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Youngrok Pak at 11 years, 1 month ago.

제목 쓰기 귀찮은 글들.


일기장/2008-07-31

어제 드디어 사업자등록을 했다. 뭔가 감회가 새로워야 할 것 같은데 의외로 별 느낌이 없었다. 한 발 한 발 전진하고 있지만 아직도 할 일이 너무도 많아서이리라.

어젠 사무실에서 늦게까지 야근을 했다. 10시까지 야근을 했으니 창업하고 나서 최고 기록이다. 7시 30분 경까지 일한 게 서너 번, 8시까지 일한 게 한 번이니 보통 회사에서 말하는 야근을 한 건 처음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봤자 낮에는 회의하고 사업자 등록하러 가고 일을 못해서 개발 시간은 총 3시간 정도 밖에 안되지만. 어쨋든 집중도 잘 되고 사무실도 맘에 들고 진도도 잘 나가서 기분이 좋았다. 덕분에 오늘은 좀 여유 있게 마무리할 수 있었고.

사무실이 있다는 게 정말 좋긴 좋다. 이리저리 유랑 생활하면서 사무실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던지라 지금 사무실의 존재가 너무 고맙다.

Youngrok Pak , 13 years ago

일기장/2008-07-22

당신이 느리다면 지금껏 단련한 모든 힘과 기술은 무의미하다.

-이소룡-

제대로 집중하면 6시간 걸릴 일을 30분 만에 끝낼 수 있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30분이면 끝낼 일을 6시간해도 끝내지 못한다.

<아인슈타인>

난 단 하루도 일한 적이 없다. 당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게 되면 그것은 더 이상 일이 아니다. -데이비드 샤카리안-

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같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John Lennon-

딴지일보의 스포츠강좌 복습하다 발견한 글귀들이다. 꼭 나한테 하는 말 같아서 의미심장하다. 다시 봐도 이 맛스타드림 대단한 사람 같다.

Youngrok Pak , 13 years ago

일기장/2008-07-18

이번 주에 회사 이름을 정했고 사무실을 구했고 멤버가 한 명 늘었다. 얼마 안되는 우리 회사의 역사에서 꽤 의미 있는 주간이다.

회사 이름은 이콜레모, ecolemo다. 오픈마루 이름 지을 때나 스프링노트 이름 지을 때의 스토리도 참 재미있었지만 이것도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처음에 생태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seed로 사용한 ecology에서 ecolo라는 이름을 만들었는데 도메인이 있었다. 그리고 뭔가 싱거운 느낌. 그리고, 촛불시위를 회사 이름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candle demonstration을 줄여서 candemo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근데 이것도 도메인이 있어서 l까지 넣어 candlemo. 그러나 이 이름은 팀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리고 최종 후보들을 검토하다가 ecolo랑 candlemo를 합쳐서 ecolemo라고 지어봤더니 반응이 꽤 좋았다. 도메인도 확보 가능. 게다가 구글 검색에서 세 페이지 밖에 안 나오는 걸 보니 고유명사로서의 가치도 높아서 바로 최종 후보가 되었다.

최종 후보는 두 개였는데 다른 하나는 담돌. 이것도 사연이 길다. 처음에는 순우리말에서 찾아보자는 생각에 찾은 단어로 감돌이 있었는데 이건 이미 회사가 있었다. 감돌의 뜻은 유용한 물질이 담긴 돌. 이걸 어떻게 활용할까 하다가 감의 ㄱ 대신 다른 자음을 붙여봤다. 그래서 나온 것이 담돌. 우리 나라의 담이 보통 흙담인데 그게 무너지지 않게 심 역할을 하는 걸 담돌이라고 부른댄다. 의미도 그럭저럭 괜찮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본 반응도 이콜레모보다 담돌이 좋았다. 그러나, 좀 주저되는 것은 너무 평범한 느낌이라는 것과 담돌을 이용해서 쌓는 것이 다름 아닌 담이라는 것. 우리는 담을 허무는 종류의 일을 하고 싶은 건데 담을 쌓는 이미지를 준다는 것이 꺼려졌다. 그래서 최종 투표 결과 3:1로 이콜레모가 선정된 것이다.

여전히 어렵다는 반응을 많이 접하지만 뭐 어떠랴. 어차피 승부는 서비스 이름인데. 우분투라는 멋진 이름의 배포판을 내놓은 회사도 이름은 캐노니칼, 어렵다. 네이버는 알아도 NHN은 아무도 모른다. 정하기 전에는 어렵다는 것 때문에 약간 망설임이 있었는데 막상 정하고 보니 참 맘에 든다.

사무실은 분당에 구했다. 원래는 구로와 분당을 저울질했는데 분당에 먼저 알아보러 갔다가 바로 구해버렸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화요일에 무려 10군데의 사무실을 돌아보고 결정한 것이다. 서현역 LG 에클라트 II에 27평형. 보증금 1000에 75다. 괜찮은 가격인 듯. 이날도 사연은 많았다. 첫번째로 들어갔던 부동산에서 바로 그 방을 소개해주려고 했는데 주인과 연락이 안되었는지 어쨌는지 방을 보여주질 못했다. 그래서 다음에 풍림아이원으로 가서 방 좀 보고 또 역 주변 부동산 가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소개 받은 곳이 다시 거기였다. 첫번째 부동산에서 조금만 더 성의를 보였다면 거기서 했을 텐데.

거기서도 32평과 27평을 보고 저울질하다가 마침 그 때 우리 멤버가 한 명 더 늘지 모른다는 소식이 들려와서 32평으로 결정을 했었다. 그래서 계약하자고 하자 바로 그 시점에 32평 짜리 방이 나갔댄다. 그래서 또 고민하다보니 32평 짜리 방이 하나 더 나왔대서 보러 갔는데 내부 구조를 변경해놔서 다시 복구 공사하고 하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길지 몰라서 좀 꺼려졌다. 그래서 그냥 27평짜리로 낙점. 월세 차이가 20만원 났는데 그 돈으로 매달 워크샵 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괜찮은 것 같다.

신혼집을 분당에 얻을 테니 이제 분당이 중심 생활권이 될 것 같다. NHN이랑 가까워서 선화랑 같이 점심도 먹을 수 있고. 오픈마루랑 가까워서 철호, 인동 3형제랑 농구도 같이 할 수 있겠지.

새 멤버는 몇 주 전부터 조금씩 작업(?)해왔던 ㄴㅇㄱ이다. 아직은 입사한 게 아니라 실명은 비공개. 드디어 5명이 되었다. 사실 얼마 되지도 않은 회사인 주제에 공동 창업자가 나가는 사태도 있었지만 위기를 딛고 다시 5명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월급도 보장할 수 없고 사무실도 없었던, 심지어 들어오려면 자본금 내고 들어와야하는 회사가 5명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게 놀랍고, 동료들 한 명 한 명이 정말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Youngrok Pak , 13 years ago

일기장/2008-06-27

100분 토론에 내 의견이 시청자 의견으로 떴다. 으하하. 못 본 사람을 위해 다시 인용.

  • 세상에 문제점이 없는 미디어가 어디 있겠는가. 정치권이나 조중동에 문제가 많은 것처럼 인터넷도 문제가 많다. 이것은 당연히 전제하고 가야 하는 것이지 "인터넷이 장점도 많지만 단점이 있으니까 단점도 고치자"라는 주장을 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흠잡기에 불과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상대적으로 어느 것이 더 믿을 만한 미디어인가이다. 인터넷의 자정 능력은 정부나 조중동의 자정 능력보다 훨씬 강하다. 정부가 이번 사태에서 쏟아낸 수많은 거짓말들을 다 인터넷이 밝혀 냈고 조중동의 왜곡 보도도 모두 인터넷이 짚어낸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에 올라오는 정보들도 인터넷이 스스로 검증한다. 잘못된 정보나 비합리적인 글들도 많이 올라오지만 추천을 많이 받는 글들은 대부분 합리적인, 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는 글이다. 잘못된 정보의 악영향을 봐도 과거 조선일보의 오보로 인해 삼양라면이 피해를 본 것이나 만두 파동 때 잘못된 뉴스로 만두 업체들이 도산한 것에 비하면 인터넷의 악영향은 훨씬 적다. 적어도 조중동에 대한 공격은 조중동의 잘못들이 명백히 입증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조중동이 저질러왔던 오보의 악영향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뽑히기 위해 좀 압축적으로 쓰느라 나도 약간은 왜곡을 하긴 했지만-_- 나름 제목도 다른 글이랑 차별화시키려고 머리 썼는데 과연 첫번째로 꼽혔다. 크하하.

근데 역시 길어서 그런지 다 읽어주지 않고 생략해서 읽었는데 그 과정에 핵심 공격이 좀 빠져서 아쉽다. 담엔 더 짧게 압축해봐야지.

Youngrok Pak , 13 years ago

일기장/2008-06-11

6.10 촛불집회에 다녀왔다. 정말 역사의 현장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6일에 갔을 때만 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는데도 반영이 안된다니"하는 생각에 답답한 마음이 컸는데 오늘은 정말 감동이었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봤을 때의 감동의 10배 쯤 되는 것 같다. 을지로 3가에서 내려서 밥 먹고 천천히 세종로로 걸어갔는데 청계천 따라 가다가 1가를 지나면서부터 급격하게 늘어난 사람들을 보고 좀 놀랐는데 거기서 더 가니까 세종로는 완전히 사람으로 가득 찼다. 그 때만 해도 시청이 메인인 것처럼 보였는데도 광화문 컨테이너 앞까지 꽉꽉 들어찼다. 시청 광장이 꽉 차면 10만에서 15만이라고 했던 걸로 봐서 시청에서 광화문까지 도로가 꽉 차고 세종로 사거리가 꽉 차서 종로/청계로 1가까지 늘어섰으니 면적상 4배에서 5배 정도라고 보면 40~75만 정도 되는 규모다. 정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니. 꼭 이제 우리가 이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정도면 시민 혁명이라고 부를 만하다. 아마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가 아닐까.

10시를 넘어서면서부터 시민들이 종로 주변 전역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세종로 사거리에서 세운상가를 넘어서까지 사람들이 늘어서고 남대문 근처에서부터 교보빌딩 앞까지 늘어섰다. 청계천, 안국동, 인사동까지 사람들이 퍼졌다. 아무도 호응하지 않던 하이 서울 페스티발과는 달리 자발적으로 나선 촛불 시민들이 종로 일대를 점령한 것이다. 만약 이런 촛불 집회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면 내년부터는 이 촛불집회를 기념하는 축제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유럽의 시민 축제 중에는 역사적인 사건을 기리는 것에서 출발한 축제가 간혹 있다. 이것도 두고두고 시민의 승리를 기념하는 축제를 열면 정말 멋질 것 같다.

어쨋든, 이쯤되면 이제 청와대도 무릎 꿇어야 할 때가 왔다.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모여서 역사를 이루어 냈는데 또 다시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하고 변명하기에 급급하다면 정말 더 이상은 시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의 상황을 스갤어로 표현한다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서플로 길 막은 청와대, 촛불 도배에 밀봉관광 당하다!

Youngrok Pak , 1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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