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쓰기 귀찮은 글들.
일기장/2011-11-06
3주 간의 자차 운전 미션을 어제 클리어했다. 그동안의 과정을 정리해본다.
물론 차를 사서 운전하게 된 계기는 선화의 임신이다. 원래부터 임신하면 면허 따겠다고 약속했었고, 아이가 태어나면 차가 필수라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임신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는 그리 급한 마음은 아니었는데, 선화가 입덧 심하게 하면서 출퇴근을 힘들어해서 조금 빨리 따기로 결심했다. 이번 주로 임신 12주인데, 지난 프로젝트 마무리, 새로운 프로젝트 세팅 등등으로 정신 없다가 10주째부터 미션을 시작했다.
첫번째 할 일은 운전면허학원 등록. 여기저기 알아볼까 하다가 그냥 인터넷 검색해서 나온 동부자동차학원에 전화를 걸었다. 걸어서 이것저것 물어보니까 나름 친절히 알려주긴 하는데, 세상에 학과 5시간, 기능 2시간, 도로 5시간만 하면 면허를 딸 수 있댄다. 차에 대해 전혀 모르던 나로선 믿기지 않아서 "정말 이것만 하면 운전할 수 있어요?"하고 물었는데, 뭐 그렇댄다. 기능시험도 엄청 쉬워져서 그냥 굽어진 코스 한 번 가기만 하면 되고, 엑셀도 밟을 필요가 없다. 그래서 기능은 어지간하면 다 합격한다고 한다. 대신, 기능에서 제대로 못 배우니까 도로주행에서 더 많이 떨어진다고.
결국 제도가 바뀐 의도는, 운전 능력 빨리 습득할 수 있는 사람들은 빨리 따고, 뒤쳐지는 사람들은 더 교육 받고 하라는 뜻인 듯. 학원 입장에서도 예전에는 합격 보장해주고 비싸게 받았는데, 지금은 40만원 남짓으로 싼 대신, 추가교육을 받으려면 돈을 더 내야 한다. 잘하는 사람은 싸게 빨리 따고, 못하는 사람은 비싸게 늦게 따라는 제도인 셈. 학원 입장에서는 그닥 손해날 게 없어보인다. 다만, 그러다보니 학원 강사 입장에서는 수강생을 꼭 합격시켜야 할 동기부여가 안된다. 그래서인지, 전반적으로 좀 불친절했다. 특히 학원에 데려다주는 셔틀 기사는 정말 불친절. 근데, 또 보면 다들 여자 수강생에게는 친절한 것 같기도. 아뭏든 학원 가는 건 별로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학과 수업은 50대 후반쯤 되어보이는 아저씨가 했는데, 뭐 그닥 유용한 이야기는 안해준다. 문제풀이 요령 몇 가지 가르쳐주는 정도고, 문제은행에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운전에 실제로 도움되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지겨워 죽는 줄 알았다. 차라리 그 시간에 문제를 다 풀어봤으면 훨씬 도움이 되었을 텐데. 결국 문제는 안 풀어보고 있다가 시험치러 가서 대기하는 동안 다 풀었다. 학과시험은 문제은행에서 100% 나오는데, 문제은행 자체도 위로 넘기는 형태의 긴 문제집에 45페이지 밖에 안되니 다 풀어보는데 2시간도 안 걸린다. 문제는 상식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모르는 것도 많았고, 실제로 운전하는데 필요한 정보도 많기 때문에 합격과 상관 없이 다 풀어보는 게 좋은 것 같다.
근데, 시험볼 때 시력검사를 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안경 도수를 제대로 맞춘지 10년 쯤 되었고, 그 때도 좀 낮게 맞춰서 양쪽 모두 0.5가 안 나올 걸로 예상되는 시력. 근데 커트라인은 0.7.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안경부터 맞추러 갔다. 내가 눈이 좀 나쁘다보니 늘 안경 맞출 때 고생인데, 그래도 요즘은 기술이 발전해서 플라스틱 렌즈를 할 수 있다고. 전에는 플라스틱으로 하면 너무 두꺼워서 유리로 할 수 밖에 없었다. 요즘은 장비가 엄청 좋아져서 기계에 대고 렌즈를 자동으로 이것저것 바꿔가면서 도수 조절이 되는 게 신기했다. 테는 뭐할까 하다가 내가 전에 쓰던 테랑 비슷한 걸 찾을 수가 없어서 좀 비싼 걸로 했다. 그래서 렌즈 20, 테 20, 도합 40만원. 원래 45만원 불렀는데 5만원 깎았다. 7년 전에는 같은 도수 그대로 맞출 때 8만원 들었던 것 같은데;; 아뭏든 새로 맞추니까 전보다 훨씬 가벼운 것 같긴 하다.
시험보러 간 건 토요일이었는데, 버스 타고 졸다가 지나쳐서 좀 늦게 도착했더니 원서 주는 사람이 지금 원서 받아도 늦어서 접수 못한다고 안 줄려고 한다. 그냥 졸라서 원서를 받아냈다. 그럭저럭 시력 검사도 통과하고, 사진은 즉석에서 찍었는데 좀 맘에 안 들지만 뭐 상관 없어. 근데 시험 대기시간이 너무 길다. 밥도 못 먹고 거의 4시간을 기다렸다. 물론 학과시험 공부를 못했기에 그 4시간에 졸다가 풀다가 하면서 문제집을 다 풀어볼 수 있어서 좋기도 했지만, 원래 그날 기능시험까지 끝내려고 했는데 시간이 늦어서 그건 포기. 필기는 98점으로 합격.
기능은 학과시험 보기 전에 수업은 다 받았는데, 다행히 첫 시간에 좀 친절한 분이 가르쳐줘서 괜찮았다. 시험 코스도 잘 가르쳐주고, 몇 번 해서 익숙해지니까 더 할 필요 없다면서 장내 돌면서 운전 연습을 시켜줬다. 요령도 가르쳐주고, 실수할 때마다 지적질하는 게 아니라, 그 상황을 인지하게 유도했다. 이를테면, 코너 돌 때 라인을 밟으니까 차를 멈추고 사이드미러로 아래를 보라고, 라인 얼마나 밟았는지 보랜다. 덕분에 기능은 첫 시간에 다 배웠는데, 두번째 시간은 왠 할아버지가 타더니 별로 가르쳐주는 것도 없으면서 지적질만 해대서 좀 짜증났다. 그 사람의 존재는 학습에 순수하게 아무 도움이 안되었다. 뭐, 그래도 반복 연습은 되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기능은 쉽게 통과. 근데, 기능이 너무 코스 중심으로만 되서, 기능을 배운 당시에는 핸드브레이크가 뭐하는 놈인지, 오토인데 1단 2단은 왜 있는지도 몰랐다. 한국식 쪽집게 교육을 운전면허 따는데도 꼭 해야 할까? 나가서 운전하는데 도움되는 지식을 알려줘야 될 꺼 아냐. 뭐, 아뭏든 기능은 50미터를 한 번 좌회전하는 코스로 쭉 가기만 하면 되고, 엑셀도 밟을 필요 없고, 몇 가지 조작만 할 줄 알면 쉽게 합격이다. 중간에 돌발 나올 때 브레이크 한 번 밟아줘야 되는 정도? 아뭏든 100점으로 쉽게 합격.
도로주행은 6시간인데, 첫 시간은 무조건 장내 연습이고, 마지막 시간은 주차 연습이라 실제로는 4시간 밖에 안된다. 이번에도 운이 좋았는지 첫 시간엔 이너게임형 강사가 와서 잘 가르쳐줘서 장내 연습이지만 상당히 운전하는 감을 잡는데 도움이 되었다. 근데, 이번에도 두번째 시간은 또다른 할아버지가 오더니 또 지적질 스타일이다. 코스 처음 타보는 사람에게 왜 코스 틀리냐고 하면 어쩌라고? 미리 가르쳐주기라도 하면 말이나 안하지. 도로 나가는 것부터가 좀 무서웠는데 그 인간 때문에 더 짜증났다. 시간도 50분 교육해야 하는 걸 25분쯤 하고 한 번 더 돌면 시간 오래걸린다고 다시 장내로 돌아와서 별 도움도 안되는 장내 교육 하다가 말았다. 그래도, 그 뒤부터는 좋은 강사들 걸려서 그럭저럭 도로주행에는 익숙해졌는데, 문제는 코스였다. 처음 도로 나가서 도로주행 시험 코스를 도는 건데, 그러면서 코스까지 외우란 말인가. 지도 하나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그래서 코스 실수를 반복했는데, 그 때마다 강사들은 지적질만 할 뿐, 코스 외우는데 도움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안내하는 직원 중 하나 붙들고 코스 물어보니까 그제야 지도를 하나 주는데, 그것도 글씨가 다 뭉개져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아서 직원 붙잡고 코스 설명해달라고 해서 겨우 코스를 익혔다.
뭐 그렇다고 도로주행할 때 실제 도로주행에 필요한 지식들을 잘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었다. 역시나 기능처럼 코스 합격에 필요한 것만 딱딱 가르치는데, 그런 쪽집게식마저도 코스 외우는데는 아무 도움을 못 줘서 별달리 쓸모가 없었다. 차라리 그냥 지도 주고 나 혼자 6시간 내내 코스 돌았으면 훨씬 잘했을 듯.
주차도 그런 식으로 가르쳤다. 주차 시험보는 곳에 몇 가지 기준점을 가르쳐주고, 여기서 핸들 우로, 여기서 핸들 정면으로, 여기서 핸들 좌로, 이런 식으로 가르쳐준다. 그러면 실제 주차장에서 어떻게 주차하란 말이냐! 아뭏든 그 요령 덕에 주차 시험은 아주 쉽게 패스했지만, 썩 맘에 들진 않았다.
뭐 아뭏든, 도로주행 시험에 들어갔는데, 다행히 제일 쉬운 코스. 별다른 실수 없이 잘 갔는데, 마지막에 유턴하는 코스에서 그만 실수를 저질렀다. 좌회전 신호 받아서 유턴해야 하는데, 딱 내 차례에 좌회전 신호가 빨간불로 바뀐 것이다. 앞차 따라간다는 생각만 하다가 신호를 못 본 것. 다행히 시험관이 옆에서 빨간불인데 가면 어떡하냐고 말해서 멈출 수는 있었다. 원래는 시험관이 옆에서 그런 거 말해주지 않는다고 하던데, 이걸로 떨어지면 안타깝다고 생각했는데 말을 해줬다. 근데, 나중에 시험관이 말하기를, 그 때 안 멈췄으면 탈락이라고, 그렇게 말해도 안 멈추고 계속 가는 운전자들 많다고 했다. 뭐 어쨋든 그걸로 대폭 감점되서 79점. 어쨋든 합격.
첫주째 수, 금 학과 수업, 기능 수업 다 받고, 토요일 학과 시험, 둘째 주 월요일 기능시험, 셋재쭈 월화수 도로주행 수업, 목요일 도로주행 시험, 이렇게 총 13시간 가량, 총 8일 걸렸다.
학원 다니는 동안 차도 계속 알아봤다. 처음에 받은 조언은, 면허 처음 따면 차 여기저기 긁히고 부딪히게 마련이니 싼 중고차를 사서 1~2년 타다가 새차를 사라는 것. 철호는 소나타 중고를 추천. 하지만 중고차를 좀 알아보다보니, 3년 이하의 중고차는 별반 싸지가 않았다. 중고차에 관해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는 싸고 좋은 차는 없다는 것. 싸거나, 좋거나 중에 하나만 고르라고. 틀린 말은 아닌 듯 했다. 그렇게 보면 목적은 선화, 그리고 이후에 태어날 아기를 태우고 다니는 건데, 아무 차나 중고로 사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닌 것 같았다. 엄마가 경차에서부터 그랜저까지 두루 몰아봤고, 우리집에서 제일 안전운전하고, 제일 디테일하게 따져보는 사람인지라 엄마한테 물어봤더니, 첨엔 K5나 소나타를 사라고;;; 엄마 나 돈 없어 그러니까 아반떼를 사랜다. 쉐보레 스파크는 어떠냐고 하니까 마티즈의 구린 성능에 답답해했던 엄마는 반대. 돈 없어서 중고 사더라도 연식 3년 이내로 사랜다.
그렇게 저렇게 따져보니 중고로 산다면 철호 말대로 소나타 중고를 사는 것도 괜찮아보인다. 근데 또 중형은 연비가 안 좋대서 아반떼를 알아보기 시작. 아반뗴도 중고로 사려니까 이거 뭐 신차랑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 그래서 한 세대 전 모델 아반떼XD를 알아보는데, 이것도 1000만원 이상 줘야 상태 좋은 걸 살 수 있는데, 두 개 비교한 글들을 보면 하나같이 신형 아반떼MD를 추천한다. 그래서 일단 매장 가서 직접 보기로 했다. 직접 보니까 디자인도 너무 이쁘고, 확 사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제일 싼 모델에 오토만 얹으니까 1500만원 좀 안된다. 700만원 넣고 나머지 할부하니까 3년간 월 28만원 돈. 으윽 비싸다. 아이패드 10개 + 아이폰 다섯 개 값이잖아! 뭐, 그럭저럭 커버할 수 있는 범위긴 하고 해서 지름신이 강림하는 중이었다.
근데, 인터넷에서 또 좀 더 알아보다보니까 아반떼 결함 문제가 등장했다. 게다가 무려 저승길 3종 세트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이 붙어있다! 이 이야기는 http://issuetrac.kr/issues/12 여기에 좀더 자세히. 아뭏든 그래서 아반떼는 포기했다.
이왕 대리점 가서 신차 견적을 받고 보니 다른 것들도 비교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다음은 집 바로 앞에 있는 기아 대리점. 모닝을 보는데, 쉐보레 스파크랑 비교하면 뭐가 좋냐고 하니까 별반 답을 못한다. 포르테는 팔리긴 하는지 의심스럽고, 프라이드는 엑센트 볼 때 소형차라는 느낌이 전혀 안 들었던 데 반해, 소형차 느낌이 팍팍 들고, 비싸기는 더 비쌌다. 그래서 기아는 패스.
다음은 SM3를 알아보러 갔다. 르노삼성이 이미지와 달리 별로 비싸지 않다길래 가서 견적을 알아보지 정말 아반떼MD랑 비슷하다. 똑같이 700만원 넣으니까 3년간 월 29만원. 뭐 이 정도 차이에 더 좋은 것 같으니 이것도 꽤 지름신이 강림했다. 근데, 때 맞춰 뜬 기사, 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30661.html 이걸로 좀 마음이 멀어졌다.
그러다가 결국 다시 처음에 알아봤던 쉐보레 스파크로 돌아왔다. 길가면서 봤을 때 너무 작아보였고, 엄마가 경차 사지 말래서 좀 마음이 멀어졌었는데, 그래도 직접 다시 살펴보기로. 그래서 매장 갔더니 왠걸, 의외로 그렇게 좁지 않고 차도 좋아보인다. 그래서 쉐보레 스파크 신차로 급선회. 스파크 LS에 오토 넣으니 가격은 1073만원. 거기에 취등록세 면제, 보험료 차이, 연비까지 감안하면 SM3보다 압도적으로 경제적이다. 게다가 안전성 등급 1등급이라는 말도 상당히 끌렸다.
이렇게 차종에 대한 개념 탑재를 좀 한 상태에서 다시 보배드림에서 중고차를 쭉 봤다. 보면 볼수록 괜찮은 차는 중고라도 다 비쌌다. 준중형은 3년 이내를 중고로 사는 건 신차 사는 것보다 그리 나은 선택이 아니었고, 그것보다 오래된 차를 사자니 그건 내키지 않았다. 결국 경제성 면에서는 경차가 압도적이라서 준중형 중고 사는 것보다 경차 신차가 나았고, 편의성 역시 요즘 경차에는 예전 중형에 있던 옵션들이 다 있다고 해서 별반 차이를 못 느꼈다. 안전성이 좀 중요한 이슈였는데 쉐보레 스파크는 안전성 등급도 높고, 경차 신차로 사는 것의 유일한 단점은 차 내부가 좁다는 것 뿐. 어차피 나랑 선화, 그리고 아기 태우고 3~4년 탄다고 보면 당장은 경차로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래서 쉐보레 스파크로 거의 마음을 굳혔다.
다음은 선화를 설득하는 것. 선화는 계속 준중형 이상을 타고 싶어했다. 애기도 태우고 유모차도 싣고 하기에 경차는 좁다는 것. 일리 있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실물을 보여주면 그런 생각이 안 들거라고 보고, 마침 정자역에서 저녁 먹은 김에 바로 옆의 쉐보레 매장으로 구경가자고 했다. 가서 쉐보레 스파크를 직접 보더니 상당히 맘에 들어했다. 일단 색깔 모나코 핑크가 상당히 이뻤던 것 같고;; 내부에 직접 앉아보니 그렇게 좁지 않아서 괜찮아보였던 듯. 그런 다음 경제성 비교를 들이밀었더니 선화도 스파크를 마음에 들어했다. 이렇게 쉐보레 스파크로 결정한 것.
보험은 그냥 삼성화재로 들었다. 엄마도 추천했고, 쉐보레 매장에서도 추천하길래 인터넷에서 한 번 견적내고 알아본 후, 쉐보레 매장에서 바로 처리해달라고 했더니 알아서 다 해준다. 연 71만원. 경차에다 안전성 등급이 높고 30세 이상 특약이라 이래저래 싸게 나온 것 같다.
그래서, 목요일에 면허 따고 면허증 찾은 후 바로 다시 그 매장으로 가서 계약했다. 빨리 달라고 졸랐더니 정말 후다닥 처리했는지 토요일날 바로 차가 왔다. 근데, 대리점에서 집까지 몰고 오는 게 좀 걱정스러웠다. 도로 운전 경험이라곤 4시간 남짓이 고작인데. 뭐 그래도 대리점 앞 도로가 한적해서 나와서 잠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근데 오다가 안전 벨트도 안 매고 후사경도 조정 안한 것을 중간 쯤 깨달았다. 그래서 신호 기다리면서 멈춰서 조정했다. 의외로 차선 변경 같은 건 크게 어렵지 않았는데, 중간에 어지럽게 주차된 지역을 지나는 곳에서 좀 애먹었다. 차선 사이에서 앞 차 때문에 머뭇머뭇하니까 뒤에서 계속 빵빵질. 뭐 어차피 그런 건 다 무시하긴 했지만 꽤 심적 부담이 되긴 했다. 아뭏든 별다른 문제 없이 집에 도착했는데, 또 이번엔 지하주차장 주차가 문제. 차 사이에 주차하는 건 처음해봐서 상당히 겁났다. 근데 후진할 때 후방 감지해서 삐삐 울리는 게 꽤 도움이 되었다. 조심조심 주차 완료. http://twitter.com/#!/pakyoungrok/status/132713350592344065/photo/1
그러고 집에 들어갔다가 한 시간 쯤 쉬다가 다시 나와서 한 번 연습해봤다. 집 주위에 한적한 길이 많아서 연습하기는 좋았던 듯. 근데 출퇴근하는 길은 턱도 많고 건널목도 많아서 실제로 버스 타고 가는 것보다 더 빠를 것 같진 않다. 아뭏든 연습을 더 많이 해야 할 듯.
일기장/2011-07-28
트위터에 쓰고 싶지만 조금 부끄러워서 여기 쓴다.
난 우리 팀이 참 좋다. 이 팀 이대로 계속 가면 정말 뭔가는 해낼 것 같다.
일기장/2011-09-26
블로그 CSS 복구했다. 그동안 귀찮다는 핑계로 미뤄왔던 일들 하나씩 해결해가는 중. 덤으로 gravatar의 사진까지 로고로 등록!
일기장/2011-07-02
내 마음의 코드 품질 지수. 프로젝트 할 때마다 대략 점수를 매겨본다. 이 언어, 이 프레임워크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코드를 100점으로 볼 때, 우리 코드의 점수는 얼마인가. 이콜레모를 시작하고 나서 기록한 최고의 점수는 스마트패스원 안드로이드 버전. 85점은 되지 않았나 싶다. 경이적인 생산성을 발휘했었고. 스마트패스원 아이폰 버전은 좀 나쁜 편. 55점 정도. 최악은 웰게이트 5개월 째의 캘린더, 15점. 그래도 3주 동안 다 갈아 엎어서 70점대로 만들고 끝낼 수 있었다. 티몬에서 만난 레거시 코드는 30점, PHP로 일차 갈아엎고 45점, 파이썬으로 갈아엎은 코드는 70점 정도.
이번 프로젝트도 좋은 느낌은 아니다. 웹, 아이폰 모두 50점 안팎인 듯. 웹 쪽은 써니 때보다 후퇴했고, 아이폰 쪽은 스마트패스원 때보다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는 정도. 웹 쪽은 전반적으로 method 길이도 길고, cyclomatic complexity도 높다. duplication도 엄청 많고. 아이폰 쪽은 기반 클래스는 지저분하지만 인터페이스는 그나마 괜찮게 빠져서 다행.
근데 코드 퀄리티 올리기가 뜻대로 잘 안된다. 프레임워크의 설계가 지속적으로 개선되어야 하는데, 기능만 추가되고 설계는 점점 후퇴하고 있다. 제대로 하자면 디자인 세션을 몇 번 열어서 차이 나는 점들 맞추고, 코드 리뷰 정기적으로 해야 할 텐데, 내가 하자고 하지 않으면 그런 세션이 열리지 않고, 또 내가 하자고 해서 열면 내가 부담이 있다보니 이래저래 잘 안하게 된다. 또, 코드 리뷰가 사실 ROI가 나오기 쉽지 않은 활동이기도 하다.
원래는 이 프로젝트 끝나면 괜찮은 자바 프레임워크 하나 나와 있을 걸로 기대했는데, 이대로는 정말 써니 프로젝트 때의 결과물만도 못한 게 나올 것 같다. 재활용은 거의 불가능.
팀이 뭉쳐 있지 않은 것도 여러 가지로 힘든 요소 중 하나. 원격 팀이 잘 되는 경우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처럼 리더가 명확하거나, 혹은 본사에서 미션을 디테일하게 설정해서 원격지에서 일하는 프로그래머에게 미션을 주는 경우인데, 우리는 원격 팀이 잘 굴러갈 만한 요소를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적어도 70점 수준은 넘겨야 할 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인지 게임부터 시작해볼까. 코드를 보다가 냄새 맡고 인상 찌푸려지는 회수를 매일매일 재볼까?
일기장/2011-06-03
요즘 들어 애자일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작동하는 제품 상태까지 닥치고 빨리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제품이 나와야 제대로된 피드백을 받으면서 발전할 수 있다. 이제 WorkingPrototype의 시대는 끝났다. WorkingProduct가 빨리 나와야 한다. 아무리 기능이 적고 허접하고 버그가 많아도 상관 없다. 핵심 기능 단 하나만 들어가 있어도 좋다. 제품이 나와야 한다.
그걸 위해서는 사용자 스토리도, 플래닝 게임도, 회고도 다 버려야 하는지도 모른다. 첫번째 WorkingProduct가 나오는데는 큰 도움이 안된다. 어차피 핵심 기능은 스토리 없이도 알 수 있다. 플래닝 게임, 혹은 스케쥴링조차도 시간 낭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플래닝 게임이 없으면 당장 세 명 이상의 개발자가 함께 일할 수 없다. 두 명이 고작이다. 그런 면에서 두 달, 2명으로 뭔가 만들어내야 한다고 하는 카카오의 방식은 일리 있다.
그럼 만약 프로젝트 시작부터 개발자가 세 명 이상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세 명 이상의 개발자가 함께 일하기 위해 플래닝 게임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플래닝 게임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 두 명 이외의 개발자들은 차라리 놀고 있는 것이 더 좋다고 본다. 중요한 건 팀 생산성이지 누가 놀고 있느냐가 아니다. 짧은 시간 안에 WorkingProduct가 나오는데는 두 명이 가장 유리하다.
사용자 스토리는 그 자체로 무수히 많은 가치를 주지만 스타트업의 프로젝트에는 적합치 않은 것 같다. 제한된 시간의 인터뷰로 고객의 니즈를 뽑아내고 플래닝을 해서 스케쥴을 고객에게 알려줘야 하는 SI 프로젝트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한 방식이지만 아직 니즈가 존재하지 않는 고객을 대상으로 실험하면서 가야하는 경우에는 사용자 스토리조차도 낭비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스타트업의 프로젝트에서는 WorkingProduct 만들고 그 다음부터는 이슈 단위로 트래킹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할지도 모른다. 여전히 사용자 스토리가 주는 가치는 무수히 많이 있지만 그 중 어떤 것도 WorkingProduct에서 오는 피드백을 대신하지는 못한다.