긋나는 게 생겨도 꽤 많이 바꿔야 할 것 같다.
근데 루비 하다 보니까 annotation 류의 개념이 좀 아쉽다. 자바 같은 경우는 annotation으로 메쏘드별 권한을 명시적이면서도 간결하게 설정할 수 있고 파이썬도 decorator를 쓰면 간단하다. 루비도 그런대로 흉내는 낼 수 있지만 약간의 중복이 생기는 것이 아쉽다.
일기장/2007-02-05
2월 1일, K-Mobile_Ajax_강의를 했다. 끝나고 나서 강의 평가를 보려고 하자 담당자가 이전까지 강의 평가가 안 좋았기 때문에 보면 상처 받을 꺼라고 안 보여주려고 했는데 정리하는 동안 졸졸 따라다니면서 졸라서 결국 봤다. 그 분의 엄살과는 달리 강의 평가는 괜찮았다. 아예 빈 종이인 것도 몇 있었지만 4점을 중심으로 3, 5점이 많았고 주관식(?)도 괜찮다는 평가가 주류. 애자일 컨설팅에서 받던 5 대부분에 4 약간, 이런 거에는 못 미치지만 내 강의 실력만큼은 나온 것 같다. 다음 날에는 좋은 강의였다는 메일도 몇 통 받았다. 예전에 기묘_Ajax_세미나(3인_3색) 때는 셋이서 하고 대표 연락처(?)가 규영이였기 때문에 나는 그닥 피드백을 받지 못해서 그런 게 어떤 느낌인지 잘 몰랐는데 이렇게 좋은 피드백들을 받으니까 기분이 좋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느낌.
[:TheGoal2]에 보면 상식적인 일을 하기 위해 상식을 깨는 상황이 나온다. 가끔 이런 게 아주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인간 중심의 상식으로 돌아가려면 지금의 수많은 상식들을 깨야 한다.
대안언어축제를 하고 나서부터 웬지 대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대안학교에 대한 이야기도 우연찮게 여기저기서 좀 들린다. 대학 때도 대안대학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난 학교에 잘 안 갔기 때문에 대학이 대안대학 같은 걸 만들어내야 할 정도로 후진 곳인지 공감할 수 없었는데 복학해서 열심히 다니면서부터 그 친구들의 이야기가 자꾸 떠올랐다. 중고등학교는 말할 필요도 없을 테고. 대안학교 운동(?), 괜찮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