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쓰기 귀찮은 글들.
일기장/2006-08-24
동갑은 특별하다. 회사에서 만난 사람 중 동갑은 딱히 같이 일을 하지 않아도 강한 유대감이 형성되고 관계가 오래 간다. 같이 지낸 시간이 많은 선후배 지간이라도 동기간처럼 친근한 경우는 흔치 않다. 왜일까. 문득 존대말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차가 나면 존대말 때문에 늘 무언가 거리가 있지만 동갑은 말을 놓기 때문에 더 편안해지는 것 같다.
일기장/2006-08-23
오랫동안 골치를 썩혀왔던 이사 및 전세금 문제가 드디어 끝났다. 정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열도 많이 받았는데 그래도 끝나니 좀 시원하다. 중간에 열도 많이 받고 확 소송 걸까 하는 생각을 수십 번도 더 했는데 끝까지 참고 조용히 종결했다. 소송 걸었으면 돈도 좀 받았겠지만 그 과정의 스트레스와 시간 소모를 견뎌낼 수 없었을 것 같다. 전세금 관련 법이 그나마 세입자에 유리하게 되어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거리가 가깝지 않다. 집주인도 좀 불쌍한 상황이란 것도 참았던 이유 중에 하나.
어쨋거나 사람 사는 데는 집이 젤 중요하다. 빨리 내 집을 갖고 싶다.
일기장/2006-08-09
얼마 전에 점심 먹으러 가다가 철호가 내가 비교적 우리 팀에서 말을 간결하게 하는 편이라는 말을 했다. 순간 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러한가? 실상 CommunicationIsNotAboutSpeech 같은 글을 써놓고도 내 행동은 그러지 못했다. 무언가 내 말이 파고들지 못하는 느낌이 들면 주저리 주저리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런다고 내 말이 잘 전달되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왜 그럴까. 아직은 정확한 분석에 이르지 못했지만 일단은 조급한 마음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무언가 빨리 나아가고 싶은 마음에 서두르게 되고 그러다보면 무언가 주도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일단 지금의 속도가 우리에게 적합한 속도건 아니건 내가 조급해한다고 속도를 빠르게 할 수는 없다. 일단 좀더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지금은 당장의 전선에 뛰어들기보다 머지 않아 다가올 전투에 대비해서 칼을 갈고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정말 오랜만에 내 책상에 앉아서 쓰는 글이다. 거의 열흘 만이다. 반갑다, 내 컴퓨터.
오랜 만에 리눅스로 부팅했다. 우분투 dapper 최신판으로 업그레이드를 했다. 마지막으로 우분투 데스크탑을 써본 건 4개월 쯤 전이었을까, 그 동안 엄청 좋아졌다. 단 한 줄의 설정 파일도 고치지 않고 한글 설정이 다 되었다. 나도 한 때 한영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좀 파다가 구직 활동 들어가면서 접었는데 그 사이 그 작업을 끝까지 해낸 사람이 있었나보다. 고마운 일이다. 그러고보니 난 오픈소스에는 별다른 기여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간혹 버그 리포트 올려주는 정도? 나도 누군가가 고마워 할 만한 걸 만들어보고 싶다. 기왕이면 그게 내 직업을 통해서였으면 좋겠다. 우리가 하는 서비스를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사람을 만들 수 있다면...
침묵과 무지를 혼동하는 사람들의 비판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 워드 커닝햄, WardCunninghamInterview 중.
일기장/2006-08-05
내가 너무 조급하게 생각했었던 것 같다. 처음부터 agile이란 말, 드림팀이란 말을 듣고 입사했기 때문에 난 이미 팀이 WholeTeam으로 굴러가고 XP의 practice를 하나하나 적용해가는 그런 모습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기대와 현실은 차이가 있었다. 사실 처음부터 WholeTeam이 될 수 있는 팀은 없다. 시간이 필요한 게 어쩌면 당연한 것이고 어느날 갑자기 XP의 방법들에 동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 역시 XP를 쉽게 받아들인 게 아니었다. 퇴근 후 밤마다 권일이와 토론을 벌였고 그 토론의 결과들을 경험에서 검증해 내면서 XP를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랬던 과정을 잠시 잊고 있었다. XP를 접하지 않았던 사람들, 접했더라도 깊이 공감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XP 좋아하는 사람 몇 명 있다고 갑자기 XP로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 팀을 XP적으로 만들고 싶다면 조금 더 BabyStep을 밟을 필요가 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은 팀원 전체가 WholeTeam으로 기능하는 것이지만 시작은 단 두 명부터라도 Good Team이 되어야 한다. 어쩌면 XP에 대해 별로 호의적이지 않았던, 아니 오히려 적대적이었던 예전 NHN에서처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해야할 것 같다.
Grails는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그 동안 Ruby on Rails를 비롯해서 Python의 Django, TurboGears 등 여러 가지 AgileWebDevelopmentFramework을 검토해보면서 Grails는 의도적으로 제외했다. 태생적인 AgileLanguage가 아니기 때문에 Python이나 Ruby에 비해 언어 자체의 agility는 떨어지면서 Java의 성능은 나오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건 사실 아직까지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여전히 Groovy는 라이브러리의 많은 부분을 Java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는 것은 Groovy답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리고 스크립트 자체의 퍼포먼스만 놓고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톰캣에 올려본 Grails의 퍼포먼스는 상상 이상이었다. 벤치마크 결과를 발표하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로. 게다가 Ruby on Rails에 비해서 DB를 전혀 쳐다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더 좋다. 아직 좀더 검토해야할 것은 있지만 리스트에 올려 놓기엔 부족함이 없다.
그나저나 JVM HotSpot은 정말 놀랍다. 정말 기술의 위대한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