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쓰기 귀찮은 글들.
일기장/2006-10-12
애자일 컨설팅 블로그의 [http://agile.egloos.com/2616165 옵션이 많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트랙백. 이글루스랑 여기랑 양방향 트랙백 걸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원-_-
전반적으로 사용자에게 선택을 미루는 것이 좋지 않다는 맥락은 공감이 된다. 하지만 옵션이 많다는 사실 자체가 나쁘다는 데는 동의하기 힘들다. 현실적으로 잘 팔리는 많은 소프트웨어들이 많은 옵션, 많은 메뉴, 한 가지 일을 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옵션이 너무 많아서 사용성이 떨어지는 소프트웨어도 많다. 차이점은 뭘까? 내가 관찰한 바로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차이점 첫째. 널리 쓰이는 소프트웨어들의 경우 아주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잘 세팅된 디폴트 설정이 있다. 그래서 그 많은 옵션 중에 실제로 변경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는 옵션은 한두 가지에 불과하다. IE의 옵션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그 많은 옵션 중 하나 이상을 수정해본 사람은 전체 IE 사용자의 10%도 안될 것이다. 대부분 시작 페이지 설정만 바꿀 뿐이다. 초기의 파이어폭스는 많은 옵션의 부담을 고려해서인지 아니면 개발 초기라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옵션이 얼마 안되었다. 그래서 불편함을 느끼는 케이스가 몇 가지 있었다. 하지만 개발이 진행되면서 몇몇 중요한 옵션들이 설정 가능하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 체감 사용성이 훨씬 높아졌다. 이클립스도 좋은 사례에 속한다. 정말 많은 옵션이 있지만 실제 그 옵션을 건드리는 경우는 드물다. 플러그인의 초기 세팅 때나 건드릴 뿐. 초기 세팅값들이 프로그래머에게 편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둘째, 막강한 기능과 다양한 선택사항을 제공하지만 그것들을 죄다 노출시키지 않는다. 그래서 아는 사람은 아는 만큼 편하게,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대로 그럭저럭 원하는 동작을 할 수 있다. MS 오피스가 대표적인 예다. 오피스 중 단 한 제품만이라도 모든 기능을 다 아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오피스는 단 한 번 써본 사람도 편하다고 말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난 아래아한글을 1.52 시절부터 써왔고 대부분의 단축키를 다 외우고 있었는데 MS 워드 딱 하루 써본 후에 아래아한글은 다시 안 쓰게 되었다. 차이는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목록/제목 기능을 아래아한글에서 편하게 쓰려면 그 기능을 완전히 숙지해야 한다. 안 그러면 스타일이 뒤얽히고 번호가 뒤바뀌고 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래서 기능을 완전하게 익히고 나면 아주 편리하게 쓸 수 있지만 거기까지 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반면 MS 워드에서는 그냥 1.을 붙이고 대충 쓰고 엔터 치면 글머리기호로 변환된다. 이걸 세세하게 조정하고 싶으면 옵션을 열어야 하지만 대개는 열지 않고도 그럭저럭 쓸만한 모양새를 갖출 수 있다.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도 마찬가지다. 파워포인트 잘 쓰는 사람들 보면 순식간에 멋진 자료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초보자도 시간은 몇 배로 걸리지만 비슷한 일을 해낼 수 있다. 그래서 잘 몰라도 아쉬운 대로 원하는 동작은 그럭저럭 해내면서 기능을 하나씩 배워나갈 수 있다. 윈도우의 바탕화면, 내 문서 등의 개념도 그런 면에서 아주 훌륭하다.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싶은 사람은 탐색기를 직접 열어서 자기만의 폴더 구조를 만들고 관리하지만 컴과 친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문서에 저장하거나 바탕화면을 바로 이용한다.
저번에도 어딘가에 쓴 적이 있는데 Perl의 철학 중에 이런 게 있다. 쉬운 일은 쉽게, 어려운 일도 그럭저럭 할 만하게. 잘 팔리는 소프트웨어들은 이런 점이 아주 잘 되어 있다. Perl의 한 가지 일에 여러 가지 방법은 파이썬의 한 가지 일에 한 가지 방법에게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 파이썬도 이 점에서는 Perl의 뒤를 따랐다. 쉬운 일은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딱 눈앞에 제시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있는 쉽고 편한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건 없다. 그렇다고 어려운 일은 아예 할 수 없게 만들면 쉬운 일만 하는 사람들은 좋겠지만 한정된 시장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어려운 일은 그냥 쉬운 일보다는 조금 복잡해도 그럭저럭 할 만하게 해주면 된다. 그게 안되는 단순한 소프트웨어는 짧은 시간 안에 꽤 넓은 시장을 파고 들지만 MS 오피스처럼, 포토샵처럼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될 수는 없다. Palm 같은 경우도 휴대용 컴퓨터에서 복잡성을 제거해서 PDA 시장을 장악했지만 이제 시류는 뭐든 다 할 수 있는 Window CE 계열로, 그리고 PC랑 똑같은 UMPC로 넘어가고 있다.
선택은 해 놓을 수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바꿀 수 있게 한다. 그것이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전략이 아닐까.
일기장/2006-09-30
어제는 좀 실망스러운 하루였다. 보통 때는 회사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선화 만나고 나면 다 풀리는데 오늘은 불쾌한 기분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이제 삼진 아웃인데 어떻게든 이 문제를 풀고 가야 할 것 같다. 안타깝다.
일기장/2006-09-28
[대안언어축제2006후기]를 대충 마무리했다. 비판적인 내용이 많아서 좋게 끝난 축제에 찬물 끼얹는 것 같아 좀더 다듬고 열려고 했는데 막상 다듬으려고 하니 시간이 흘러서 별로 생각도 더 안 나고 이제 대충 분위기도 식었을 것 같고 해서 대강 점 찍고 다시 오픈했다. 긍정적인 사고 방식도 좋지만 어쨋든 비판적인 사고의 틀 안에서의 낙관주의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일기장/2006-09-22
2006년 4월 6일날 세웠던 체력 목표 중간 점검.
- 턱걸이 20개
- 팔굽혀펴기 쉬지 않고 80개
- 스콰트 빠른 속도로 20개씩 4세트
- 한 팔 팔굽혀펴기 10개
- 한 다리 스콰트 10개
턱걸이는 현재 10개. 고등학교 때 기록 8개는 돌파했다. 턱걸이 시작할 때 3개 겨우 했던 거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내 최고기록은 중학교 때 13개. 현재 페이스대로라면 순조롭게 돌파할 것 같다. 연말 쯤이면 20개 가능하지 않을까.
팔굽혀펴기는 쉬지 않고 하면 45개, 두 번 쉬면 80개 가능. 스콰트는 목표 달성. 한 팔 팔굽혀펴기는 좀 어설픈 폼이지만 10개 성공. 한 다리 스콰트도 힘겹지만 10개 성공. 확실히 요즘은 체력이 좋아진 느낌이 많이 든다. 내가 체력이 가장 좋았던 때는 독립문 근처 살 때 집에서 저녁에 할 일이 없어서 맨날 운동할 때였는데 지금 그 때의 70% 정도의 체력은 되는 것 같다. 파워는 그 때보다도 훨씬 늘었고. 이제 목표를 상향 조정해도 될 것 같다. 맛스타드림의 체력 테스트를 해볼까 싶기도 했는데 바벨이 필요한 운동이 좀 많다. 바벨 하나 때문에 헬쓰 등록하긴 그렇고 가격 봐서 하나 장만하는 걸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 일단은 웨이트, 바벨, 캡악력기 정도는 갖춰 놓고 다시 생각해봐야지.
일기장/2006-09-14
예비군 훈련이 싫다. 이런 순수한 시간 낭비가 또 있을까. 예비군의 전투력 향상에는 눈꼽만큼도 도움 안되는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걸까. 담배 냄새도 왕짜증이고 새벽 같이 일어나는 것도 싫고 구질구질한 자리에 앉아서 시간 보내는 것도 싫고 흐름이 끊어지는 것도 싫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 텐데.
군인의 전투력을 좀더 분석해보면 어떨까. 전투력의 절반은 아마도 체력일 것이다. 그리고 무기 조작 능력, 전술 이해도 등이 더해질 것이고. 이런 능력을 키워주면서 되도록 예비역들의 시간을 많이 까먹지 않고 어느 정도는 예비역 자신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면 예비군 훈련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이런 식이면 어떨까.
- 체력
- 총 메고 교육장 왔다 갔다 하는 건 체력에 만고 도움이 안된다는 건 모든 예비군이 공감할 것이다. 평소 같으면 그런 걷는 것도 운동이겠지만 일상의 생활 리듬을 깨뜨리면서 아침을 시작하기 때문에 졸린 상태에서 불편한 옷을 입고 다니는 건 체력 소모지 운동이 아니다. 실제로 운동 효과가 없지야 않겠지만 군복을 입으면 웬지 운동 같지 않다는 느낌도 문제고. 체력은 따로 충분히 키울 수 있다. 나의 아이디어는 체력장! 일년에 두 번 체력장을 실시하는 것이다. 체력 측정 점수에 대해서는 아무런 손해도, 이익도 주지 않고 다만 일년에 두 번 측정하는 것만 의무로 한다. 그렇게 측정만 해도 스스로의 체력을 돌아볼 계기가 될 것이고 운동을 하게 만드는 어포던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 무기 조작 능력
- 현재 예비군 훈련에서 무기 조작 훈련은 거의 조교 시범 수준에서 끝나고 유일하게 직접 다루는 것은 총 뿐이다. 그리고 사격 훈련도 일년에 한 번 이상 잘 안한다. 이 정도 효과를 내는 게 목표라면 일년에 몇 번씩 예비군 훈련장에 갈 필요가 없다. 총 이외의 무기 사용 교육은 인터넷으로 교범을 만들어서 과정을 이수하게 하면 될 것이고 사격 훈련 하는 날 하루만 짧게 사격만 하고 오면 된다. 그러면 훈련 시간은 2시간도 안 걸릴 것이고 굳이 아침에 갈 필요도 없어질 것이다.
- 전술 이해도
- 역시 현재 상황을 보면 예비군 훈련 중 전술에 관한 훈련은 두 번 가면 2시간 정도 하고 실습도 안 한다. 어차피 실습을 안하고 설명만 듣는다면 역시 잘 만든 플래시 강의 자료가 교관이 말로만 떠드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그리고 사격 훈련 하는 날 가서 실습을 조금 섞어줄 수도 있을 것이고.
- 기타
- 이외에 실전에서 당황하지 않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겠지만(JSA에서 송강호가 말한 것처럼) 이건 어차피 예비군에서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전술 이해도 훈련을 좀더 실전에 가깝게 한다면 좀더 도움이 될까나.
요컨대, 예비군 훈련장에 가야만 향상시킬 수 있는 능력에 대한 훈련만 가서 하고 나머지는 인터넷 교육이나 동네 주변에서 커버하자는 것이다. 그럼 시간도 절약되고 지금보다 효과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일년에 두 번 체력 측정, 한 번 예비군 훈련장에서의 교육(사격 & 전술 훈련),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